역외펀드의 비과세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편에서는 국내에서 만들었든 해외에서 만들었든 투자자 입장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므로 투자자 선택폭 확대와 형평성 차원에서 해외주식펀드와 마찬가지로 비과세 혜택을 줘야한다고 말한다.
해외주식투자가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신흥시장에만 몰리는 '쏠림현상'도 완화시켜 줄 것이란 의견이다.
반면 다른 편에서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인 국내 수탁기관들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역외펀드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도 있다.
이미 국내에서 역외펀드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고 다른 나라에도 '비과세'에 대한 유사사례가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 시각 모두 나름의 논리가 있어 선뜻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해외펀드의 경우 미래에셋이 주도하고 있고 역외펀드는 피델리티가 60%를 점유하고 있어 어느 한쪽 편을 든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물론 ‘3년 한시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조세개혁 과정에서 투명성 제고와 더불어 정책효과를 높이고자 인센티브라는 명목으로 쓸데없이 남발한 각종 비과세 조치를 축소한다는 큰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그러나 비과세를 둘러싼 판단의 여부를 떠나 최근까지 전개된 논의과정을 지켜보면 몇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도 제기된다.
◆ 피델리티, 정부를 우습게 보나
우선 처음 비과세 논쟁을 일으킨 피델리티(Fidelity)의 안하무인식 태도이다.
피델리티 에반 해일 대표는 지난 22일 정부와 논의 중인 '미확정' 사안을 기자간담회 자리를 빌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피델리티의 올해 운용계획 등을 들을 것으로 기대했던 기자들은 국내 운용사라면 꿈도 못 꿀 행동에 당황했고 한국 정부를 우습게 본다는 인상마저 받았다.
역외펀드의 대량 환매와 국내 펀드로 갈아타는 것을 우려해 성급히 발표한 것이지만, 해일 대표는 애써 "최근 시장 혼란이 가중돼 가능한 한 빨리 알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피델리티가 한국정부를 가볍게 취급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04년 "블록 트레이딩(포괄주문 Bloc trading)이 완전 허용되지 않으면 한국 진출을 포기하겠다"며 재경부를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를 허용해 줬다.
동북아금융허브 구축을 공표한 한국 정부가 해외 유수의 투자기관 유치에 목을 매고 있음을 잘 알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업계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투신업계 한 관계자는 "피델리티의 경우 인가 과정에서도 고압적 자세로 포괄주문을 요구했다"며 "이 때부터 피델리티는 한국 법 정도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정부 또한 외제 간판에 대해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 기사는 1일 오전 11시 50분 유료기사로 송고된 바 있습니다.)
◆ 동북아 금융허브 제대로 하는 건가
또 한편에서는 역내와 역외에 대한 과세 차별이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음에도 정부가 오히려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역외펀드는 팔아도 사업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역내와 역외간 차별이 있어야 운용사들이 자꾸 한국에 들어오게 되고 이는 동북아금융허브에 대한 의지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역내 진출이 활발해질 경우 사업소득에 대한 과세는 물론 부가가치 발생, 고용확대 효과, 경쟁에 따른 역내 기관들의 해외투자 능력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금융허브를 위한 좋은 계기인데 정부가 왜 놓치려 하는지 아쉽다"고 덧붙였다.
실제 피델리티 등 해외 자산운용사들의 국내 진출은 선진금융 기법 도입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한국 펀드매니저 채용은 1~2명에 그치고 있고 대부분은 홍콩과 싱가포르 등 본부에서 만든 상품을 판매하는 역할만 맡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동북아금융허브를 지향한다지만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본부를 철수해 국내에 들어온 곳은 한 군데도 없다"며 "동북아 금융허브의 추구 목적이 뭔 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부, 역외펀드 비과세 두고 아직 고민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역외펀드 비과세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일부 허용보도는 추측일 뿐"이라며 "결론이 나면 그 때 얘기하자"는 입장을 비췄다.
재경부는 문제가 불거지자 역외 운용사들에게 비과세 관련 자료제출이 가능한 지 의견수렴에 들어간 상태다.
피델리티도 편하게 장사하던 상황이 바뀌자 다소 급하게 된 모양이다. 대표가 나서 역외펀드 비과세 주장을 한데 이어 은행 증권 등 33개 국내 판매사를 대동한 광고를 내는 등 예전만 못한 판매실적을 높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펀드 비과세 발표 이후 역외펀드에 투자하는 자금이 많이 줄었고 그에 따른 헤지 수익도 감소했다"며 ”반면 중국 베트남 등의 과열 경고에도 불구하고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욕구는 그칠 줄 모른다“고 말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이 문제를 미리 예상하지 못한 점, 피델리티 앞에서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 점, 그에 따라 해외투자활성화 종합대책이 ‘비과세’문제로 왜소화 된 점 등은 재경부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동북아금융허브라는 비전이 ‘외자’라는 형식논리에 치여 혹여 해외금융기관의 껍데기만 유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