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분석] '도그마' 거부한 베이지안적 '리스크 관리' 스타일이 그린스펀의 성공 비결 -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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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이 오늘 부로 18여년간의 연준 의장직을 종료하고 떠난다. 그가 의장직에 오를 때와 비교하면 인플레이션 및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임기 동안 미국 경제가 두 차례 완만한 침체를 겪은 것을 제외하면 최장기의 경기확장 추세를 기록했다는점에서 그가 남긴 '유산'은 상당히 안전해 보인다.월스트리트저널(WSJ)의 페드와처(FedWatcher) 그레그 입(Greg Ip) 기자는 31일자 1면 기사("Greenspan's Legacy Rests On Results, Not Theories")를 통해, 그린스펀의 유산의 지적인 배경에 대해 얘기하자면 딱히 뭐라고 꼬집어 할만한 얘기가 없지만, 20년 가까이 그의 엄청난 성공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아이디어가 있었다면 아마도 그것은 그린스펀이 절대로 한 가지 이론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다는 점에 있을 것이라는 한 가지 '해석'을 제출했다.실제로 그린스펀은 어떠한 "주의"나 법칙을 신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린스펀주의자는 전혀 양산하지 않았다.◆ '도그마에 대한 거부', 베이지안적 '리스크 관리' 스타일이 비결그레그 입 기자는 그린스펀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바로 도그마의 부재, 혹은 불확실성 껴안기가 그의 성공의 본질이라고 말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그가 경제를 설명하는 그 어떤 특정한 모델에 고착되는 것을 거부했다는 점은, 어느 시점에 더이상 유용하지 않게된 모델를 버리고 또다른 모델을 찾게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그린스펀은 1996년 노동생산성의 향상률이 가속화되면서 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될 것임을 발견했고, 이 때문에 연준이 금리인상을 늦추어도 좋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아마도 이것은 1990년대 미국 경제 확장추세를 좀 더 연장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나서 지난 2003년 일본이 다시 디플레이션을 기록하며 정체국면으로 접어들자 그린스펀은 지폐발행 경제는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란 기존의 오랜 통념을 거부하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연준은 경제가 다시 강력한 확장국면에 접어들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소멸될 때까지 불과 1%의 명목 금리(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게 됐다.지난 수년간 그린스펀은 자신의 정책 의사결정이 도출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그는 자신은 "베이지안(Bayesian 베이즈주의자)"이라고 불렀다. 토마스 베이즈(Thomas Bayes)는 18세기 영국 장로교 출신의 장관으로 어떤 결과를 결정하는 핵심요인들이 알려져 있지 않을 때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법에 대한 확률이론을 정초했다. 베이지안은 가장 확률이 높은 결과에 기초하여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고, 가능한 결과들의 범위를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그린스펀 자신은 이 같은 방식을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라고 불렀다. 이는 더욱 큰 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해서 작은 실수는 허용하는 그런 방식을 의미한다. 2003년 초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정체되고 인플레이션이 더욱 낮아질 조짐을 보일 때 연준은 아직 가능성은 낮은 편이었지만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마도 연준은 이러한 위험이 없다고 판단한 순간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을 것이다.물론 만약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더라면 이런 전략은 엄청난 재앙을 불어왔을 수도 있다. 물가와 임금이 일단 하락하기 시작하면 제로금리를 통해서도 경제주체들의 부채 악순환을 막을 길이 없다. 따라서 여전히 가능성은 낮지만 이런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연준은 인플레이션 압력의 상승 가능성을 감수하면서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했던 셈이다. 물론 그린스펀은 나중에 의회 증언에서 "우리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루는 방법은 알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심리전문가, "그린스펀은 '여우'형 인간이었기 때문에 성공했다"그린스펀이 '신비주의'적 태도를 견지하는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가지론적인 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필립 테틀락(Philip Tetlock)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심리학교수는 "사람들이 모호성이나 불확실성을 혐오하는 특징이 있고, 랜덤한 과정에서도 항상 질서를 발견하기를 고집한다"고 말한다.테틀락 교수는 "전문가의 정치적 판단(Expert Political Judgement)"이란 저서에서 16년간의 연대기를 통해 총 284명의 지정학 전무가들의 예측을 검토한 결과 "전문가들의 어떤 문제에 대한 생각 자체보다는 그 문제에 대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그에 따르면 우파든 좌파든 세계에 대한 단일하고 통일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일수록 잘못될 가능성, 특히 매우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컸다. 