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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 "사람은 정말 뭐든지 믿는 동물...SF소설 등 통해 관점 넓혀야"

기사입력 : 2025년02월10일 11:21

최종수정 : 2025년02월10일 12:17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한국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 충돌이 많이 빚어지고 있다. 뉴스핌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정보라 작가(49)는 "민주 사회에서 통합은 가능하지 않다"라며 "한 가지 사상과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는 디스토피아다. 유토피아는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튀어나오고 부딪치면서 자기 자리를 갖고 섞이거나 갈라지거나 새로 생겨나거나 퍼져 나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비상계엄, 탄핵 사태에 대해 정보라 작가는 "평범한 사람이 극단적인 사상에 빠져드는 방식과 다단계, 사기, 사이비 종교의 공통점에 대해 탐구하게 됐다. 사람은 정말 뭐든지 믿는 동물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정보라 작가. [사진= 혜영 02.10 fineview@newspim.com

갈등 국면을 만드는 이유로는 우리 사회가 ''단 하나의 정답만을 추구, 폭력적인 경쟁논리를 너무 오래 작동 시켰다'라는 해석을 내놨다.

정보라 작가는 "한국 사회가 극단으로 치닫게 된 이유 중에는 입시 위주의 교육, 세상 모든 일에는 단 한 가지 정답이 있으며 그 정답을 가장 많이 찾아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이 모든 자원을 독점할 권리가 있다는 폭력적인 경쟁논리가 너무 오래 작동한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정답 길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고 그 외에 다른 모든 길은 오답이며 정답 길을 가장 빨리 찾아낸 가장 똑똑한 사람이 목적지를 점령할 권리가 있다는 사고방식은 비효율적이고 폭력적이다"라며 "다양성은 골치 아프고 '갈등'이나 '의견충돌'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이해하려면 사람들이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특히 한국 SF를 많이 읽어 주시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SF 소설을 쓰는 정보라 작가는 장르의 특성에 글을 읽는 독자들과의 소통을 더 원활히 할 수 있다고 봤다.

장보라 작가는 "SF는 새로운 미래, 기술과학적 상상력을 정체성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외계에서 온 이주민이라든가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라든가 성별이 없거나 성별이 엄청나게 많은 사회라든가 이런 변화한 세상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도 독자들이 부담없이 받아들인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문학이 사회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면 아마 SF가 선두에 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출혈성 천연두 감염 사태를 소재로 폴란드 소설 '로츠와프의 쥐들(다산 북스)'을 내놨다.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 '로츠와프의 쥐들'을 번역한 이유에 대해 정 작가는 폴란드와 한국은 식민 지배와 전쟁, 분단과 군사독재라는 유사한 역사를 공유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정보라 작가가 번역한 '로츠와프의 쥐들'. [사진= 다산 북스] 2025.02.10 fineview@newspim.com

1963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의 일을 기반으로 한 이 소설은 전염병 확산이 시작된 후 12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들과 극한 상황 등을 다룬다.

소설과 함께 번역 작품을 꾸준히 내고 있는 정보라 작가는 '번역을 통해 소설을 배웠다'라고 했다.

정보라 작가는 "창작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번역을 하면서 소설 쓰는 법을 배웠다. 여러 작가들을 번역하면서 다양한 문체적 실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시각적인 묘사의 기법이라든가 줄거리를 구성하는 방식, 1인칭 관점과 3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방법, 나아가 인간에 대한 철학이나 세상을 보는 여러 작가들의 관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언제나 번역을 하면 많이 배운다"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소설 '너의 유토피아'로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공상과학(SF) 상 중 하나인 미국 '필립 K 딕 상' 최종 후보(4월 발표)에도 오른 그는 이 상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수상 가능성에 대해선 손사래를 쳤다.

향후 출간 계획에 대해선 "20세기 초 폴란드 혁명소설 '나는 빠리를 불태운다'와 2023년에 출간된 폴란드 여성작가의 데뷔작 '상실' 번역을 완료해서 올해 안에 두 권 모두 출간될 예정이다. 지금은 장편소설을 (힘겹게) 마감하는 중이다"라 했다.

그는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 2023년앤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저서로는 소설집 '저주토끼', '여자들의 왕',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한밤의 시간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장편소설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붉은 칼' '호' '고통에 관하여' '밤이 오면 우리는' 등이 있으며, '거장과 마르가리타' '탐욕' '창백한 말' '어머니' '로봇 동화' 등을 번역했다.

