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이제까지 가장 확고하게 여겨지던 거시경제적 관계에 대한 이론을 고쳐쓰게 만들고 있다. 세계경제의 '마에스트로'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美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또한 세계화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에 새로운 힘이 작용,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딱히 이렇다할 대책도 없다.스티븐 로치(Stephen Roach)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과 절묘하게 맞춰 세계화는 고용과 실질임금, 소득분배, 인플레이션 그리고 교역 및 자본흐름을 새롭게 빚어내는 진정한 힘(forces)이라는 내용의 보고서("Global: The New Macro of Globalization", GEF Jun. 06.2005)를 그린스펀 의장의 베이징 연설 직전에 제출했다.로치는 세계화로 인해 발생하는 고용시장과 물가 그리고 자본이동이라는 분야에 세 가지 아비트러지(arbitragies), 혹은 왜곡효과에 대해 주목한다.역외노동시장의 형성과 IT기술을 통한 연결 및 접속성으로 임금정체 양상이 지속되고 있고, 중국과 인도 등 저비용 생산거점으로 물가압력이 둔화되었으며 또한 개도국에서 미국으로의 저축의 이동에 따른 저금리 자산시장 부양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 바로 그 내용이다.또 그는 세계경제 불균형의 조정 가능성과 최근 무역마찰로 인해 세계화에 대한 역공세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소비를 향유해 온 미국은 이에 대한 대가를 치룰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아래의 내용은 스티븐 로치의 보고서를 완역에 가깝게 정리한 것이다.◆ 세계화와 이상현상, 그리고 잠재적인 위험세계화는 선진국으로부터 부와 번영을 개발도상국으로 신속하게 이전시키고 있고, 이런 변화 속에 부유한 선진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더구나 IT기술의 발전으로 경제활동의 융합이 초고속으로 이루어지는 중이다. 경제학자와 정책당국자, 노동자, 투자자 그리고 정치인들 그 누구도 이러한 거대한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화에 대한 잠재적인 역공세(backlash, 逆火) 가능성이 주목을 끈다.선진국경제 중에서도 가장 유연하고 개방적이라는 미국조차 세계화가 던지는 긴장과 제약 속에 가파른 벼랑으로 몰리고 있을 지경이다. 전후 미국경제가 경험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증거들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일자리 증가세는 확연하게 둔화되었으며, 최근 다섯차례 美 경기회복기와 비교할 때 일자리 규모가 약 1,000만개 정도 낮은 수준이다. 또 인플레이션 압력이 믿을 수 없을만큼 낮게 유지되고 있다. 온통 물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난무하고 있는데도 코어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4월에 불과 전년대비 2.2% 상승하는데 그쳤다.이런 상황에서 실질임금은 거의 정체양상을 보일 정도로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보통이 경기주기에서도 궤를 벗어나는 것이지만, 높은 생산성 향상률을 감안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준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그 결과 미국 개인소득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수입은 통상적인 경기회복기에 비해 약 3,000억달러 정도 낮은 수준으로 기록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그런데 이렇게 일자리도 부족하고 임금상승도 부진한데 미국인들의 소비는 놀라울정도로 강력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내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975년부터 2000년 사이 평균 67%이던 것이 최근에는 71%로 사상 최대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당연한 말이겠지만 일자리와 임금상승이 부족한 상황에서 소비가 이렇게 증가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저축률은 제로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 가계는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이렇게 소득이 부족한 경제가 자신이 보유한 것 이상으로 소비할 경우 언젠가는 이 순환의 고리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미국경제에서 전개되고 있는 두 가지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먼저 막대하게 형성된 이른바 "자산경제(Asset Economy)"가 가계의 구매력을 유지시키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궤를 같이 하는데, 문제는 소비자들이 고평가된 주택가격에 기초하여 새롭게 구매력을 확대할 수록 부채수준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두 번째 주목할 지점은 미국의 순 국내저축율이 GDP의 1.5% 수준까지 사상 최저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축이 부족한 미국경제는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의 저축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 이는 GDP의 6%에 달하는 방대한 경상수지 적자로 현상하고 있으며, 갈수록 미국인들의 이방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러한 모든 거시경제적 이례성(anomalies)은 세계화로 인한 새로운 강력한 제약요인들을 보여주는 징후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고용, 물가 그리고 자본시장에 발생한 세계화의 세 가지 힘(forces)과 변화 이처럼 세계화로 인해 세계경제를 새롭게 변모시키는 세 가지 대규모 힘(mega-forces)이 존재한다. 