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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외교 후진국'인 이유, 수미 테리 공소장 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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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불법대리' 한국계 전문가 기소
정부 청탁·대가 제공으로 기고 연설 10년
정부 입장 선전이 전문가 견해로...여론 호도
정보활동과 외교를 국익 아닌 정권 위해 동원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지난 주 미국 연방검찰이 한국계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한국 정부를 대리한 불법 활동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의 공소장 내용은 충격적이다. 워싱턴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가 한국 정부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으며 한국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한 사실도 놀랍지만 테리를 이용한 국정원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정보활동과 천박하게 타락한 외교부의 공공외교 수법도 읽는 사람의 낯을 뜨겁게 한다. 이번 사안을 10년 이상 추적·감시해온 미 연방수사국(FBI)의 치밀하고 집요한 수사력도 소름끼칠 정도다.

이번 사건은 첩보영화와 같은 극적 요소를 모두 갖췄다. 하지만 흥미거리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정치권의 공방도 낯뜨겁고 허망하다. 이번 사건은 국가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국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국가의 정보력과 외교력이 정권의 홍보를 위해 사사로이 동원된 '외교의 정치화'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테리에게 적용된 혐의는 '외국인대리인등록법(FARA)' 위반이다.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것을 금하지는 않지만 로비스트로 공식 등록하고 자신이 특정 국가를 대리하고 있음을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활동하라는 것이 이 법을 만든 취지다.

공소장에는 이 법을 제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나와 있다. 테리는 2016년, 2017년, 2022년에 의회에서 한국 문제에 대해 증언할 때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테리가 한국 정부 대리인 신분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미국 국민과 의회가 테리를 편견없는 독립적인 인물인 것으로 오해하도록 했으며 그의 증언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없도록 했다"고 적시했다. 테리가 FARA에 따라 대리인 등록을 했다면 미국 국민과 의회는 테리의 발언이 한국을 위한 선전활동이라는 것을 알았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고 부당하게 정책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범죄라는 것이다.

테리의 행위는 미국 국민과 의회의 판단만을 흐리게 한 것이 아니다. 그는 한국에도 같은 피해를 입혔다. 테리는 지난 10년 간 한반도 문제와 한국의 정책에 관한 기고문, 분석 등을 유력 저널과 국내외 언론에 발표해왔다. 언론 인터뷰나 코멘트도 무수히 제공했다. 검찰 공소장은 테리의 이같은 활동이 한국 정부의 청탁과 대가 제공에 의한 것이라고 적고 있다.

한국 내 독자와 연구가, 정치인, 언론 등은 테리의 글과 연설이 미국 정보기관과 백악관에서 일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한반도 문제를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한 결과물로 인식했을 것이다. 정부의 청탁과 대가가 있었음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국내 독자와 오피니언 리더들은 그의 글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판단할 수 없었다. 글의 주제와 연설 요지 등을 국정원과 외교부로부터 건네받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대외적으로 선전한 테리의 글과 연설이 국내 외교안보 담론을 오염시키고 여론을 호도해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정부의 외교와 정보활동은 국익을 위한 것이다. 무엇이 국익인지 명확한 규정은 없으나, 일반적으로는 국가 안보,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와 국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의 경제적 가치 등을 국익으로 본다. 국정원과 외교부가 테리를 앞세워 지금까지 해온 일들은 국익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들이다. 정권의 성과를 부풀려 홍보하고 반론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외교와 정보활동을 사유화하고 정치화했을뿐이다.

이같은 일이 지난 10년 동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도 40년 전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같은 경험을 했다. 대사관의 고위관계자가 시내 고급 스테이크하우스에서 밥을 사주면서 "전두환 정부의 대미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유학생 기고문을 워싱턴포스트에 싣기로 했다"면서 글을 요청했다. 어이없어 하는 필자에게 그 고위관계자는 "다 써놨으니 이름만 빌려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세월 동안 한국 정부는 이같은 방식으로 외교안보 문제를 다뤄왔을 것이다. 테리 이외에도 많은 전문가, 기자, 전직 관료 등이 지금도 그런 활동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테리가 문재인 정부 때는 정부 청탁 기고문을 쓰지 않았지만, 이는 테리의 이념적 성향이 문재인 정부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지 진보 정부가 그런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20년 간 외교 분야를 취재하면서 정부의 청탁을 받고 국정 운영을 칭송하는 글과 인터뷰, 연설 등을 제공하는 사례가 보수, 진보 정부를 막론하고 무수히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외교부는 테리의 공소장 내용에 대해 "전문가 기고문, 칼럼 협조 요청은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라며 "구체적인 경위는 알아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외교부가 테리에게 기고문을 요청한 것은 통상적 업무가 아니라 미국 국내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이며 청탁과 대가 제공에 따른 '국내 여론 호도' 목적임이 공소장을 통해 명백히 드러나 있다.

한 국가가 정교한 외교안보 전략을 가지려면 국가적 목표가 정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냉정한 현실 인식과 객관적 시각에 바탕을 둔 합리적 판단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가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정보력과 외교력을 소진하면서 건전한 사회적 담론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테리를 기소한 미국 연방검찰의 공소장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한국이 외교 분야에서는 왜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부끄러운 사건이지만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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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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