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당 보험계약자 몫 현재 기준 90조원…1인당 평균 2000만원
3월 결산 공시에 시선 집중…부채 VS 자본, 삼성생명 회계 판단 주목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금융감독원의 일탈 회계 원복 결정 이후 삼성생명이 첫 결산보고서 발표를 앞둔 가운데, 유배당 보험계약자 몫을 충분한 설명 없이 '보험부채 0원'으로 공시할 경우 계약자 권리를 왜곡하거나 가릴 수 있어 분식회계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생명이 1980~1990년대 유배당 보험상품을 판매하며 계약자들이 납입한 보험료로 취득한 삼성전자 지분 8.51%의 회계처리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이어져 왔다. 삼성생명은 그간 해당 지분과 관련한 계약자 몫을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항목으로 처리해 왔으나, 일탈회계 중단 결정에 따라 이를 '자본' 또는 '부채'로 재분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만 삼성생명은 "지분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해당 금액을 보험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부채 0원은 '처분 계획 없음' 전제…그러나 전제 자체가 불확실"
손혁 계명대 교수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탈 원복 이후 보험회사 IFRS17 적용 공시의 미래와 방향' 간담회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서 IFRS17의 핵심 원칙으로 미래 현금흐름을 반영한 최선추정부채(Best Estimate Liability·BEL)를 강조하며 유배당 보험계약에서 보험부채가 '0'으로 산출된다는 결론은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부채가 0원이라는 의미는 결국 자산 처분 계획이 없다는 전제에 기반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 전제는 제도 변화나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불확실한 가정"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대표적인 변수로 삼성생명법 통과 가능성을 들었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가치를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고,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의 평가 기준을 시가로 전환하고, 한도를 초과하는 지분은 단계적으로 처분해야 한다.
그는 "이런 가능성까지 포함해 보험부채를 측정하는 것이 IFRS17이 요구하는 최선추정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매각 사례도 발생…"확률을 0으로 두는 게 합리적인가"
손 교수는 지난해 2월 실제로 발생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 사례를 언급하며 '처분 계획 없음'이라는 전제가 이미 흔들린 바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각으로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상승했고, 이에 따라 분산법 적용을 위해 약 3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실제 매각 이벤트가 발생했음에도 향후에는 이런 일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보험부채를 0으로 산정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이해관계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보험부채는 미래 현금흐름을 확률가중 방식으로 반영한 최선추정부채인데, 매각 가능성이라는 확률 자체를 배제한 채 '0'이라는 결론을 제시하는 것은 IFRS17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설령 보험부채가 0이라는 결론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 전제와 가정, 배제된 시나리오에 대한 충실한 공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런 설명 없이 '0'만 공시할 경우 이해관계자나 주주 입장에서는 또 다른 분식회계 리스크로 인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성영 전 국회 보좌관은 '유배당 보험계약자의 권리 구제 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 현재 삼성전자 시가 기준으로 유배당 보험계약자 몫이 약 90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기준 유배당 보험계약자는 138만명, 현재는 약 100만명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단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배당액이 약 2000만원, 계약 규모가 큰 경우 수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보좌관은 "삼성생명이 보험부채를 0으로 공시하는 순간, '언젠가 매각하면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기존 전제 자체가 무력화된다"며 "결국 계약자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삼성생명에 지분 매각을 강제하는 것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신중론·실무론도 제기…"공시 확대, 현실성 함께 고려해야"
반면 이어진 토론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공시 확대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회계 기준의 역할을 계약자 보호 논리로 과도하게 확장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성종 한경국립대 교수는 "보험부채 측정 결과에 대한 설명 명확화와 공시의 정규화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미실현 손익의 귀속 여부는 자산 처분 시점, 규제 환경, 경영 전략 등 다수의 불확실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가정 중심의 설명 확대는 IFRS17이 지향하는 정보 중심 공시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신병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전무는 유배당 보험부채를 별도로 구분해 공시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도, 계약별 세분화 공시의 실무적 부담을 지적했다. 그는 "보험 포트폴리오 구조상 공시 단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공시의 충분성과 현실성을 함께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곽영민 울산대 교수는 보험부채를 '0원'으로 공시하는 접근에 대해 회계와 법의 역할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배당 제한은 시기와 방법의 제한일 뿐, 유배당 보험계약에서 초과이익이 발생할 경우 계약자에게 귀속돼야 할 의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의무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은 회계의 영역이고, 그 의무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행할지는 법과 제도의 문제"라며 "지급이 당장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무 자체를 재무제표에서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현행 보험업 감독 규정의 취지와 한계도 함께 짚었다. 그는 "미실현 손익을 배당 재원으로 삼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계약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것"이라면서 "그 결과 보험계약자가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법의 취지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국제회계학회, 경제민주주의21이 공동 주최했다.
김현정 의원은 축사를 통해 "중요한 것은 숫자 한 줄이 아니라 계약자에게 어떤 권리가 남아 있는지, 그리고 그 근거가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명하는 공시"라며 "이번 논의가 일탈회계 원복에 그치지 않고 공시의 책임을 강화해 계약자 권리를 실질적으로 지킬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감독 공시 기준 개선과 필요한 제도 정비 입법까지 책임있게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yuny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