첫째는 이른바 "세계노동시장의 왜곡(global labor arbitrage)"으로, 이는 역외 고용 풀이 점점 확대되면서 세계적인 수준에서의 일자리 창출 및 임금결정 요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근대경제에서는 일자리 및 임금 경쟁은 주로 제조업과 재화교역 부문에서 발생하였으나, 최근에는 역외 저임금 고숙력 지식노동자 풀로 인터넷 및 실시간 접속가능성이 열리면서 서비스 및 비교역재화 부문으로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5년전까지만 해도 주로 이런 현상은 데이터 처리나 콜센터 등 제한적인 범위에 머물렀으나, 지금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엔지니어일, 디자인 그리고 법률, 의료, 회계 고급컨설팅 등 고부가가치 전문분야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다.물런 이런 역외 고용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인 숫자로는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그 증가속도는 대단히 빠르기 때문에 강력한 변화요인이 되고 있다.두 번째 힘은 이른바 "글로벌 가격 왜곡(global price arbitrag)"를 통해 작동한다. 이제 국내경제의 비용구조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변화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글로벌 공급 및 수요에 따라 새로운 "시장의 가격결정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이런 점에서 비추어 본다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그리고 놀랍게도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다. 가격결정자가 과연 미국인지 아니면 중국 혹은 인도인가라는 질문이 등장한다. 여기서도 인터넷이 중요한 매개자로 등장한다. IT기술을 동원한 글로벌 리소싱 능력은 새로운 글로벌 가격왜곡 요소가 되었다.마지막으로 "글로벌 저축 왜곡" 현상이 거시경제 모형을 뒤바꾸는 세 번째 힘이다. 여기서는 전세계가 잉여 저축을 미국의 부족한 저축으로 몰아주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보전되려면 매일 30억달러 정도의 자금이 꾸준이 유입되어야 한다. 이런 자금은 민간 포트폴리오 투자자 뿐 아니라 이제는 주로 해외중앙은행과 같은 정책적인 매수세에 의존한다.벤 버낸키 연준리 이사는 이런 양상을 미국이 세계의 과잉저축을 소비해주고 있다는 식으로 '좋은 방식'으로 설명하지만, 실은 미국 이외의 경제가 미국의 소비자들을 부양하면서 정작 자국경제의 내수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러한 저축의 이전 양상은 기존의 세계화 설명 모델의 틀을 깨고 있다. 글로벌 저축의 이동은 선진국경제가 소비과잉으로 인해 중국과 같은 가난한 나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빌려쓰는 방식으로, 과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우세하던 선진국으로부터 가난한 국가로의 자본이동과 비교할 경우 말하자면 "거울 이미지(逆像)"가 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세계화의 새롭고도 강력한 '제약요인'에 따라 복잡한 양상이 전개된다. 국경을 넘어서는 노동력의 이동과 물가의 결정 그리고 저축의 이동은 기존의 폐쇄경제 거시모형을 완전히 쓸모없는 이론으로 만들었다.또 이런 새로운 힘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상호작용 및 상승작용을 나타내면서 작동한다. ◆ 美 자산경제의 필연적 조정 가능성과 그 지연 요인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자산경제'가 과대하게 성장한 것이다. 세계의 최대 경제인 미국이 일자리 부족과 실질임금의 정체 그리고 저축의 부족 속에서도 소비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바로 '자산가격의 부양'에 있는 것이다.최소한 당분간은 저축이 풍부한 개발도상국들은 미국 자산경제를 부양하는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해 줄 의지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공급된 자본은 실질금리를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중국과 인도와 같은 저비용 생산거점의 등장으로 인한 글로벌 가격 왜곡 형상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면서 더욱 저금리 체제가 장기화되고 있다. 이러한 저금리 기조는 결국 금융시장의 거품을 양산하게 될 것이다.결국 세계경제가 다시 좀 더 지속가능한 성장세를 획득하려면 이러한 이례적인 양상들이 올바르게 교정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중국이 내녀까지 경기둔화세를 지속하면서 세계경기를 끌어 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런 필수적인 조정과정이 생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스티븐 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신이 채권 약세론자에서 강제론자로 변모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뉴스핌 기사 참조, "[해외시각] 美 10년물 국채금리 내년 3.5% 하락 가능 - 스티븐 로치", 2005.06.01)불행하게도 현재 전개되는 "용감한 신세계"는 이러한 필연적인 조정에 제대로 견딜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현재 시스템 전반에 긴장과 제약이 가득하며 정치적 개입의 필요성도 크게 증대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빠르게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는 점은 이런 면에서 대단히 시사적이다.