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30일 국방부기자단 대상 사고 브리핑
"정확한 사고 원인, 종합 분석해야 확인 가능
조류 충돌·기상 급변·난기류 외력 여부도 조사"
전문가들 "엔진 4개 장착 굉장히 안전한 기종"
사고 원인 규명에 다소 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해군은 30일 4명이 순직한 해상초계기 P-3 사고 원인과 관련해 "정확한 사고 원인은 관제탑에 저장된 항적 자료와 사고기의 음성녹음저장장치의 녹음된 내용과 기체 잔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군은 "조류 충돌과 기상 급변, 난기류 등 외력에 의한 추락 가능성 등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군은 이날 국방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이번 사고에 대한 상세한 브리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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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포항 항공사령부 소속 P-3 해상초계기가 29일 오후 1시 43분께 훈련 이륙 중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락 사고가 난 P-3 해상초계기. [사진=해군] |
◆마지막 교신에 사고 상황 관련 없어
해군은 현재 최성혁(중장) 해군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꾸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해군은 "사고 전 관제탑과 항공기 간 교신은 사고 당일 오후 1시48분이 마지막이었고 비상 상황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일단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확인하면 사고기 내부 승무원 간 통신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P-3 사고기는 엔진이 4개가 장착돼 있고 프로펠러까지 있으며 날개가 커서 양력을 아주 잘 받아 항공기 중에서는 굉장히 안전한 기종이다. 따라서 전투기처럼 비상 상황에 탈출하는 사출 좌석과 장치도 없다.
◆조종사 박진우 소령·이태훈 대위 순직
조종사 실수와 미숙과 관련해서도 정조종사인 고(故) 박진우 소령이 1700여 시간 비행경력을 갖고 있는 베테랑 교관 조종사다.
부조종사인 이태훈 대위도 짧지 않은 900여 시간의 비행경력을 갖고 있다. 이번 사고가 난 포항기지에서 정조종사인 박 소령은 5년, 부조종사인 이 대위는 3개월 간 비행임무 경력이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고기의 훈련 비행경로도 평소와 같았다.
기체·장비 결함과 정비 불량·미흡 여부와 관련해서도 사고 항공기는 2010년에 도입해 운영해왔다. 2030년에 도태 예정이었다. 2021년 2월 25부터 8월 23일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기체 창정비를 한 기종이다.
창정비 당시 항공기 기체와 기골, 구성품에 대한 부식과 균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상태 검사와 비파괴 검사 등 285개 항목을 정밀 검사했다.
조류 충돌과 기상에 따른 사고 가능성과 관련해 당시 포항기지 기상은 양호했다. 풍속은 13kts였으며 시정은 7마일로 맑은 상태였다.
한 항공기 전문가는 "엔진을 4개 장착하고 있는 해상초계기 P-3는 안전한 기종"이라면서 "이번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는 음성기록저장장치를 비롯해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정밀한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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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소방당국과 해군이 29일 오후 1시 50분께 경북 포항 남구 동해면 신정리의 한 야산에 추락한 해군 해상 초계기(P-3C)의 화재 진화와 함께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
◆1차 이착륙훈련 후 2차 시도 중 사고
해군에 따르면 사고기는 포항기지에서 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활주로 접촉 후 재상승인 이착륙훈련(Touch and Go) 중이었다.
이 훈련은 포항기지를 이륙 후 선회해 활주로 접촉 후 재상승을 반복하는 절차로 이뤄지며 조종사의 기량 향상을 위한 기본 훈련으로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사고기는 제주에 있는 해군 항공사령부 615비행대대 소속이다. 제주공항은 민항기 운항이 많아 훈련 제한으로 이번에 포항기지로 전개해 훈련했다.
사고기는 모두 3차례 이착륙 훈련을 할 계획이었다. 먼저 오후 1시43분께 이륙해 1차 훈련은 무사히 마쳤다. 2차 훈련을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 중 오후 1시49께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기지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전술사 윤동규·강신원 중사 순직
이번 사고로 조종사 장교 2명과 함께 전술사 고(故) 윤동규·강신원 중사가 순직했다. 윤 상사는 항공기 엔진과 조종석 계기를 모니터링하며 조종사를 지원하는 임무다. 강 상사는 항공기 내·외부 비행점검을 위한 전반적 안전 임무를 맡고 있었다.
해군은 29일 사고 직후 사고 기종인 P-3 해상초계기 비행을 전격 중단 조치하고 정밀 진단하고 있다.
해군은 이날 오전 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열어 사고자에 대한 순직 결정을 했다. 국방부에 1계급 추서 진급을 건의 예정이다.
순직자에 대한 합동분향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해군 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된다. 장례는 해군장으로 엄수되며 영결식은 오는 6월 1일 항공사에서 열린다. 봉안식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다.
해군은 "다시 한번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국민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해군은 "이번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