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해 상에 미사일 발사실험을 강행한 이후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Fitch Ratings)사는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주니어(William Pesek)는 북한의 도발행위로 인해 주변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상당한 악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먼저 제임스 맥코맥(James McComack) 피치사 애널리스트는 이번 북한의 도발행위는 "한국 국가신용등급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페섹은 물론 이번 결과로 즉시 피치의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A+가 변경되지는 않겠지만, 피치사의 경고는 귀담아 들을 만 하다고 지적했다.나아가 그는 세계2위 경제대국인 일본에 대한 경고 또한 나왔다고 전했다. 페식은 오가와 다카히라 스탠더드앤푸어스(S&P) 아시아 국가신용등급 담당은 "만약 전쟁의 위험이 있다면 국가신용등급을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아마도 일본으로서는 가장 원하지 않는 결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폴 도노반(Paul Donovan) UBS 런던의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의 이번 조치는 아시아 지역에 지속되고 있는 지정학적인 리스크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제출했다.◆ 경제적인 영향도 분명하나, 지금 관건은 지정학적인 요인일단 페섹은 이번 사태에서 대포동2호 발사에 대한 부분은 논외로 해도 좋을 듯 하다고 주장했다. 대포동2호는 발사 40초 이내에 궤도를 이탈해 동해상으로 추락했다고 관측되었고, 이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다소 덜어준 부분이기도 했다.하지만 북한 측은 이번 실험으로 자신들이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위협세력이란 점을 분명히 각인시켰다. 따라서 페섹은 이번 사태가 경제적인 영향보다는 지정학적인 이슈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물론 경제적 리스크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 어떤 북한의 행위도 아시아 경제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특히 글로벌 리스크 회피 흐름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 등장한 이러한 '불확실성'은, 금리인상 추세 및 고유가 부담과 함께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다만 지금으로서는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승자와 패자가 구분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페섹은 본다.그는 이런 면에서 가장 큰 패배자는 북한을 동맹국으로 가진 중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지도부는 이미 경기과열 억제와 내부적인 부패와 사회적 불안정성을 다스리는데도 두 손이 모자란 형편인데, 당연히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지금 동북아시아의 안정이 중국으로는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는 점은 당연한 판단이다.한편 한국 노무현 정부로서도 북한의 태도가 반가울리 없다고 페섹은 지적했다. 이미 국내외 모든 면에서 지지도가 하락한 그는 이번 사태로 인해 북한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내오지 못하게 될 경우 더욱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페섹은 일본이 이번 사태에서는 가장 큰 승리자가 될 것으로 봤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가늠하는 일이 그리 즐거운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를 이용해 유엔(UN)안보리 내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은 호재라고 할 수 있고, 또한 일본은 전후 실추한 아시아 지역 내에서의 군사외교적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일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특히 고이즈미 총리가 부시와 서로 등을 두드리며 친밀한 관계를 자랑한 시점에 김정일이 도발에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이런 점에서는 고이즈미 보다는 아소 다로 외상이 북한 덕분에 국제적인 정치스타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고이즈미는 9월에 임기를 마치기 때문에 아소 외상은 총리 후보전에서 유리한 입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대북한 강경론자인 그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국제사회 내에서 일본이 좀더 단호한 자세를 취할 것을 주장할 것으로 판단된다.다만 부시 행정부가 어떤 식으로 나올 것인지가 열린 문제다. 이런 점에서 부시 행정부가 직접 대화에 나선다면 북한의 지위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다른 점에서 보자면, 미국이 패배자가 될 수도 있다. 이라크 전에서 들인 노력에 비해 얻은 것이 없는 반면, 그 동안 미국이 소홀했던 북한이 대량 살상무기와 미국에 대한 위협 면에서 진짜 문제세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페섹은 지정학적인 음모에 대해 논외로 하더라도, "북한의 영향력"은 올해들어 한국 증시가 연초대비 7% 하락하는 한 가지 이유가 됐다면서, 평양이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나설 경우 매도압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으니 글로벌 시장으로서는 북한의 행위를 계속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