▲ 정보라 작가의 서면 인터뷰 전문

1. 소설가로서 번역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번역과 창작을 병행하시면서 두 작업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시너지 효과나 갈등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번역을 합니다. 저는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을 전공했는데, 양쪽 모두 20세기 공산주의 시절에 대한민국과 교류가 끊어져 러시아와 폴란드 현대문학의 명작들이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대학원 다니면서 접한 멋진 작품들을 한국에도 소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한국 독자들과 함께 좋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졸업하고 귀국해서 강의를 시작한 뒤에는 재미있는 책을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연구자로서 제가 번역한 작품은 번역계약서에 특약을 넣어서 제 수업자료에 소개하거나 연구논문에 일부 인용할 수 있어서 강의와 연구에도 편리한 면이 있었습니다. 연세대학교를 포함해서 여러 학교들이 번역서를 논문과 동일하게 연구업적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그런 실용적인 측면도 고려했습니다.

저는 창작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번역을 하면서 소설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여러 작가들을 번역하면서 다양한 문체적 실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시각적인 묘사의 기법이라든가 줄거리를 구성하는 방식, 1인칭 관점과 3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방법, 나아가 인간에 대한 철학이나 세상을 보는 여러 작가들의 관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번역을 하면 많이 배웁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외국어이다 보니 심리적인 거리가 있어서 제가 배우고 싶은 것, 시도해보고 싶은 기법이나 실험을 의식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고 무의식적으로 표절할 위험이 적어서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일단 한국어로 옮겨야 하니까요.
갈등이라고 한다면 외국어를 공부하는 모든 분들이 느끼실 텐데 번역을 하면 외국어는 늘지 않고 한국어가 줄어듭니다…. 원문의 어감과 분위기까지 딱 맞는 한국어 표현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언제나 고민이 됩니다. 매번 번역을 할 때마다 제가 한국어를 참 못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2. 로베르트 J. 슈미트의 '브로츠와프의 쥐들:카오스' 책을 번역한 까닭을 알고 싶습니다. 폴란드와 한국이 어떤 유사점을 갖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또 번역할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어떤 것인가요?

폴란드와 한국은 이웃나라에 식민지배를 당했고 전쟁의 피해를 크게 입었다는 비슷한 현대사의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1790년대부터 세 번 분할점령을 거쳐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제국에 나라를 빼앗겨 120년의 식민지배를 당한 끝에 1918년에 독립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1939년에 다시 나치에게 침략당해 제2차 세계대전 최대 피해 국가로서 국민의 3분의 1이 강제수용소에서 죽고 수도 바르샤바의 80%가 불타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소련에 의해 강제로 공산화되어 소련의 위성국가가 되었습니다. 한국도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역사가 끝나자마자 한국전쟁을 겪었고 그런 뒤에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단되는 약소국의 설움을 겪었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상황이 비슷하다 보니 트라우마를 겪은 국민들의 정서도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브로츠와프의 쥐들]에서 배경이 되는 1960년대는 폴란드가 2차 세계대전의 상처에서 조금씩 회복하면서 또한 공산주의의 굴레와 소련의 압박에 시달리던 때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1960년대에 군사독재를 겪었기 때문에 사회 체제는 달라도 군인과 경찰이 권력을 쥐고 상명하복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지배하던 긴장되고 엄혹한 사회였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심지어 국민들이 별다른 오락거리를 허용받지 못해서 술 마시는 것으로 모든 스트레스를 분위기조차 비슷합니다.

[브로츠와프의 쥐들]은 이런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사건 전개가 빠르고 좀비 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사회 분위기나 역사적인 배경에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대화체가 많고 장면 전환이 빨라서 제가 몰입해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번역할 작품을 선택할 때는 가능하면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선호합니다. 재미있는 작품, 장르 문학이면 일단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저와 문체가 잘 맞으면 더 좋습니다.

3. 4월 발표될 필립 K. 딕상에 대한 말씀과 SF 소설에 대해 부탁드립니다.

