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하반기, 그러니까 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의장이 자신의 임기 중 마지막이 될 험프리 호킨스 증언을 수행하는 시점에 시장의 관심은 전혀 딴 곳에 가있는 모양이다.더구나 중국이 위앤화를 평가절상하고 환율제도를 개혁한다고 발표하면서, 금융시장은 그린스펀의 중요한 발언을 몇 가지 놓치고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이번에 그린스펀 연준리 의장은 시장이 예상했던 대로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평가를 제출하고, 금리인상 추세를 중단할 의향이 없음을 분명하게 시사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성장률 전망치는 소폭 하향 조정하였으나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확장추세가 예상된다고 말했고,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약간 상향 수정하면서 단위노동비용 상승 등 본격적인 인플레 압력요인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수수께끼 어느 수준까지 풀었나이런 기조 자체만 보자면 이번 증언은 전혀 이슈화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번 증언 연설을 통해 그린스펀은 그 동안 자신이 제기해왔던 몇 가지 우려지점, 혹은 쟁점에 대해 나름의 시각 변화 또는 구체적인 설명방식을 투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특히 그는 최근 장기금리 하락추세의 가속화에 대해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의 축소라는 설명시도를 도입하고, 주택시장의 호황도 이러한 프리미엄의 축소 맥락에서 바라보는 등 일부 수수께끼 해결시도를 드러냈다.대략적인 구도만 풀어냈지만, 이제 그에게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남는 것은 이제 실질적인 기간 프리미엄이 과연 얼마인지, 또한 글로벌 저축성향 내지 저축패턴의 예상과 같은 요소들일 따름이다.시장 참가자들은 긴축정책의 중단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음에 따라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인 연말까지 연방기금 금리가 4%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모양새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이들은 "혹시 연준리가 중립금리 이상으로 금리 오버슈팅을 감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별다른 시사점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을 아쉬워 하고 있다. 통상 통화정책당국은 경기의 진행상황을 따라 이에 역행하는 방식(leaning against the wind)을 사용하는데, 이 경우 목표로 삼은 중립수준, 혹은 적정수준보다 금리를 더 높이거나 더 낮출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최근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것은 무엇보다 美 주택가격에 일부 거품이 발생하면서 연준리가 직접 제어에 나서야 하는지를 놓고 시장에 논란이 일어났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6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됨으로써 연준리 정책결정자들은 확실하지 않은 부동산시장의 거품에 대해 직접 금리인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결론 도달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린스펀 자신도 이런 태도를 계속 고수하는 중이다.◆ 경제전망 낙관, 인플레 여건도 호조 "이보다 좋을 순 없나?"이번 그린스펀의 증언이나 연준의 통화정책 보고서에는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 현황을 낙관하는 논조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통화정책 보고서에서는 "미국 경제가 지난 상반기 중 유가 급등에 따른 총수요 상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견실한 속도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올 상반기 미국 경제를 부양했던 펀더멘털 요인들이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또 보고서는 "지난 1년여간의 비용 및 물가 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코어 소비자 물가 인플레는 올해와 내년 계속해서 억제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에 연준이 제출한 전망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중심 전망 기준으로 3.5%에 이르고 내년에도 3.25%∼3.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이는 지난 2월 보고에서의 올해 3.75∼4%와 내년 3.5%의 성장 전망에 비해서는 소폭 하향조정된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미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웃도는 양호한 전망이다.코어 PCE 디플레이터를 기준으로 한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올해와 내년 모두 1.75∼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역시 당초 전망치인 1.5∼1.75%에 비해서는 소폭 상향조정된 것이지만, 연준리의 '안심영역'인 1∼2% 범위에 머무르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린스펀은 이번 증언에서 이른바 '소프트 패치'(soft patch) 논쟁을 둘러싼 의문을 완전히 제거하고자 했다. 