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가계부채에 쉬어 가기 동결 vs. 추경-부양 효과 극대화 위한 인하론 '팽팽'
美 내달 금리 내릴 듯…한미 금리차 확대 따른 자본 유출, 환 위험은 다소 완화
올 성장률 올려도 잠재 성장 '절반' …이창용 1년 전 금리인하 '실기론' 비판 받아
[서울=뉴스핌] 온종훈 선임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 2.5%인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p)) '인하'하거나 현 수준에서 동결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지난 주말까지 팽팽하게 엇갈렸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폭등과 이에 연계된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동결' 전망과 여전히 부진한 소비 진작과 정부 추가경정예산 집행의 부양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금리인하를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이런 흐름속에 우리 금융시장이 끝난 주말 저녁 미국발 변수가 생겼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다음달 중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22일(현지 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최근 고용·노동 지표의 안정성은 우리가 정책 기조 변경을 신중히 고려할 수 있도록 한다"며 "정책이 긴축적 영역에 있는 가운데, 현재 가장 가능성 큰 전망과 위험 균형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정책 조정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내달 금리인하를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일제히 크게 상승했다.
파월 발언이 한은 금리 결정에 변수가 된 것은 그의 연설이 시장의 최근 예상을 깨고 통화완화 기조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미 관세정책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 됐음에도 미국의 경기 하강 우려를 막기 위한 통화정책완화(금리 인하)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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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07.10 photo@newspim.com |
한은 입장에선 금리인하를 할 경우 부담으로 작용된 한미의 기준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과 달러/원 환율 상승 우려를 상당 부문 완화 시킬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4.5%)차는 지난 5월 우리가 금리를 0.25%p 인하한 이후 역대 최대인 2%p를 유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미간 금리차에 대해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 "(한미 금리차가)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에 비해 줄었다"고 발언해 왔지만 2%p의 금리차는 통화·외환 당국인 한은의 정책운영을 제약하고 부담을 주는 '상수'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공개된 의사록에서 "자본 유출 등 외환 수급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내외 금리차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한은이 8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하기 위해 남은 변수는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평가다.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한미간의 금리차는 현 추세대로라면 2주간의 시차가 있지만 현행 2%p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전 마지막 금통위인 7월 회의에서 한은은 통방결정문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오름세 및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확대됐고 최근 강화된 가계부채 대책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어 현재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그러면서도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 나간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은은 올들어 5번의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2월과 5월 두차례 0.25%p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1월, 4월, 7월 세차례 동결했다. 동결 이유는 1,4월에는 미국 관세정책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주된 테마였고 7월에는 주택시장 과열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우려한 결정이었다.
특히 7월 회의 직전 정부의 고강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인 '6·27 대책'이 나왔으며 이의 효과를 지켜보자는 '유보적' 입장이었다. 또 주담대 6억원 이하 제한 등 대책 이후 주택시장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도 나타나면서 일부 지표에 반영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해 금리 인하와 관련해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며 "원칙적으로 한은의 주요 목표는 물가안정인데, 물가가 안정된 상황에서는 금융안정을 본다"고 언급했다. 이 언급 때문에 8월 금리결정을 한번 쉬어 갈것이라는 동결전망이 우세했지만 금리인하의 필요성도 동시에 제기된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은 출신 한 경제학자는 "한은은 금통위 통방회의 당일 한해 4차례 있는 정례 경제전망을 수정 발표한다"며 "지난 5월 전망 당시 예측된 올해 성장률 0.8%를 1%대 수준으로 다시 올릴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어 "1%대로 올린다 하더라도 2% 안팎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통화정책도 경기부양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도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은의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한은이 금리인하를 시작한 지난해 10월 회의 직전인 8월 회의에서 '금리동결'을 결정하면서 경제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으로부터도 '금리인하 시기를 놓쳤다'라는 비판을 강하게 받았다.
당시에는 금리 상승 기조를 마무리하고 인하를 시작하는 통화정책 전환기였고 지금은 통화완화(금리인하) 기조 속에서 수도권 집값·가계 부채발 금융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결정을 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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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jh11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