워싱턴은 현재 위험에 빠진 새로운 거시경제적 환경에 대해 무시하고 있다. 즉 미국의 경상수지 및 무역적자가 저축을 줄인 미국인들의 불행한 결과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자국 환율제도가 민족적 주권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언급하여 스스로 정치적인 수세로 자신을 몰아넣고 있는 중이다.이러한 美-中 마찰은 또한 앞으로 유럽과 중국의 마찰을 예감하게 한다. 유럽은 내부적인 정치일정이 혼란에 빠져 있기 때문에 당장 드러나지 않지만, 역시 일자리 및 소득의 부진이라는 불안정한 양상이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무엇보다 가장 큰 위험은 새로운 글로벌 거시환경의 결국 세계화에 대한 "역공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런 점에서 점증하는 무역마찰은 바로 오랜 기간 동안 경제이론을 점령해 온 자유무역과 비교우위 경쟁력이라는 '성경말씀'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키는 가장 가시적인 현시(manifestation)인 셈이다.세계 최강경제에서의 고용부진과 실질임금의 정체양상도 이런 신뢰훼손에 동참하는 요소들이다. 실제로 노동자들은 고전적인 "자유무역" 경제가 약속하는 번영과 복지에 대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고, 기회주의적 정치가들이 이런 분노를 활용하고 있다.세계화는 이미 과거에도 한 차례 죽음을 맞이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종말은 세계대전의 발발과 같은 시점에 이루어졌다. 물론 역사는 단순히 반복되지 않고 여운을 가진다. 그러나 세계화에 대한 역공세와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은 쉽게 보아 넘길 수 있는 것이 전혀아니다. 어찌보면 이는 그 어느 때보다 환락에 빠져버린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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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업무보고 논란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청와대 영빈관에서 5일 열린 외교·안보 분야 정부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과 업무보고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의 발언 중에는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있는가 하면 사실 관계에 맞지 않은 설명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상주의적 희망에 근거한 비현실적 구상'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그동안 정 장관의 대북 정책 관련 발언이 물의를 빚은 적은 여러 번 있지만 대통령과 유관 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 장관의 무리한 대북 접근법과 월권을 제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2026.07.23
◆통일부 장관 권한 넘어선 주장
정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을 설명하면서 이재명 정부 2년차 핵심 과제로 상호 존중·평화적 갈등 해결·핵 없는 한반도 등 3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면서 주적 용어 대체를 주장했다. 지난 25년간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구도는 이미 무너졌다고도 했다. 또 "현 시점에서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는 데 힘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또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논의에 착수하겠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견인과 함께 4자 대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구상에 대부분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평화공존 정책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많이 조심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는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몰아 들어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에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결론적으로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언급한 '4자 회담'에 대해 "이상주의에 근거한 어떤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건 아직 조율되지 않은 방법"이라며 "여러분들께서 디스카운트해 주시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언급하며 "정부 차원에서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조 장관은 "그것은 외교부의 몫"이라며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고 잘랐다.
