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리는 재경부 위상 다잡는 계기도...“민간에 관치바람 불까 우려”
재경부가 이번에 금융 공기업들을 불러모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IMF 위기 전후나 SK사태, 카드채사태 등 금융부실로 시장이 요동칠 때 금융시스템 안정이나 채권단 자금 지원 필요 등의 목적을 빼고 나면 거의 처음이다시피하다.
특히 산업은행의 자회사 매각 권고가 불합리하다며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반발했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어서 더더욱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금융자유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리스크를 줄이고 금융공기업들의 공공성과 경영혁신을 도모하는 취지에는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으나 자칫 '관치의 부활'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까 하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우선, 재경부가 국책 금융기관들을 다잡는 배경에는 외환위기 이후 시장논리가 팽배해지면서 정책당국의 ‘말발’이 잘 먹히지 않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치금융=외환위기 주범’ 공식이 암암리에 자리잡혀 시중은행들에 대한 재경부의 입김은 급속히 약화돼 온 것이 사실.
실제 지난 2003년 카드채 위기 당시 김정태 국민은행장을 비롯한 시중은행장들은 재경부의 ‘공동 부조'의 뜻을 거역해 정책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든 바 있다.
당시 재경부 관료들은 ‘은행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하소연할 곳을 찾았지만 딱히 사정을 들어줄 만한 사람도 없었다. 반란(?)은 금융계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던 이헌재 씨가 부총리에 임명되면서 간신히 잠재워졌다.
그러나 앞으로도 금융계에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계속 강조될 것이기에 국민, 신한, 하나 등 대형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입김에서 점점 더 멀어질 공산이 크다. 예전처럼 ‘일거수 일투족’ 간섭하고 감시받는 시절은 이미 끝났다.
반면 금융자유화 바람으로 국내 또는 해외발 금융위기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한 순간 방심으로 시중의 유동성 조절에 실패할 경우 은행, 증권, 카드, 부동산 어디서든 위기가 올 수 있다. 역설적으로 ‘관치’(?)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
이에 재경부로서는 아직까지 ‘말발’이 잘 먹히는 국책금융기관부터 확실히 다잡을 필요성이 커졌을 것을 보인다. 역할 재정립을 놓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립하는 모습 또한 눈에 거슬리긴 해도 정부의 개입 필요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재경부가 "금융공기업이 가져야 할 공공성, 사회적 책임 실현”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힌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공공성 위주에서 수익성 위주로 경영방침이 변했지만 공공성을 지나치게 훼손하는 부분은 되돌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시야를 좀 좁혀서 보면 국책기관들을 다잡으면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발을 줄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물론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거래소 등 정부 유관기관장 인사가 날 때마다 내부 직원들이 출근을 막는 일이 잦아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재경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발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이번 협의회에서 한시적이긴 하지만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참여하는 ‘경영혁신 협의회’를 운영키로 한 점은 그래서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감사원 감사를 빌미로 공기업에 대한 예산 자체를 통제하겠다는 방안에서도 ‘관치’의 냄새가 강하게 풍겨난다.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한다지만 정부 인사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금융발전심의회 내에 외부전문가 위원장이 자기 뜻을 펼칠 지도 의문이다.
일단 재경부의 국책기관 다잡기는 시의적절한 부분도 있어 보인다. 그 동안 금융기관들이 지나치게 수익성을 추구해 온 면이 없지 않기 때문.
그러나 이러한 국책금융기관 다잡기가 민간에까지 번지는 것은 별개 문제다. 아마도 민간 시중은행 임원들 중에서는 전현직 재경부 출신 인사들이 모여 ‘으샤으샤’하는 이번 협의회 모습을 보면서 내심 불안감을 느낀 이도 있을 법하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경영혁신이 모임의 주된 이유로 나와 있지만 내용을 보니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인 것 같다”며 “금융의 공공성 약화를 빌미로 민간에까지 관치가 강화될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