필립 K 딕(1928-1982)은 한국에 [블레이드 러너]와 [토탈 리콜]의 원작자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연세대학교에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봄학기마다 SF수업을 했는데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교재로 사용했습니다. 저로서는 교과서에서 읽던 작가님의 이름을 딴 상에 제 작품이 후보로 올라서 얼떨떨합니다.

필립 K 딕 상은 필립 K 딕이 사망한 이듬해인 1983년에 제정되었습니다. 문고판으로 출간된 작품만 심사한다는 독특한 규정이 있는데, 장르문학의 대중성과 SF전문 출판사들의 영세한 현실을 반영한 규정 같습니다. 수상작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마 1985년에 수상한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Neuromancer)일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사이버펑크의 효시로 알려져 있으며 영미권 대학들이 [뉴로맨서]만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따로 개최할 정도로 이제는 미국 SF소설뿐만 아니라 영미권 현대문학의 고전으로 인정받는 작품입니다.

필립 K 딕 상은 42년 역사 동안 거의 대부분 영어로 집필된 장편소설에 상을 주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 단편집 앤솔러지가 후보에 오른 적이 네 번 있지만 모두 다 영어권 작가들이 영어로 쓴 작품이었고 후보에 올랐을 뿐 수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일본의 사토시 이토 작가가 '프로젝트 이토'라는 필명으로 쓴 비영어권 작품이 영어로 번역 출간되어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사토시 이토 작가의 [하모니](Harmony)는 미래 유토피아 SF소설이며 장편입니다. 단편집이면서 원문 언어가 영어가 아닌 작품이 수상한 이력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습니다.

이번에 후보에 오른 [너의 유토피아]는 한국어로 써서 안톤 허 번역가가 영어로 번역한 단편집입니다. 비영어권 단편집인데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로 필립 K 딕 상의 40여 년 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전의 사례들을 보면 제가 수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4. 작가님은 문학이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학이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는 데 어떤 간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문학은 사회적 변화를 촉진한다기보다는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에는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련 해체로 이어진 공산주의의 종말과 PC통신과 인터넷이라는 기술 발전이 함께 일어나면서 한국에 장르문학, 특히 SF와 판타지가 붐을 이루었습니다. [드래곤 라자]의 이영도 작가, '원조 한류'라 할 수 있는 [룬의 아이들] 전민희 작가, SF거장 듀나 작가들이 이 때부터 한국 SF판타지 소설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4년 국립 과천과학관에서 SF어워드를 시작하여 이제 11월의 SF축제로 발전시켰고 2015년부터는 한국과학문학상, 문윤성문학상, 포스텍SF어워드 등 여러 SF 문학상들이 우수한 작가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예를 들자면 제 1회 문윤성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최의택 작가의 [슈뢰딩거의 아이들](2021), 김원영 변호사와 김초엽 작가가 함께 집필한 장애에 관한 에세이 [사이보그가 되다](2021) 등이 출간되면서 장애 당사자의 경험과 관점, 장애와 사회, 장애와 과학기술 등에 대한 담론이 자연스럽게 전면에 드러나고 작품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사회가 장애인에게 더 포용적인 방향으로 얼른빨리 변화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유감입니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작가들이 일상적으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가 자리를 잡았고, 그렇게 해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작가들의 목소리가 여러 작품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문학 중에서도 SF는 새로운 미래, 기술과학적 상상력을 장르 정체성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외계에서 온 이주민이라든가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라든가 성별이 없거나 성별이 엄청나게 많은 사회라든가 이런 변화한 세상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도 독자들이 부담없이 받아들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학이 사회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면 아마 SF가 선두에 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 현재의 비상계엄, 탄핵 등 최근 사회적 변화가 작가님의 문학적 상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신가요?

평범한 사람이 극단적인 사상에 빠져드는 방식과 다단계, 사기, 사이비 종교의 공통점에 대해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정말 뭐든지 믿는 동물인 것 같습니다.

6. 향후 출간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20세기 초 폴란드 혁명소설 [나는 빠리를 불태운다]와 2023년에 출간된 폴란드 여성작가의 데뷔작 [상실] 번역을 완료해서 올해 안에 두 권 모두 출간될 예정입니다. 지금은 장편소설을 (힘겹게) 마감하는 중입니다.