정 장관이 이날 소개한 대북 구상과 설명은 정부 내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주적 표현 대체와 국호 사용, 9·19 군사합의 복원, 4자회담 추진 등은 통일부 장관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어서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 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난 뒤 "여기 업무보고에 발표했다고 승인난 건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은 대부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 아닌 정 장관의 개인적 생각에 가깝다"며 "안보 관련 부처 장관이 정부의 공식 정책이 아닌 사안을 추진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군통수권자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 외교 국방 등 외교 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6.08.05
◆시대착오적 접근, 대북 인식 오류
더욱 문제인 것은 정 장관의 이같은 주장이 현 시점에서 이미 참고가 될 수 없는 과거의 경험 또는 사실과 다른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주장하는 구상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전략과 한반도 및 국제 정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 장관이 "흘러간 선(先)비핵화만 되뇌는 것은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언급한 것은 지금까지의 대북 접근법을 호도하고 있다. 북핵 위기 발발 이후 지금까지 모든 핵 협상에서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에 선비핵화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한·미가 상응하는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는 핵시설 동결과 중유 제공의 교환이었다.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모든 단계에 상응조치를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적용됐다.
대북 협상에 관여했던 한 전직 관료는 "모든 북핵 협상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한·미가 제공하는 상응조치를 어떻게 정교하게 배열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면서 "정 장관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미가 북한에 먼저 핵을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정책을 고수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지난 25년간의 CVID 구도가 무너졌다"고 말한 것도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어떤 명칭을 붙이든 핵을 제거한 뒤 이를 검증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는 것은 비핵화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기본적 절차"라며 "CVID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검증도 하지 않고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합의하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8.05 gdlee@newspim.com
◆안보 리스크 키우는 통일부 장관
정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와 외교부를 제치고 통일부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단독 질주를 거듭해왔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을 변형한 '평화적 두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외교부가 미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 정책과 남북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며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파탄 원인이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서는 국제정세를 감안하지 않고 남북대화 재개에만 초점을 맞춘 비현실적 내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정부 내 조율도 거치지 않고 독자 대북제재인 5·24 조치를 해제하고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4월에는 평안북도 구성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은 이 발언을 계기로 한국과 대북정보 공유를 제한했다. 이 조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이처럼 정부의 공식 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을 정부 정책인 것처럼 주장하며 좌충우돌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북한 문제에서 조기에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조급증과 자신의 존재감 과시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는 정 장관이 2007년 민주당 대선후보였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들어 "정 장관이 아직도 이 대통령을 아랫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를 오래 다뤘던 전직 관료 출신의 한 전문가는 "정 장관 취임 후 지금까지의 언행은 잘못된 현실 인식에 따른 독단과 앞서 가기, 월권 등으로 점철돼 있다"면서 "통일부 장관이라는 중요한 직책에 있으면서 스스로 안보 리스크를 키우는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opento@newspim.com
2026-08-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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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경상수지 최대 흑자
[서울=뉴스핌] 박가연 기자 = 지난 6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품목 수출 호조로 월간 상품수출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선 영향이다.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6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497억3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월(386억1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것은 상품수지다. 6월 상품수지는 478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에 이어 역대 최대를 다시 썼다. 국제수지 기준 상품수출은 1123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하며 월간 기준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품수입은 644억8000만달러로 38.6%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96.9% 급증했고 컴퓨터·주변기기(SSD)는 282.7% 증가했다. IT 품목 수출은 160.4% 늘었으며 비IT 품목도 ▲석유제품(47.5%) ▲화공품(18.6%) ▲철강제품(17.9%) ▲승용차(6.1%) 등을 중심으로 18.6% 증가했다. 통관 기준 수입은 ▲원자재(30.5%) ▲자본재(35.3%) ▲소비재(16.4%)가 모두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10억9000만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외국인 입국자 증가와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른 출국자 감소로 4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전월 흑자에서 4억4000만달러 적자로 전환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21억7000만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는 배당수입이 늘어난 데다 전월 분기배당에 따른 기저효과로 배당지급이 줄면서 25억6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6월 중 467억1000만달러 증가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종전 최대였던 올해 3월(369억9000만달러)을 넘어선 것이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80억1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46억3000만달러 각각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차익실현 매도 등의 영향으로 316억1000만달러 감소하며 전월(-310억5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는 세계국채지수(WGBI) 자금 유입에도 분기 말 만기도래 영향으로 증가 폭이 줄어든 5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35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eoyn2@newspim.com
2026-08-06 0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