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달러 약세 압력은 주로 유로/달러 쪽으로 크게 쏠릴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지난 주말 美 고용지표 약세 이후 급격한 달러 약세가 진행되자, 약세론의 대명사 격인 UBS측은 "유로/달러가 1.2450달러 저항선을 돌파하게 되면 상당기간 추가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했다. 통화선물 시장에서는 유로화 과매수 포지션(net long)이 급격히 증가했다.특히 국제유가 강세와 경상수지 적자 확대 전망으로 美 달러 약세론자들이 다시 득세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달러 강세론자가 유로화 쪽은 당분간 달러약세가 용인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제출해 관심을 끌고 있다.스티븐 젠(Stephen L. Jen) 모건스탠리 외환전문 이코노미스트는 주초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의 거시환경이 수개월 내로 지형변화를 보일 것으로 보이며 이 변화는 유로/달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스티븐 젠은 이제까지 시장의 달러 약세 전망에 대한 컨센서스가 과도한 것으로 평가해왔으나, 이제 유로화 만큼은 또 한번 美 달러약세 '발작'이 진행되는 동안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란 점을 인정하게 됐다고 밝혔다.아직도 그는 유로/달러 상승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지만, 만약 美 달러가 약세를 보인다면 그 압력이 주로 유로화 쪽에 쏠리게 될 것으로 평가한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젠은 유로/달러가 최근 매매레인지 1.18달러~1.25달러 내에서 상단 쪽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며, 결코 추세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고서 말이다.그러나 젠은 이 기간 동안 달러/엔의 경우 계속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美 달러화지수 저점 통과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조달 문제가 통상 생각하는 것처럼 큰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거시지형 변화: 유가, 美 경상수지 그리고 유로존 정책기조유로/달러 상승 전망을 이끌어 낸 최근 거시적 변화 중 가장 먼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어 계속 급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유가강세는 그 자체로 유로/달러 강세요인이며,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상당기간 美 달러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그 동안 유가강세는 주로 유로/엔 쪽에 집중적으로 반영되었지만, 달러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석유수출국가들의 오일달러가 美 자산 쪽으로 흘러들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것 보다는 유로존으로부터의 수입 증가 쪽이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유가상승과 금리인상은 양쪽 모두 경기회복을 억제할 수 있는 요인이지만, 경상수지에는 완전히 차별적인 영향을 준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금리인상을 통한 긴축은 수입을 억제함으로써 경상수지를 개선시키지만, 유가상승을 통한 긴축은 석유수입 부담을 증가시켜 수지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한편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추가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젠은 자신이 이미 올해 2월 중 경상수지 적자의 GDP 대비 규모는 고점을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두 가지 점에서 오류였다고 시인했다.먼저 자신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 수출품에 대한 수요를 계속 늘리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 다음 실제로 젠은 유가가 이렇게 상승할 줄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유가강세가 지금 수준에서 지속된다면 美 GDP대비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6.5%~7.0%까지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젠은 지적했다.결국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美 달러 가치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투기적인 매도공격으로 인한 달러 약세를 배제할 수는 없게 된다고 그는 지적하고 있다.◆ 유로, 현재 지배적인 'Anti-Dollar' 통화마지막으로 유럽중앙은행(ECB) 외에 다른 정책당국자들도 점차 유로화에 대한 중앙은행의 견해를 수용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유가 강세로 인한 충격을 억제하기 위해서 유로화 강세를 용인해야 한다는 식으로 입장이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스티븐 젠은 올해 초반보다 최근의 유로존 정책인사들의 구두개입은 유로/달러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결론적으로 앞으로 달러약세가 진행될 경우 가장 저항이 작은 경로가 바로 유로/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젠은 지금 유로화는 최근 수년 내에 그 어떤 시점보다 더욱 지배적인 '反달러(anti-dollar)' 통화가 되어있다고 강조했다.여기서는 엔화 쪽에 대해 약세가 봉쇄당하고 있고, 부동산시장에 대한 우려로 파운드 및 호주달러가 제대로 '反달러'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