테틀락 교수는 이 같은 사람들을 완고한 방어벽을 갖춘 "고슴도치"라고 부르면서, 이들은 자신에 대해 회의하는 경우가 적고 자신의 견해를 부정하는 증거를 놓치거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반대로 그가 "여우"라고 부른 사람들은 "다수의 절충주의적 전통에서 결론을 이끌어 내고, 모호성이나 모순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인다".일부 고슴도치형 인물은 자신의 생각이 올바른 것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위대한 지도자나 기업가 혹은 과학자가 되기도 하지만, 여우로 분류되는 인물들은 딱히 뭐라고 정의하기가 곤란하다.그린스펀이 바로 그런 "여우"형 인간에 속한다. 그의 모호한 선언과 명확한 태도의 기피는 경제구조의 끊임없는 변화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는 2003년 8월에 "불확실성은 통화정책의 전망(landscape)에서 중요한 특징일 뿐 아니라, 바로 그러한 전망 자체를 결정하는 특징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그린스펀과 연준의 절친한 동료들은 자신들의 작업을 "인식론(epistemology)", 즉 어떤 것이 알려져 있는지 혹은 알려지지 않았는지 그리고 과연 인식할 수 없는 것인지 여부를 규명하는 과학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2004년에 그린스펀은 경제예측 전문가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지점 가운데는 하나는 기업의 재고가 제로 수준 이하로 떨어질 수 없다는 정도의 상식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마도 이 정도가 자신이 예측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는 전부일 듯 하다고 말했다.앞서 테틀락 교수는 여우형 인물들은 위대한 예측가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1987년 그린스펀은 인준 청문회에서 상원의원들이 왜 그의 전망이나 투자실적이 시장의 평균수준을 밑도는지 질문하자 "내가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지점 외에서의 경력은 좀 더 성공적이었다는 사실 밖에 없다"고 대답한 바 있다.결국 테틀락 교수는 여우형 인간이 고슴도치형 인간에 비해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커다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점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 총재로 보자면,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사태나 1970년대 인플레이션 사태를 회피하되 일시적인 경기침체는 수용하는 방식이 더 성공적이었을 것이란 얘기와 같다.그렇다면 그린스펀의 절충주의적 태도는 후임자인 버낸키(Ben S. Bernanke)가 그와 같은 성공을 재연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소일까? 반드시 그렇지 않은 않다. 사실 중앙은행가들 중 그 누구도 고착된 모형이나 법칙을 고수하는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종의 "리스크 관리" 스타일을 따르기 때문이다.◆ "불균형" 남긴 그린스펀, "행운"도 많이 따랐다그린스펀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경제적 유산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판자들은 그린스펀이 남기고 떠나는 막대한 경제적 불균형, 즉 사상 최대규모의 무역적자와 마이너스 저축률 그리고 높은 주택가격을 문제로 삼는다.또 다른 사람들은 과연 그 동안의 경제적 성과에 대해 그가 기여한 것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의구심을 제출한다. 하버드대학 경제학교수인 맨큐(Greg Mankiw)는 상품가격의 급등이나 노동생산성의 둔화 등과 같은 예기치 않은 충격이 197년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힘들게 했으며, 1990년대는 바로 그 반대의 경우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맨큐 교수는 "어떤 중앙은행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릴 때는 '행운'이란 요소가 중요하게 평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그는 1990년대 초반에는 미국 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들이 강력한 경제확장 추세를 보였다며, 따라서 "통화정책은 엄청난 지혜가 필요할 정도로 복잡한 그런 것이 아니며, 경쟁력있고 좋은 취지를 가진,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는 성실한 중앙은행 정책 집단이라면 모두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물론 버낸키를 포함한 여러 다른 중앙은행가들은 그린스펀의 정책 운용 능력과 성과를 보면서 교훈을 얻었다고들 말한다. 물론 버낸키는 지적인 배경도 잘 갖추어진 상태에서 의장직을 물려받게 된다. 금융시장의 붕괴가 경제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과 중앙은행의 의사소통 전략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통계학적 분석이 담긴 버낸키의 논문들은 대공황과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형성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다.그렇지만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버낸키는 "우리가 아는 한 최선의 통화정책 운용 경험은 그린스펀의 임기 동안 등장한 것들이며, 나 자신의 일차적인 임무는 그린스펀 시대에 형성된 정책 및 정책전략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일"일 것이라고 언급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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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법무장관에 민변 출신 이용철 '성남라인'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새 법무부 장관에 이용철(66·순창) 현 방위사업청장, 국세청장에 안덕수(55·부산) 서울지방국세청장을 후보로 지명했다. 청와대 새 정무수석으로는 최인호(60·창녕)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 출신인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을 임명했다.
