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현재에 집중하는 복서들
주목받는 신예 작가 리타 불윙클 데뷔 장편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오직 주먹으로만 대화하는 여덟 명의 십 대 여자 복서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헤드샷'(민음사)이 출간됐다.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서 이틀 동안 진행된 복싱 대회, '도터스 오브 아메리카컵' 결승을 배경으로 미국 최고의 10대 여자 복서 여덟 명의 이야기를 일련의 맞대결 형식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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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장편소설 '헤드샷' 표지. [사진 = 민음사] 2025.10.15 oks34@newspim.com |
소녀들의 과거와 미래가 충돌하는 순간, 복싱이라는 스포츠 특유의 환희와 도전이 전율하듯 살아나며 독자를 링 안으로 끌어들인다. 소설은 흔히 청소년 소설이나 스포츠 소설에서 다루는 첫사랑, 우정, 학교생활 같은 익숙한 성장 모티브를 과감하게 벗어 던진다. 작품 안에서 소녀들은 서로 얘기를 나누거나 마주 보고 웃지 않는다. 당연히 서로 친해지지도 않는다. 패배를 딛고 성장하거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경쟁심을 불태우지 않는다. 소녀들은 오직 자신의 육체,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묵묵히 주먹을 든다.
소녀들은 글러브를 끼고 마우스피스를 문 채, 오직 주먹과 몸짓으로 서로의 불안, 욕망, 그리고 상처를 주고받는다. 자기 몸을 타인과 접촉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체적 친밀감과 정신적 거리감을 동시에 느끼며 복싱의 아이러니하고 극단적인 면을 탐구한다. 유쾌하고, 몰입감이 넘치며, 집요하고, 황홀한 '헤드샷'은 섬세함과 격렬함이 공존하며, 독자를 링 옆과 위, 그리고 그 너머로 데려가 이 여덟 소녀의 세계를 가까이서 들여다보게 한다.
'헤드샷'은 2024년 출간과 동시에 2024 부커상 롱리스트, 2024 퓰리처상, 2025 더블린 국제 문학상, 조이스 캐럴 오츠상, 윌리엄 힐 스포츠 도서상 등 수십 개 문학상의 후보작에 선정되며 평단과 독자 모두를 사로잡았다. 또한 버락 오바마, 뉴욕 타임스 북 리뷰, NPR, 타임, 엘르, 벌처, 가디언 등이 선정한 '2024년 최고의 책'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생의 작가 리타 불윙클은 캘리포니아 예술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 등에서 글쓰기를 가르쳤고, 현재 '맥스위니 쿼털리'의 편집자이자 '눈(NOON)'의 기고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2018년 첫 단편집 '벨리업(Belly Up)'을 썼다. 2022년 젊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휘팅상, 2025년 미국예술문학 아카데미가 수여하는 애디슨 M. 메트칼프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가 되었다. 값 17,000원.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