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연두가 7일 경남도립미술관서 개인전을 열었다
- 신작 알루미늄 오이와 발효산조를 선보였다
- 고려인 강제이주와 생존의 역사를 재해석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강제이주 고려인의 생명력 입체적으로 다룬 '알루미늄 오이' 첫 공개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국내외 미술계를 누비며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작가 정연두가 경남 창원특례시 의창구 용지로의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정연두: 알루미늄 오이'라는 타이틀로 오는 11월 1일까지 미술관 1,2층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 정연두 작가는 신작 '알루미늄 오이'(2026)를 비롯해 대규모 공간 설치작업 '발효산조' 등 신작과 근작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그 중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알루미늄 오이'는 알쏭달쏭한 타이틀에서 역설과 반전이 느껴진다.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알루미늄 오이'는 각도에 따라 상승 하강을 유도하는 덩굴손 형상의 유선형 철제오브제와 알루미늄으로 캐스팅된 501개 오이조각으로 이뤄진 키네틱 작품이다.
작가가 캐스팅한 길쭉길쭉한 알루미늄 오이의 표면에는 1982년에 탄생한 노래 '알루미늄 오이'의 러시아어 가사 총 772개의 러시아 알파벳이 새겨져 있다. 오이를 받치는 대형 턴테이블은 전시장 안쪽의 영상과 연동돼 천천히 움직인다.
거대한 철제구조물에 가려진 영상에서 고려인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순간, 경남도립미술관 전시장 공기는 갑작스럽게 뒤바뀐다. 알루미늄 오이 조각을 비추던 조명은 일순 다채로운 빛으로 교체되고, 오이 표면에서 반사된 빛은 전시장 전체로 퍼지며 흩뿌려진다. 그렇게 영상 사운드와 함께 변화하는 분위기와 조각난 빚은 밤하늘 은하수 별들처럼, 공간을 떠도는 잔향처럼 미술관 전시실을 채우다 이내 사라지길 반복한다.
록그룹 키노의 '알루미늄 오이'(1982)는 밝고 경쾌한 리듬에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지만, 방수포 위에 알루미늄 오이를 심는다"라는 가사를 얹은 곡이다. 더없이 불합리한 설정과 무의미한 행위를 통해 당시 소련의 소비에트 체제가 지닌 모순을 냉소적으로 풍자한 노래다. 고려인 빅토르 최(1962-1990)가 노래한 이 '역설적인 생존'은 곧 고려인 역사를 가로지르는 은유로 작동한다.

정연두 작가는 "고려인의 삶을 단순한 '피해의 역사'나 '연민의 대상'이라는 단선적 구도에서 조망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의 끈질긴 삶을 모순과 역설을 내포한 복합적인 생존의 조건으로 재해석하고 싶었다."고 했다. 분명 1937년 고려인 강제이주는 단절과 상실, 폭력과 차별을 동반한 엄청난 비극임에 틀림없지만, 이주 직후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 곳곳에서 콜호즈(집단농장)를 조직하며 농업 개척을 이뤄냈고 종국적으론 소비에트 경제의 핵심 주체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정연두의 작품은 사방으로 빠르게 뻗어나가는 오이의 연약하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통해 고려인의 강인하면서도 척박하고 절박했던 삶을 우리 앞에 불러낸다. 그들의 노래와 증언은 불모의 땅에서 삶을 개척해온 고려인의 시간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작품 '알루미늄 오이'는 극한의 한계 속에서도 끝내 뿌리내린 생명들을 향한 헌사이자, 이름 없이 축적된 노동과 침묵의 시간을 상징하는 빛나고도 간절한 기념비다. 알루미늄으로 박제된 오이들은 더는 자라지 않지만, 그 안에 응축된 생존의 감각만은 여전히 공간을 순환하며 오늘 이 땅의 우리에게 도달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에 작가는 전통방식으로 장을 만들어내는 장원(죽장연)에서 가져온 60여 점의 장독을 활용한 공간 설치작업 '발효산조'를 '알루미뉸 오이'와 연결해 발표하고 있다. 경남도립미술관 3전시실을 가득 채운 항아리들과 가야금 산조 연주, 그리고 빛과 그윽한 발효향이 결합된 이 복합 사운드 설치작품은 1937년 연해주와 극동지역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했던 17여만 명 고려인의 혹독한 기억과 심경을 위무하는 작업이다.
60여 개의 항아리 중 12개 항아리는 가야금의 열두 현으로 치환돼 항아리 속 빛이 점멸되면 산조를 연주한다. 진양조에서 자진모리, 휘모리로 빠르게 달려가는 산조의 장단은 반복되는 진동의 리듬과 맞물리며 끝없는 절망 속에서도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온 고려인 공동체의 강인한 정체성과 역동을 신명나게 드러낸다.

이 사운드아트 작품은 하얀 바실러스균을 목화 솜뭉치처럼 뿜어내는 메주의 발효장면을 담은 사진연작 '바실러스 초상'과 어우러져 그 생생함과 기세를 더한다. 메주가 발효하는 향과 가야금 산조연주, 빛, 움직임이 결합된 이 공감각적 작업은 우리에게 그저 기록으로만 전해져온 고려인의 흐릿한 역사를 생생하게 들려주며 관객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든다.
한편 경남도립미술관 3층 전시실에서는 현대자수 연구가 송정인 작가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두 전시 모두 오는 11월1일까지 계속된다.
art2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