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이민성호 U-23 대표팀이 3일 일본을 1-0으로 꺾고 4연패를 달성했다.
- 양민혁은 공을 빼앗긴 뒤 다시 압박해 결승골 장면을 만들었다.
- 김민재가 성인 대표팀에 요구한 팀 수비와 투지가 결승에서 구현됐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모든 선수가 머리를 박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
성인 대표팀을 향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쓴소리가 나온 지 불과 하루 만이었다. 아시안게임 결승에 나선 어린 후배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었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연패를 완성했다. 한국은 통산 우승 횟수도 7회로 늘렸다.
완벽한 경기력으로 만들어낸 금메달은 아니었다. 중국과의 준결승에서는 수비 조직력이 흔들렸고 공격에서도 중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측면 크로스에 의존했다. 일본과의 결승에서도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만큼은 분명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누군가 공을 빼앗기면 다른 선수가 달려들었고, 한 명이 경합하면 주변 선수가 세컨드볼을 향해 움직였다. 상대가 공격하면 공격수도 내려와 수비했다. 바로 하루 전 김민재가 성인 대표팀에 요구했던 모습이었다.

◆ "수비수가 불쌍하다"…김민재가 폭발한 이유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성인 대표팀은 지난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문제는 결과보다 내용이었다. 한국의 첫 슈팅은 전반 45분에야 나왔다.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공을 빼앗겨 역습을 허용하는 장면도 반복됐다. 공격과 수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상대의 역습을 막아내는 부담은 후방에 집중됐다.
결국 김민재가 폭발했다. 후반 35분 교체된 김민재는 벤치에서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고 경기 후에는 "팀 전체적으로 다 같이 싸우고 경합하고 수비를 해야 한다"라며 "오늘은 수비 선수들이 불쌍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며 팀이 하나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더 많이 뛰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김민재는 이후 취재진에게 자신이 말한 '뛴다'는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단순한 주행거리가 아니라 함께 경합하고 90분 동안 싸워야 하며, 한 선수가 경합에서 졌다면 주변 선수가 세컨드볼을 가져와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는 이런 문제가 최근 몇 년 동안 대표팀에서 반복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 공 빼앗긴 양민혁, 다시 뛰었다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에서는 김민재가 이야기했던 축구가 펼쳐졌다. 상징적인 장면은 결승골이 만들어진 과정이었다. 후반 16분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양민혁(베스테를로)이 드리블을 시도하다 일본 수비수 사토 미히로에게 공을 빼앗겼다. 공격이 끝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양민혁은 멈추지 않았다. 공을 빼앗긴 직후 곧바로 사토에게 다시 달라붙었다. 강하게 압박해 공을 되찾았고 끝까지 살려낸 뒤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보냈다. 일본 골키퍼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공이 엄지성(스완지) 앞으로 흘렀고, 엄지성이 수비수를 제친 뒤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의 4연패를 결정한 단 하나의 골이었다.
화려한 개인기로 수비수를 제친 것도 아니었다. 정교하게 준비된 패턴 플레이도 아니었다. 공을 빼앗긴 선수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뛰었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로 끝날 수 있었던 상황을 직접 되돌려놓았다. 김민재가 말한 '한 발 더 뛰는 축구' 그 자체였다.
양민혁은 대회 초반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마음고생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결승에서는 개인적인 욕심보다 "팀의 승리 하나만 보고 달렸다"고 말했다. 결국 그 달리기가 금메달을 만들었다.

◆ 양민혁만 뛴 게 아니었다
그 장면이 더욱 의미 있었던 이유는 양민혁 한 명의 투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승골의 주인공 엄지성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대회에서 4골 4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지만 일본전에서는 공격포인트만큼이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눈에 띄었다. 공을 빼앗기면 다시 상대를 추격했고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 동료를 도왔다.
한국은 1-0으로 앞선 뒤 일본의 공세에 시달렸다. 개최국 일본의 3만여 관중이 일방적인 응원을 보내는 가운데 일본은 동점골을 위해 라인을 끌어올렸다. 한국 선수들은 물러서기만 하지 않았다. 전방부터 상대를 압박했고, 한 명이 뚫리면 다음 선수가 공간을 메웠다.
중국과의 준결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선제골을 허용하고 경기 내용에서도 고전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거친 몸싸움 속에서도 버텼고 이영준(그라스호퍼 취리히)의 동점골과 배준호(스토크)의 역전골로 결국 경기를 뒤집었다.
이민성호의 이번 대회를 전술적으로 완벽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중국전에서 드러난 수비 대응과 단조로운 공격 전개 등 보완해야 할 부분도 분명했다. 이민성 감독 역시 대회 내내 경기력에 대한 비판을 받았고 우승 뒤 "결과가 가장 중요한 대회였고 목적을 달성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선수들의 태도에는 물음표를 붙이기 어려웠다.

◆ 형들에게 필요했던 모습, 동생들이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두 대표팀의 경기는 하루 차이였다. 성인 대표팀은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0-0으로 비긴 뒤 김민재가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 날 U-23 대표팀은 일본을 상대로 몸을 던져 1-0을 지켜냈다.
단순히 두 대표팀의 실력을 비교할 문제는 아니다. 상대도, 대회의 성격도, 선수 구성도 다르다. A대표팀에는 새로운 감독 아래 전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사정도 있다.
하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요구되는 기본적인 자세까지 달라질 수는 없다. 김민재가 요구했던 것도 복잡한 전술이 아니었다. 한 선수가 경합하면 주변 선수가 뛰어들고, 공을 빼앗기면 다시 달려가고, 동료가 자리를 비우면 다른 선수가 그 공간을 메워주는 것. 개인이 돋보이는 것보다 팀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 말이 나온 다음 날 양민혁은 공을 빼앗기자 고개를 숙이는 대신 다시 뛰었다. 그 한 번의 압박이 공을 되찾았고, 크로스로 이어졌고, 엄지성의 결승골이 됐다. 그리고 한국은 아시안게임 역사상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4연패를 완성했다.
전술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감독이 바뀌면 포메이션과 선수 구성도 달라진다. 그러나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에게 요구되는 기본까지 바뀌지는 않는다. 김민재가 성인 대표팀을 향해 던졌던 메시지에 어린 후배들이 그라운드에서 답했다.
공을 빼앗겨도 다시 뛰는 것. 동료를 위해 한 발 더 움직이는 것.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싸우는 것. 일본전의 양민혁과 U-23 대표팀이 보여준 것은 어쩌면 지금 한국 축구에 가장 필요했던 모습이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