그는 "최근 2개월간의 거시지표 결과는 소프트 패치가 심각한 경기둔화의 조짐이 아니라는 견해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그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성장률 둔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원유 선물시장의 전망에 반영된 것처럼 유가가 진정된다면 총 수요 전망은 양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종합적으로 그린스펀은 이번 증언을 통해 "연준의 기본 목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인플레 압력의 억제"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우리 견해로는 이런 결과를 인식하는 것은 연준이 통화정책상의 경기부양 기조(monetary accommodation)를 계속 제거해 나갈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미국 경제을 둘러싼 세 가지 '불확실성'이번 증언과 보고서에서 그린스펀과 연준리는 낙관적인 경기전망과 긴축정책의 지속 가능성 뿐아니라, 최근 등장하고 있는 몇 가지 중요한 리스크에 대해서 지적했다.이번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상당한 불확실성들이 이런 경제 전망을 둘러싸고 있다"면서, "유가가 추가상승할 경우 경제 및 인플레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미칠 것이며, 적어도 일부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펀더멘털로 정당화될 수 없는 수준까지 급등했을 가능성이 우려 요인이다. 또 다른 예로 최근 측정된 단위노동비용의 급등세가 예상보다 지속되는 경우 인플레이션 전망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은 美 경상수지 불균형의 전개양상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그린스펀은 좀 더 직접적으로 "몇가지 중요한 불확실성들"에 대해 지적하면서 마찬가지로 단위노동비용, 에너지 가격 그리고 장기 금리의 최근 행태(recent behavior)을 거론했다. 단위 노동비용의 경우 노동생산성 향상 문제와 결부되어 있는데, 그린스펀의 경우 이 요소가 다소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본다. 에너지 가격은 당분간 충분한 규모의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기 힘들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참고로 그 동안 그린스펀이 노동생산성 향상과 원유 탐사 및 시추기술의 혁신으로 인한 유가의 장기 하락추세 전망을 지지하는 사람이었음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따라서 그린스펀의 가장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또한 가장 신중하게 다루고 있는 주제는 단연 장기금리의 행태와 관련된 불확실성이다. 이번에도 그는 장기금리의 행태가 전례없는 놀라운 양상이라며 '세계화의 힘들'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린스펀은 미국 채권시장 보다 여타 주요 외국자본시장에서 금리 하락추세가 완연하게 드러난 점을 감안하더라도 요인은 '글로벌'한데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금리의 최근 하락추세의 가속화 "기간 프리미엄의 축소" 반영여기서 그는 "두 가지 구별되면서 겹치는 전개 양상, 즉 강기적인 채권수익률의 하락추세와 최근 이러한 추세의 가속화"를 구분하고 있다.여기서 그는 1년물 채권 수익률의 10년 후 수치에 대한 내재적 선도금리를 설명대상으로 제시한다. 1994년까지만 해도 이러한 내재 선도금리가 8%를 넘었으나 지난 2004년 중반까지 6.5%대로 떨어졌다. 그런데 이 금리가 지난 1년만에 10년간 하락추세의 폭만큼 급격히 하락한 것이 최근 추세로 구별된다는 것이다.먼저 그린스펀은 장기 하락추세는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부분적으로는 인플레이션 기대의 하락, 인플레 변동성 감소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의 감소 그리고 최근 경기주기의 축소로 인한 기간 프리미엄의 위축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그가 보기에 이러한 인플레 기대수준의 하락과 리스크 프리미엄의 축소는 중요한 추세의 징후, 즉 자신이 올해 2월에 제출했던 글로벌 경제의 유효한 생산용량의 실질적인 확대, 부분적으로는 소비에트연방의 해체와 중국 및 인도의 세계경제로의 편입으로 발생한 이러한 추세의 징후다. 바로 이러한 생산용량의 증대가 의심할 여지 없이 인플레이션 기대수준 및 인플레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아지게 했다는 것이다한편 장기적인 금리하락 추세에 기여한 또다른 요인은 글로벌 경제의 "의도한(미래의) 투자'(intended investment)'가 '의도한 (미래)저축'(intended savings)에 미치지 못하는 저축의 과잉 문제라고 그린스펀은 덧붙인다.이런 후자의 설명방식은 지금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이 된 벤 버낸키 전 연준리 이시가 제출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버낸키는 과잉저축에 중심을 둔 반면, 그린스펀의 경우 이러한 과잉이 저축의 과잉이 문제인지 투자의 부족이 문제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제한적으로만 말하고 있다.한편 그린스펀의 최근 장기금리의 급격한 하락세에 대해 이런 요인들과는 다른 것을 제시한다. 그가 보기에 10년간 지속되어 온 글로벌저축-투자 균형의 변화가 최근 금리 하락추세의 급격한 양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연준리 스탭이 제출한 평가에 따르면(According to estimates prepared by the Federal Reserve Board staff), 지난 1년간 내재적 선도금리의 급격한 하락세는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의 하락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을 제시한다.