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운 투자와 극심한 고객 쏠림
숨은 리스크와 널뛰는 주가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오라클(ORCL)의 초대형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와 장기 계약이 과연 회수될 수 있을까.
이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회의론이 고조되면서 오라클은 'AI 버블 공포'의 상징격으로 언급되고 있다. 월가는 거대한 AI 및 클라우드 투자가 재무 구조와 실행력 측면에서 감당 가능한지 여부와 기대만큼의 수익으로 회수될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 고성장 이면의 균열 = 오라클의 AI 스토리는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와 함께 본격적으로 부각됐다. 2025년부터 업체는 오픈AI를 비롯한 초대형 AI 고객과의 클라우드 인프라 계약을 공개하며, 수백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GPU(그래픽처리장치)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모넥사 AI(Monexa AI)가 정리한 분석에 따르면 오라클의 2025 회계연도 매출은 574억달러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고, 순이익은 124억달러로 18% 이상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약 30.8%, 순이익률은 21.7% 수준으로 미국 소프트웨어 대표 기업답게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현금 흐름이다. 같은 해 오라클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약 3억9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GPU와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설비투자(Capex)가 급증한 탓이다.
모넥사 AI는 2026 회계연도 설비투자가 최대 35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하면서 "단기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의 변동성이 커지는 대신 장기적인 AI 인프라 수요를 선제적으로 선점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시장 반응은 양극화돼 있다. 2025년 9월, 오라클이 오픈AI와의 대규모 AI 인프라 계약과 클라우드 백로그(수주잔고) 급증을 공개했을 때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했고, 일부 보고서는 2026년 총 클라우드 매출 성장률이 40%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하우스블렌드(Houseblend)의 4분기 분석에 따르면, 오라클은 2026 회계연도에 애플리케이션과 인프라를 합한 전체 클라우드 매출 성장률이 24%에서 40% 이상으로 가속될 것이라고 가이던스를 제시했고, 특히 클라우드 인프라(OCI)는 70% 이상의 고성장을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가는 되레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였다. 야후 파이낸스(Yahoo Finance)는 2025년 말 오라클이 AI 기대를 등에 업고 고점까지 치솟았다가 가이던스와 투자 규모, 파트너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연중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오라클이 'AI 버블 공포의 상징'이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시장은 숫자로 나타나는 성장률 자체보다 성장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현금화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 AI 버블 포스트 차일드 = 미국 펀드평가사 모닝스타는 보고서를 내고 오라클의 전략에 대해 "시행착오를 저지를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하이퍼스케일러 대비 잉여현금흐름과 재무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마이크로소프트(MSFT)나 알파벳(GOOGL)처럼 이미 거대한 현금 창출력을 가진 경쟁사들과 달리 오라클은 상대적으로 빡빡한 재무 구조에서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헤지아이 리스크 매니지먼트(Hedgeye Risk Management)는 보고서를 내고 "AI 수요가 지금의 장밋빛 전망만큼 빨리 그리고 큰 규모로 현실화 될지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AI 투자의 수요와 수익 실현 타이밍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다.
야후 파이낸스는 연초 오라클의 주가 급락을 'AI 버블 과잉의 포스터 차일드'로 규정하며, AI 관련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매우 높게 형성된 가운데 성장률이 기대치를 조금만 밑돌아도 주가가 급격히 재평가되는 패턴의 상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 AI 프로젝트 지연과 특정 고객 리스크 = AI 버블 논란과 관련해 가장 민감한 포인트는 대형 AI 프로젝트의 지연과 집중도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오라클의 잔여이행의무(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 RPO) 가운데 최소 3000억달러 상당이 오픈AI 관련 계약으로 추정된다. 엄청난 수주잔고로 보이지만 실상 하나의 고객에 대한 노출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문제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2025년 12월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오라클이 오픈AI 관련 데이터센터 몇 곳의 완공 시점을 2027년에서 2028년으로 1년가량 늦췄다는 소식을 전했다.
