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결정을 이틀 앞두고 시장이 이처럼 분열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이번 주 회의에 대해 시장은 거의 완벽한 컨센서스를 도출해낸 것처럼 보였다. 금리 5.25% 동결에다 정책성명서 기조는 이전과 같이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느 때처럼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이 없다더라'는 말이 나왔다.
평소에 금융시장은 FOMC 직전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어느 쪽으로 튀든 시장과 연준의 컨센서스에 도전해야 하는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주 월요일 미국 금융시장은 이런 리스크를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시장이 컨센서스는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뒤늦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잔치에 소문이 나다 못해 주연들이 빠지면서 대립각을 세운 포지셔너들의 난장판이 되고, 뒤늦게 판에 가담했다간 얻어 먹기는 커녕 뒷처리에 거덜날 판이다. 그만큼 금융시장의 골이 깊었단 얘기다.
항간에는 미국이 금리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하도록, 주식판이 좀 더 힘을 받도록 조장하는 정치적 음모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간선거와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주객관적인 요인들이 음모론의 강한 밑바탕을 제공하기 때문이리라.
◆ 버냉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속사정
이쯤되면 버냉키 신임연준 의장이 이끄는 연준 사단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속모를 그 내부사정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이 1995년 상황과 현재를 비교하고 있지만, 사실 지금은 2000년과 비교해야 적절한 시점이라고 하면서, 버냉키가 생각보다 긴축사이클을 오래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기사를 내보냈다.
나아가 2000년과 지금은 그린스펀과 버냉키의 차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잠잠했던 때와 10년만에 최대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차이점을 간관할 수 없다는 배경이 작용하는 중이다.
자산시장의 경우 주식시장 버블은 알면서도 모른 척 할 수 있었지만, 주택시장의 경우 알 수도 또 알면서도 손을 대지 못한다는 난처한 입장일 수가 있다는 지적이 공감이 간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간다면, 연준이 과거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수준을 감내하면서 당분간 상태를 관망할 수 있는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 배경은 두 가지로 집중된다. 주택경기 조정과 그 영향이 미지수라는 점이 그 한 가지고, 미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는 것이 두 번째 배경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중에서 후자를 건드렸다. 이미 지난 해부터 나온 얘기지만 캔자스시티 연준이 주관하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미국의 인구학적인 변모와 특히 '경제활동참가율'의 지속적인 둔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둔화 가능성이 계속 이슈화되어 온 바 있다.
공개화될 뻔 했던 이 얘기는 수면 밑에서만 진행되었고, 지난 8월과 9월 FOMC에서 연준스탭들이 제출한 '그린북' 안에서 심각하게 다뤄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간단히 말해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여유가 사라진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압력에 빠르게 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게 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통화정책은 물가를 누르는데는 효과적이지만, 반대로 물가가 떨어질 때는 별 효과가 없다. 게다가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금리를 인하할 여지도 좁아진다.
생산성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 파생된다. 중앙은행으로서는 생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하며 통화정책의 효력이 줄어드는 어려운 시절을 맞이할 수 있다.
한편 주택경기 둔화와 이것이 가져올 영향력은 그야말로 미지수다. 다만 최근에는 주택경기가 생각보다 급격한 파국을 맞이할 것 같지는 않다는 지적이 나와 한숨 돌렸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자산시장의 움직임은 항상 시장 참가자들의 기대에 크게 좌우되는 특징이 있다. 투자자들이 한번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면 상황은 생각보다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다.
연준은 될 수 있으면 주택경기가 급격하게 조정되지 않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지만, 이는 금리의 변화보다는 구두개입에 의한 분위기 조성 쪽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 금융시장 'No Consensus'
한편 블룸버그통신(Bloomberg News)은 이날 '빌 그로스가 모르는, 피델리티가 알아낸 버냉키의 속사정'이란 모토로 최근 미국 금융시장의 분열상을 전했다.
핌코의 전무이사 겸 수석투자전략가 빌 그로스는 이제껏 주택경기 조정의 여파 때문에 연준이 조만간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2년만기 이하 채권을 매수하는 것이 돈을 벌 수 있는 전략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로스는 최소한 내년까지 연준이 금리를 4.50%까지는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Fidelity Investment)의 조지 피셔(George Fischer)는 연준이 이번에만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아니라, 내년까지 줄곧 금리동결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단기채에 투자하면 손해를 입을 것이니 주의하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 같은 시장의 대립구도는 지난 3/4분기 美 채권시장의 랠리를 중단시키게 만든 컨센서스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피셔는 "연준은 조만간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매번 말하지만, 시장은 '우리가 더 잘 안다'며 고집을 부려왔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사실 이번 FOMC에 대한 80개 기관의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금리동결로 수렴되지만, 그 속에는 첨예한 전망의 대립이 포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와 메릴린치(Merrill Lynch) 등은 빌 그로스의 의견에 동의하다 못해 좀 더 강력한 금리인하 전망을 제기한다. 이들은 연방기금금리가 내년말까지 4%까지 인하될 가능성도 있다며, 2년물 국채가 이 같은 변화를 따라 시장의 랠리를 주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릴린치의 경우 2년물 금리가 3.8%까지, 골드만삭스는 4.2%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고수하는 중이다.
하지만 리만 브라더스(Lehman Brothers)와 RBS그리니치캐피털(RBS Greenwich Capital)의 경우는 피텔리티를 옹호한다. 이들은 연준이 금리를 계속 동결하면서 2년물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JP모건 체이스의 경우 연준이 내년까지 금리를 세 차례나 더 인상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경고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피델리티의 피셔는 2년물 혹은 그 이하 만기의 채권을 매수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10년물 국채를 매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만 브라더스의 아미태브 에이로라(Amitabh Arora) 채권전략가도 "굳이 매수하려면 10년물을 사라. 절대 단기물 쪽은 사지 말라"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