그는 이러한 설명방식이 의심할 여지없이 상당한 불확실성을 동반하지만, 최근 경제의 안정성에 고무된 리스크 테이커(risk takers, 투자자들)가 투자기간을 좀 더 길게 확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이러한 행위는 주식 및 채권옵션 등의 가격에서 추산한 증시와 채권시장에서의 예상 변동성의 실질적인 하락 및 신용리스크 프리미엄의 축소와 동반되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 주택시장 붐도 같은 맥락, "장기금리 더이상 내려가기 힘들다"여기서 그린스펀은 역사적인 경험에 따르면, 상대적인 안정성이 장기화될 경우 종종 투자수익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가 형성되거나 때때로 금융시장의 과잉(financial excess)과 경제적 스트레스(economic stress)로 귀결될 수 있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그린스펀은 바로 이러한 인식이 최근 주택시장의 호황을 이끌어 내면서 동시에 일부 관련 리스크를 창출해 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0년물 금리의 하향 안정 및 모기지금리의 안정세가 최근 주택건설의 급증, 주택매매의 증가 그리고 특히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이끌어 냈다며, 확실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지역 주택시장에 "작은 거품의 조짐(signs of froth)"이 형성된 것은 분명하다고 그는 강조했다.특히 그는 2001년 이후 투자목적의 주택구입이 크게 증가하였다는 지표들이 바로 지역시장에서 투기적 열풍(speculative fever)을 반영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여기서그는 주택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킬 수 있는 요인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볼 때 장기금리의 상승이 주효했다고 언급, 앞으로 장기금리가 추가 상승할 것이란 믿음을 강하게 드러냈다.그는 최근들어 미국과 일본의 투자환경이 개선되었으며 유럽이 다소 정체하고 있지만, 세계 자본지출 확대추세가 저축성향의 확대로 인해 상쇄되지 않는다면, 실질 장기금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린스펀은 특히 '기간 프리미엄'이 사상 최저수준이기 때문에 장기금리라 더 내려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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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출구조사 "유권자 65% '인플레 트럼프 탓'"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고물가와 경제 난국의 책임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 CNN, CBS 등 미국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윌리엄 C. 가우디 기술 아카데미의 중간선거 투표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의 44%는 "2년 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가계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고 답한 반면, 좋아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이번 출구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8%에 그쳐, 1기 임기 당시 치러진 2018년 중간선거 지지율(45%)보다 7%포인트(P) 하락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답했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4대 핵심 경합주(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권자들이 꼽은 가장 중요한 선거 이슈는 경제(39%)였으며, 민주주의 수호(32%)가 뒤를 이었다. 체감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는 ▲유가 및 경유 가격(87%) ▲식료품 가격(88%) ▲공공요금(86%) ▲의료비(85%) 등 삶의 질과 직결된 전 분야에서 80%가 넘는 유권자가 불안감과 생활고를 호소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층 비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라티노 우위 격차는 2024년 10%P에서 이번에 16%P로 크게 확대되며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흥미롭게도, 유권자들은 양당 모두에 대해 높은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4%(호감 46%), 공화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59%(호감 41%)로 양당 모두 과거 두 차례 중간선거 대비 비호감도가 크게 상승했다. '양당 모두 비호감'이라고 답한 유권자 비율도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이슈별 정당 신뢰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경제, 외교 정책, 의료, 공직 부패 등 다수 분야에서 공화당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공화당은 이민 문제에서만 유일하게 우위를 점했으며, 인공지능(AI) 정책과 세금 이슈에서는 양당이 팽팽히 맞섰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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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