7. AI가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고 봅니다. 직장에서 PPT나 보고서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뛰어난 결과에 감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사유를 지배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작가님이 보시는 AI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런 우려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은 20세기 내내 발전해 왔습니다. 그 자체로는 우려하지 않습니다만 현재의 생성형 인공지능이 '생성'이라는 기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인간의 저작물을 자꾸 도둑질하는 것은 아주 걱정됩니다.
저작권법 제 2조 1항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합니다.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인간성의 매우 본질적인 부분입니다. 인간은 생각하고 느끼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문화도 문명도 아무 것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외국 대기업들이 자기들의 생성형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창작물을 무단으로 데이터로 사용하면서 인간의 이런 고유하고도 본질적인 권리와 영역이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술이나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과 자본주의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기업에 대한 규제로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일부 자본주의 국가들이나 한국 정부가 그런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줄지는 의문입니다.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인간의 표현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본주의 관점에서 적절한 규제를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8. 요즘 우리 사회가 너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여쭤봅니다. 보수, 진보의 진영논리를 넘어 통합의 거대 담론을 이끌어 갈 문학의 역할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십시오.

민주주의 사회에서 통합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단 한 가지 사상과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는 디스토피아입니다. 유토피아는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튀어나오고 부딪치면서 자기 자리를 갖고 섞이거나 갈라지거나 새로 생겨나거나 퍼져 나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모든 감각을 차단하고 오로지 그 작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작가와 함께 생각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책을 골고루 읽으면 여러 가지 관점을 받아들이고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극단으로 치닫게 된 이유 중에는 입시 위주의 교육, 세상 모든 일에는 단 한 가지 정답이 있으며 그 정답을 가장 많이 찾아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이 모든 자원을 독점할 권리가 있다는 폭력적인 경쟁논리가 너무 오래 작동한 결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단 하나의 정답'이 실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가보는 장소에서 길을 찾을 때 만약에 목적지까지 오로지 단 하나의 정답 길만 존재한다면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도로 되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인생도 이런 식으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여러 가지 길은 서로 다 이어지기 때문에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으면 다른 길을 찾아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잘 가기만 하면 됩니다. 올바른 정답 길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고 그 외에 다른 모든 길은 오답이며 정답 길을 가장 빨리 찾아낸 가장 똑똑한 사람이 목적지를 점령할 권리가 있고 오답 길을 찾은 사람은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답 길을 찾을 때까지 고생해야만 옳다는 사고방식은 비효율적이고 폭력적입니다. 해결책을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도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그런 다양성은 골치 아프고 '갈등'이나 '의견충돌'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이해하려면 사람들이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특히 한국 SF를 많이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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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시공사 교체되나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장기간 표류한 부산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국토교통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교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시공사가 전면적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2029년 개항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국토부가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공사측은 공사기간 연장, 공사비 증액을 포함한 게약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덕도신공항 공사 입찰 당시에도 우선협상대상자가 수의계약으로 결정된 만큼 국토부가 재입찰을 진행해도 대체 시공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결국 양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상당기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가덕도신공항 공사 개요 및 국토교통부, 현대건설 컨소시엄 간 부지조성공사 기본설계 조건 입장 차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현대건설 "국토부 공기·공사비 못 맞춰… 안전 1순위" 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기본설계안 변경 사유를 담은 시공단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수의계약 취소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개항 연기는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번 주 중으로 정부에 공사기간을 기존 7년에서 9년으로 연장해야 하는 사유를 담은 설명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컨소시엄은 지난주 국토부에 기본설계도서를 제출하면서 공사기간을 108개월로 제시했다. 국토부는 즉각 입찰공고에 제시된 공기(84개월)보다 2년이 더 필요한 구체적 사유와 설명자료 제출 등을 요구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6만9000㎡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 시설 전반을 건설하는 10조5300억원의 규모 사업이다. 당초 2035년 6월 개항으로 추진됐지만 '2030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 국면을 맞아 5년 이상 당겨졌다. 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후에도 정부의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방침은 그대로 유지됐다. 