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강행 파장이 외환시장을 큰 충격 속에 빠뜨렸다.
달러/원 환율은 9일 북한의 핵실험 발표 이후 극도의 불안감에 노출되며 상승을 거듭, 전날 종가보다 무려 14.80원 오른 963.90원으로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이 하루 15원 가량 폭등한 것은 지난 2004년 12월 이래 22개월만에 처음이다.
또 이날 폭등으로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8월 28일 964.00원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장중 966.60원까지 오름으로써 지난 8월 3일 967.50원 이래 2개월 최고치도 세웠다.
달러/원 현물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비록 뉴욕시장이 휴장이긴 했으나 아시아 및 런던 등 역외 선물환(NDF)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 선물환율도 환율이 급등했다.
10일 해외브로커에 따르면, 뉴욕 NDF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장중 961.50-962.50까지 거래가 형성된 가운데 961.50/962.50원에 마감했다. 이에 앞서 런던시장에서는 차익매물 등으로 960원까지 밀렸다가 962원선에서 마감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가 공분하는 모습이며, 특히 단호한 대처 입장을 선회하고 있어 북핵 사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옮겨가면서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북한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단호한 대처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지난 김대중 정권 시절부터 고수해온 대북 포용정책(이른바 햇볓정책)에 대해 더 이상 고수하기만은 어렵다며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남북관계 역시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9일 아베 신지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 사태로 인해 대화를 강조해 왔던 한국의 입지가 크게 위축되거나 상실되는 객관적인 상황의 변화가 있다”며 “핵실험 전과 후의 상황이 크게 달라졌으며 냉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되 국내외적으로 조율된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 부시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한미 양국간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우방들과 협력을 바탕으로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부시 대통령 역시 북한 핵실험을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적인 행위이며 대량무기 확산이 미국의 안보에 심대한 위협이 된다고 밝히는 가운데서도 북한에 대해“절제되고 침착하게 대응할 것이며, 특히 한국과 협력이 가장 중요하며 유엔의 논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외교 군사 정치 경제 등 모든 부문에 걸쳐 ‘비상체제’에 들어갔고, 국제사회도 북한 핵사태와 관련한 6자 회담 당사자국은 물론 유엔을 중심으로 ‘긴급상황’에 들어서는 등 긴박한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외환전문가들 관점: 당분간 환율은 상승, 북핵 사태 추후 사태 긴장 속 주시
그렇다면 북핵 사태가 향후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외환금융 및 경제전문 뉴스 뉴스핌(Newspim)이 북핵 사태와 관련해 긴급 서베이를 실시한 결과, 외환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실험 사태와 관련해 한반도 정세가 극도의 긴장 국면에 들어서고 북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강경한 입장으로 볼 때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외환시장은 9일 핵실험 발표로 폭등세를 경험한 이후 수급이나 펀더멘탈과 상관없이 향후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원화 약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940원을 하회할 여지가 당분간 없어졌으며 향후 사태의 진전에 따라 970원과 980원 수준까지 일단 상승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고 보고, 심지어는 북핵 사태가 해결보다는 악화될 경우 1,000원 수준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시장의 흐름을 거슬러 환율 고점을 섣불리 예단하는 식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시장에 순응하면서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비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들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환율 폭등에 대해 다소 냉정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전날 환율이 폭등했지만 그 요인을 보면, 북한의 핵실험 사태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한켠으로는 그동안 환율이 정체되면서 심하게 눌려있었던 상황, 즉 원화가치의 밸류에이션상 부담감이 반발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역외세력의 달러 매수가 공격성을 보이며 환율 폭등을 주도하긴 했으나 역외의 매수 역시 일부분 신규포지션 구축만이 아니라 이전 달러 매도포지션 등을 커버하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단기 베팅 의도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단 달러/원 환율이 단기적으로 북한의 핵실험 이후 추가 뉴스를 보면서 한호흡을 고를 수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의 노상칠 과장은 “환율이 폭등했으나 장막판 다소 밀린 데서 보듯이 부분적인 조정 여지를 갖고 있다”며 “북한 핵실험으로 환율이 상승 국면으로 전환됐으나 단기 폭등에 대한 차익매물 등이 나타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상칠 과장은 “환율이 북한 핵실험 충격에 노출된 이상 추가 뉴스를 주시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오늘(10일)이 중요하다”며 “환율은 박스권 상단인 970원에 일단 걸린 상태여서 한호흡을 고른 이후 추가 상승 여지를 탐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북한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 반응 주시, 북한 역반응도 주목
외환전문가들은 대부분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반응이 중요하며, 여기에 대한 북한의 역반응이나 추가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10.9 북한 핵실험에 대해 국제사회가 고립 일변도의 대북 제재를 하고 자체적으로 미국과의 대화 등 성과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 또다른 초강경수를 둘 수 있으며, 그럴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는 지적들이다.
물론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핵실험은 한국과 중국의 지지나 지원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결국 미국의 금융제재가 이미 시작된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전략적 판단과 북한 체재의 내부 결속의 필요성, 그리고 핵 능력의 기술적 수준 확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전날 핵실험 관련 성명을 통해 100% 자기 기술력과 더불어 방사성 누출없이 안전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점에서 북한이 핵보유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핵보유 자체가 큰 틀의 외교관계를 깨고 군사적 수준까지 나아가길 원치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역시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주장하고는 있으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부시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 대한 총제적 실패’론에 직면할 수 있다. 중국도 북한 핵실험에 대한 경고가 먹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경고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북한 핵사태가 6자회담 당사국들한테 각기 ‘대북 정책의 실패’를 확인시키는 측면이 있고, 북핵 사태의 해결과 정책 실패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엔 등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제재 수위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외환전문가들은 북한의 핵실험 사태가 이미 예정된 수순이며 국제사회의 제재가 군사적 조치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냉정하게 봐야한다는 ‘현실적 시각’을 강조하면서도, 북핵 사태가 결코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점에서 중장기화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감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전종우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의 핵실험 사태로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아시아 국가에 부정적이고 달러 매수쪽 시각을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핵실험은 이미 예고된 바 있고 국제사회도 군사적 조치보다 경제제재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북한의 핵실험 사태가 단기적으로 환율 폭등과 주가 폭락 등을 몰고 왔으나 외국인이 아직은 순매수하는 등 시장별로 다소 다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며 “북한 사태는 거시경제의 근간을 흔들만한 요인이 아니므로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중소기업연구원의 오상훈 경제분석팀장은 “북핵 사태는 단기 충격도 컸지만 사안 자체 또는 남북 및 북미간 관계를 볼 때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한반도의 정세 불안이 중장기적으로 확산되고 금융시장도 일회성 충격 이상을 받게 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강경 입장을 고려할 때 강경조치가 있을 것인지, 여기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가 중요하게 됐다”며 “추후 사태의 전전을 주시해 나가고 특히 외국인들의 금융시장에 대한 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금융연구원의 이윤석 연구위원은 “북핵 사태가 국가리스크를 증폭시키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어 환율은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향후 북한의 핵실험 사태의 추이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율이 폭등 양상이 지속될 경우 정책 당국이 변동성을 줄이는 시장 안정화 조치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북핵 사태로 정부의 외평기금 손실에 대한 국회의 대응수위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