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는 사도 되지만, 사람은 키워야 한다" 업계 경고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인공지능(AI) 3대 강국 실현'을 강조했다.
실제로도 취임 이틀 만에 대통령실 직속으로 'AI미래기획수석실'을 신설하며 정책 우선순위의 최상단에 AI를 올려놨다. AI를 차세대 국가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이재명 정부가 AI의 전략적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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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작 그 목표를 실현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100조원 규모의 AI 투자, 최소 5만 개 이상 GPU 확보 등 인프라 구축 공약은 화려하다. 반면, 이를 뒷받침할 인재 양성 대책은 STEM(Science·Technology·Engineering·Mathematics) 교육 강화, 지역 거점 AI 단과대학 설립, AI 병역특례 확대 정도에 그친다.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하드웨어는 돈으로 사면 되지만, 소프트웨어를 만들 사람은 돈만으론 못 키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내 AI 전문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국내에서는 이공계 인력들이 대부분 의학 계열 진학에만 열을 올리고 있고, 남아있던 인재조차 해외 기업에 빼앗기고 있어 관련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이 지속해서 '사람이 없다'고 외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AI 전문가는 "국내 대기업들도 관련 전문가를 제때 채용하지 못해 프로젝트를 늦추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지역 거점 AI 단과대학이나 병역특례 확대는 장기적인 그림일 뿐 당장 필요한 인재 수급의 해법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인재 양성 시스템 전반의 재설계 없이는 'AI 강국'이라는 목표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AI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2001년부터 초·중·고에 IT 교육을 반드시 포함시켜 국가 주도로 AI 기초 교육을 하고 있으며 미국은 연구소·기업·대학 간 연계를 통해 AI 박사급 인력을 집중 육성 중이다.
하지만 우리는 해외 국가 대비 교육도, 기업 연계 시스템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AI 인재에 대한 보상도 해외 주요국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국내 인력들이 점점 더 해외를 선호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인재 없는 산업 전략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처럼 인프라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AI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힘들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AI 3대 강국'을 꿈꾼다면 인재를 향한 투자를 더욱 과감히 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인프라만큼 보이지 않는 사람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단기 대책 수립이 필수적"이라며 "실무형 인재를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산학 협력 강화, 현장 중심 교육 확대, 인센티브 제공 등이 모두 포함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