현대건설은 최대 깊이 60m에 달하는 대심도의 연약 지반을 매립해야 하는 공항 부지 특성상 지반 개량을 위해 해상 구조물인 케이슨을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케이슨은 육상에서 만든 뒤 해상으로 옮겨 바다에 가라앉힌 다음 안에 흙이나 모래를 채우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이 과정에서 약 7개월의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사업지 주변은 태풍이 발생하면 파도가 12m에 이르는 먼바다에 해당하는 지역이기에 높은 파도에 대비한 안전 시공법도 적용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에도 "파랑의 영향을 크게 받는 12월~2월이나 태풍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7월에는 해상작업일수가 한 달에 10일 미만"이라며 "해상운반, 거치, 케이슨 속채움 등의 해상작업이 어렵다"고 적혀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6개월간 25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사업성을 재검토한 결과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설계하려면 108개월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며 "현재로서는 기본설계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공사비 역시 정부가 내놓은 10조5000억원보다 최소 1조원을 증액해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 형평성 안 맞아 시공단 바꾼단 국토부… 업계 반응은 "글쎄" 부산시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적정 공사 기간과 현장 여건, 시공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건설 계획을 제시해달라"며 "지역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신속히 착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국토부도 강경한 입장으로 맞섰다. 컨소시엄이 기본설계 기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재입찰을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즉시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구성해 차회 입찰방식 등을 신속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또한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대건설이 국토부가 내건 조건에 맞춰 기본설계를 보완해온다면 그에 맞춘 조치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플랜B'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며 재입찰 검토에 힘을 실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공기 준수를 주요 요건으로 내세운 만큼 현 컨소시엄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입찰 의사를 보였다가 포기한 타 건설사와의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국토부가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실격 처분(DQ)을 내리고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보다 공기 협의를 하는 방향이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에 더욱 유리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항 건설 자체가 고난도인데다 해상 매립까지 수반하는 공사임에도 주어진 기간이 과도하게 짧다 보니 선뜻 손을 드는 회사를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서다. 최초 입찰 때도 이 같은 이유로 네 차례나 입찰이 유찰된 바 있다. 당시 공동도급 제한 조건이 과도하게 까다롭다는 비판이 일었다. 공사 규모가 10조원 이상인데 10대 건설업체 중 2개 업체를 초과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없어 공사를 마치기 위한 위험 부담과 비용이 크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토부는 3개사까지 참여 가능한 것으로 조건을 수정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기가 당초 계획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데다 해안가 공사라 지반 침하 문제도 있어 난도가 매우 높다"며 "금액을 떠나 이런 공사는 위험 부담이 커서 참여하려는 회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또한 공사기간 연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박영강 동의대 명예교수는 "파도가 많은 외해에 속하는 가덕도 앞바다에 플로팅(해상에 부유하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과 같은 획기적인 공법을 적용하는 데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훈구 KDI 재정투자평가실장은 "해외 유사공항 사례에서 보듯이 해상공항은 사업기간이 6~9년 정도 소요된다"며 "통상 매립공사에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연약지반 처리, 호안공사(매립지 테두리를 만드는 공사) 등에도 다수의 인력이 장기간 사용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5-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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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첫날 교황 선출 실패...검은 연기 [뉴욕 런던=뉴스핌]김근철· 장일현 특파원=새 교황 선출을 위해 7일(현지시간) 시작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 회의)에서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9시쯤 콘클라베가 열리고 있는 바티칸시티 시스티나 성당 굴뚝 위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는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 133명의 첫 투표에서 선거인단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없었다는 의미다.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리고 있는 바티칸시티 시스티나 예배당의 지붕 굴뚝에서 7일(현지시간) 밤 교황 선출 실패를 알리는 검은 색 연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kckim100@newspim.com 콘클라베에서 추기경단의 3분의 2 이상 지지로 새 교황이 선출되면 교황청은 투표 용지를 태워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피우고, 아니면 검은 연기로 투표 결과를 알린다. 첫날 회의에 새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성당에 계속 머물면서 8일부터는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 하루 최대 네 차례 투표해 제267대 교황을 뽑게 된다. 지난 2013년에는 다섯 번째 투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다. 콘클라베는 가톨릭 규정에 따라 교황이 선종한 뒤 15∼20일 사이에 시작한다. 콘클라베 방식의 교황 선출은 1274년 그레고리오 10세가 정립했다. 정치적 외압이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추기경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차기 교황을 뽑을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시스티나 성당은 19세기 후반부터 콘클라베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콘클라베에서는 모든 추기경이 후보인 동시에 유권자이다. 따로 후보를 정하지 않은 채 각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적어 내며,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벽화가 있는 제단 앞에서 비밀 투표를 반복한다. kckim100@newspim.com 2025-05-08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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