오라클은 즉각적으로 "지연은 없다"고 부인했지만, 당시 보도와 함께 노동력과 자재 부족, 전력 공급 문제 등 칩 이외의 새로운 병목이 데이터센터 확장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AI 인프라 투자가 단순히 GPU만 확보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건설과 전력, 인력 등 복합적인 제약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AI 도구를 활용한 분석 결과 오픈AI와 파트너십이 오라클 주가 변동의 핵심 변수로 확인됐다. 오픈AI 관련 RPO 규모가 커지자 시장은 오라클이 장기 계약을 확보했다며 환호했지만, 동시에 오픈AI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얼마나 공격적인 매출 성장과 수익화를 달성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오픈AI가 엔비디아(NVDA)와 AMD(AMD), 브로드컴(AVGO), 오라클 등과 맺은 AI 인프라 계약에 따라 향후 8년간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추정도 불안감을 키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는 또 다른 리스크로 오라클의 주요 데이터센터 파트너 중 하나였던 블루아울(Blue Owl)이 미시간주 대형 시설에 대한 자금 지원에서 물러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라클은 다른 자본 파트너를 찾았다고 밝혔지만 월가는 자금 조달 구조가 생각만큼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와 함꼐 오라클은 2026년까지 최대 500억달러 수준의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을 밝히며 부채와 지분 발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AI와 클라우드 인프라 확대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AI 인프라 수요가 실제로 폭발하지 않을 경우 레버리지 리스크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다.
월가는 오픈AI와 틱톡, xAI, 메타 플랫폼스(META) 등 소수의 초대형 고객과 대규모 장기 계약에 오라클의 성장 스토리가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에 불안감을 내비친다. 해당 프로젝트들이 지연되거나 규모가 조정될 경우 업체의 재무 구조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 AI 기술이 아니라 재무·집행 리스크 = AI 도구를 활용해 방대한 외신 보도와 IB들 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오라클을 둘러싼 논쟁의 초점은 재무 구조와 집행 리스크에 집중된 사실이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이후 외신 보도와 IB들 보고서를 AI 도구로 교차 분석해 보면 크게 네 가지 축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첫째, 수익성과 현금흐름의 괴리다. 2025 회계연도 기준으로 오라클은 70%대의 높은 매출총이익률과 3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우량한 소프트웨어 기업이지만 AI와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는 미래의 AI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선행 투자라는 해석과 당분간 주주환원 여력이 줄어들고 재무 레버리지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둘째, 클라우드 성장률과 투자의 비례 관계다. 하우스블렌드와 프레딕트스트리트의 자료를 AI로 비교해 보면, 오라클은 2026 회계연도에 전체 클라우드 매출 성장률 40%와 인프라 부문 70%라는 매우 공격적인 성장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 숫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나 구글 클라우드의 성장률 전망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월가는 목표하는 성장률이 실제로 달성되지 못할 경우 이미 집행한 AI 인프라 투자가 수익성 악화와 밸류에이션 저하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셋째, 특정 AI 고객과 파트너 의존도다. 무엇보다 오픈AI 관련 계약이 오라클 RPO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크고, 블루 아울(Blue Owl)과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몇몇 핵심 파트너와의 협력이 데이터센터 투자 구조에 깊숙이 얽혀 있다. 어느 한 축에서라도 계획 변경이나 지연, 자금 조달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전체 투자–수익 시계가 바뀔 수 있다.
넷째, 밸류에이션과 기대치의 문제다. 시장은 이미 오라클을 AI 인프라 고성장주로 가격에 선반영해 놓았기 때문에 가이던스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조금만 밑돌아도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AI 버블 공포의 상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월가가 지목하는 오라클의 진짜 리스크는 AI 수요와 수익화 속도가 공격적인 투자·부채·밸류에이션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재무·집행 영역의 사안이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