임광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 발표 브리핑을 했다. 임 실장은 "국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소통하겠다는 의지이며 국민 삶 속에 정책 변화와 효능감이 체감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이번 인사 방향을 설명했다.
임 실장은 이 법무장관 후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으로 인권 보호와 민주 가치 증진에 힘써 온 변호사"라며 "참여정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역임하며 반부패와 제도개혁을 주도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임 실장은 "법조인이면서도 구조개혁 등 다양한 행정 경험을 갖춘 만큼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안착시키고 누구도 소외되거나 억울한 일을 겪지 않는 법무 행정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번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임 실장은 이 후보가 과거 대장동 사건에 연루됐다는 언론 질문에 "그 부분은 검증 때 감안됐고 자세한 건 국회 인사청문회 때 본인이 소명할 걸로 기대한다"며 "적임자를 뽑기 위해 다양한 많은 분에 대한 검증이 있었다"고 밝혔다.
안 국세청장 후보에 대해 임 실장은 "국세청 1조사국장과 징세법무국장, 납세자보호담당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세무 행정 전문가"라며 소개했다.
임 실장은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국민이 손해 보지 않도록 악의적 탈세와 숨긴 재산은 끝까지 추적해 조세 정의를 실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이유를 설명했다.
최 정무수석 내정자에 대해 임 실장은 "부산 지역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민주당 최고위원과 수석대변인을 역임하며 소통과 통합의 가치를 실천해 온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임 실장은 "우리 사회의 통합과 성장을 위해 더 낮은 자세로 여야,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임 실장은 "청와대 내부 인사는 검토가 되는 대로 업무의 연속성과 개혁 성과, 국민 체감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적당한 시점에 인사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pcjay@newspim.com
2026-11-0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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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최대주주 오른 호반건설…항공업 진출?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호반그룹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을 0.11%p(포인트) 차로 제치고 한진칼 최대주주(지분율 20.69%)에 오르면서 호반건설의 지분 매입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순 투자라는 공식 입장과 달리, 건설업 불황 속 한진칼 지분이 그룹의 재무적 가치를 뒷받침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은 데다 과거 금호산업 인수전부터 이어진 항공업 진출 구상에도 다시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분양 반토막·PF 대위변제 덮은 6152억 평가차익… 호반의 '손익 방어막'
[AI그래픽=송현도 기자]
6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주택·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수천억원을 투입해 한진칼 지분을 확보한 배경에는 재무적 실익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칼 주가 상승에 따른 대규모 평가이익이 건설업 불황으로 악화한 그룹의 실적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반건설의 2025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1조2326억원, 영업이익은 1361억원으로 전년(매출 2조3706억원, 영업이익 2716억원) 대비 각각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주력 사업인 분양수익이 1조1476억원에서 2531억원으로 급감한 영향이 컸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472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의무에 따라 4395억원을 대위변제하면서 2381억원의 기타대손상각비를 인식하는 등 재무 부담도 커졌다. 올해 2월에는 대위변제에 따른 구상채권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대구 황금동 주상복합 용지를 2750억원에 취득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본업 부진을 상쇄한 것은 한진칼 지분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이다. 취득원가가 6966억원인 한진칼 지분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1조5544억원으로 늘었다. 호반건설은 이를 통해 한 해 동안 6152억원의 금융자산 평가이익을 인식했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음에도 당기순이익은 4752억원으로 전년(2657억원)보다 78.8% 증가했다.
100% 자회사인 호반호텔앤리조트도 비슷한 구조다. 본업 영업이익은 182억원에 그쳤지만, 보유 중인 한진칼 주식(장부가액 5902억원)에서 2267억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이익 1872억원을 기록했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이를 바탕으로 모회사 호반건설에 1000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하며 자금 공급 역할도 했다.
결국 한진칼 지분은 호반그룹의 실적 방어와 현금 확보에 기여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이어지면서 한진칼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평가이익 확대는 물론 그룹의 순이익과 배당 여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집중투표제' 무기 쥔 호반… 이사회 진입 시 한진 경영권 영향
호반이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진입에 성공할 경우, 단순 주주를 넘어 한진그룹 지배구조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한진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진칼은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상법 개정에 맞춰 정관 제30조의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했다.
