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한국 배드민턴이 중국 항저우의 일요일을 'K-셔틀콕의 날'로 만들었다. 여자복식, 여자단식, 남자복식을 휩쓸며 은근히 4개 종목을 석권을 기대했던 중국 배드민턴의 코를 납짝하게 만들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 마지막 날, 5개 종목의 결승 일정은 혼합복식으로 문을 열었다. 중국 선수들끼리 맞붙은 혼복 결승에서 개최국 중국이 이날 유일한 우승을 챙겼다. 이후 코트는 태극기 물결이 지배했다.
K-셔틀콕의 1탄은 여자 복식이었다. 세계랭킹 7위 이소희-백하나(이상 인천국제공항)는 일본의 후쿠시마 유키-마츠모토 미유 조를 2-0(21-17 21-11)으로 제압하며 대회 2연패를 완성했다. 올 시즌 우승이 한 차례뿐이었던 이소희-백하나는 조별리그에서 완패를 안겼던 중국 세계 1위 조를 준결승에서 꺾어 한국 3관왕의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이어 K-셔틀콕의 2탄은 믿고 보는 여자 단식 안세영(삼성생명).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세계 2위 중국 왕즈이를 2-1로 눌렀다. 96분 혈투 끝에 완성한 우승이었다. 이 승리로 안세영은 시즌 11승과 함께 단식 역대 최고 승률 94.8%를 기록하며 세계 배드민턴의 이정표를 세웠다. 왕즈이는 올 시즌 안세영과 8차례 싸워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세계 1위 안세영과 세계 2위 왕즈이의 기량 차이가 어느 종목보다 크다. 이는 안세영의 종목 장악력이 얼마나 큰 지를 잘 말해준다. 내심 왕즈이의 '언더독 반란'을 기대했던 중국 관중들은 크게 실망했다.

이어진 남자 단식에서는 프랑스의 차세대 에이스 크리스토 포포브가 중국 세계 1위 시유치를 2-0으로 꺾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 선수로는 처음 파이널스 우승이다. 2002년생 포포브는 빠른 발놀림과 전위 압박, 랠리 후반 집중력이 강점인 오른손잡이 단식 전문 선수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왕중왕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커리어 최대 성과를 기록했다. 이 우승으로 프랑스 배드민턴의 세대교체 흐름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이 철석같이 믿었던 세계 1위 시유치가 완패하자 중국 관중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K-셔틀콕의 3탄은 남자 복식이 장식했다. 김원호-서승재(삼성생명)는 중국의 량웨이컹-왕창 조를 2-0으로 완파했다. 말레이시아오픈부터 월드투어 파이널스까지 이어진 시즌 11번째 우승이었다. 안세영과 모모타 겐토가 세운 BWF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안방에서 열린 배드민턴 최고 무대에서 우승 잔치를 꿈꿨던 중국 배드민턴은 'K 셔틀콕'의 매서움만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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