집중투표제란 주주총회에서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받고 이를 특정 후보 1명에게 몰아주거나 나누어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내년 3월 주총이 한진칼에 집중투표제가 의무 적용되는 첫 무대가 된다. 내년 3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배성례(ESG경영위원회·보상위원회 위원장), 송백훈(분리선출 감사위원 겸 감사위원장), 홍동표(감사위원 겸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장) 위원 등 3명이다.
특히나 분리선출 감사위원 표결에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강화된 '3% 룰'이 적용된다. 오는 12월 31일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최대주주가 되는 쪽이 의결권에서 불리해지는 구조다. 조원태 회장이 예고대로 12월 중 지분 0.49%를 추가 매수해 최대주주를 탈환하면 조 회장 측 전체 의결권은 3%로 묶이는 반면, 2대 주주가 되는 호반 측은 계열사별로 나눠 총 6.32%를 행사할 수 있다.
호반 입장에서는 감사위원 표결의 실리를 챙기기 위해 연말까지 조 회장의 최대주주 복귀를 용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반 사외이사 선임에서도 호반이 주총 6주 전(내년 2월 중순)까지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꾼 뒤 집중투표제를 신청해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이사회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호반 측 인사가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1석이라도 진입하면 상법상 회계장부 열람권과 주요 안건 의결권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자금 지원, 자회사 부동산 매각, 배당 정책 등에 관여할 수 있다. 나아가 호반호텔앤리조트(리솜리조트)와 한진칼 산하 호텔·관광 계열사(칼호텔네트워크, 한진트래블) 간의 사업 시너지나 자산 매각 협상을 요구할 기반도 확보하게 된다.
반면 한진칼은 지난해 8월 보유 자사주 44만44주(0.66%)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전량 출연해 현재 방어에 쓸 수 있는 보통주 자사주가 3주뿐이다. 올해 1월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가 그랜드하얏트인천 웨스트타워를 2100억원에 매각해 한진칼 본사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3201억원)은 늘어났지만,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방어에 나설 수는 없어 조 회장 개인과 우호 세력의 자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 금호산업 인수전부터 이어진 항공업 진출 시도… 산은 지분 매각이 승부처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호반의 목표가 단순 차익 실현을 넘어 한진그룹 경영권 인수에 맞춰져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상열 호반그룹 창업주는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였던 금호산업 인수전에 단독 응찰하며 항공업 진출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채권단과의 가격 이견으로 무산됐지만, 이후 리솜리조트와 퍼시픽랜드를 인수해 레저 사업을 확장했고 2022년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며 항공·레저 수직계열화를 추진했다. 주택 사업에 편중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바꿀 카드로 한진칼을 낙점했다는 평가다.
내년 3월 주총에서는 조 회장 측과 델타항공, 한국산업은행(10.58%) 등 우호 지분이 과반에 육박해 당장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다. 한진칼 시가총액이 적정 가치(3조3000억원 추산)를 웃도는 12조3000억원대까지 올라, 장내에서 지분 1%를 추가 확보하는 데 1230억원이 드는 점도 부담이다.
호반건설의 지난해 말 연결 현금 및 단기유동성 금융자산이 1조1916억원 수준이지만, 단기금융부채 역시 1년 새 679억원에서 5172억원으로 늘어 장내 매수를 지속하긴 어렵다.
결국 향후 승부처는 항공 산업 구조 개편이 끝난 뒤 시장에 나올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 10.58%다. 대한항공은 올해 5월 아시아나항공 흡수합병을 결의한 데 이어 8월 12일 소규모합병 승인 이사회 결의를 완료하며 연말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있다. 내년 3월 저비용항공사(LCC) 3사 통합까지 마무리되면 산은이 지분을 보유할 정책적 명분은 사라지고 공적자금 회수 절차가 진행된다.
산은은 2020년 11월 체결한 투자합의서에 따라 의무 위반 시 5000억원의 위약벌을 부과할 담보로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주식 385만8869주(약 5.78%)에 근질권을 설정해 두고 있으며, 유사시 조 회장 지분까지 묶어 제3자에게 팔 수 있는 동반매각요구권과 동반매도참여권을 보유하고 있다.
호반이 20%대 지분을 바탕으로 이사회에 진입해 경영에 관여하다가 향후 산은 지분 10.58% 인수전에 참여해 이를 확보할 경우, 지분율을 31%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은 지분 인수나 경영권 확보가 여의치 않더라도, 과거 대우건설·금호산업 사례에서 보듯 지분 가치를 높인 뒤 조 회장 측 우호 세력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블록딜로 넘기는 출구 전략을 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dosong@newspim.com
2026-11-06 1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