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통일·외교

속보

더보기

한국이 '외교 후진국'인 이유, 수미 테리 공소장 보면 안다

기사입력 : 2024년07월22일 08:46

최종수정 : 2024년07월22일 08:47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한국정부 불법대리' 한국계 전문가 기소
정부 청탁·대가 제공으로 기고 연설 10년
정부 입장 선전이 전문가 견해로...여론 호도
정보활동과 외교를 국익 아닌 정권 위해 동원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지난 주 미국 연방검찰이 한국계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한국 정부를 대리한 불법 활동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의 공소장 내용은 충격적이다. 워싱턴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가 한국 정부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으며 한국 정부의 대리인 역할을 한 사실도 놀랍지만 테리를 이용한 국정원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정보활동과 천박하게 타락한 외교부의 공공외교 수법도 읽는 사람의 낯을 뜨겁게 한다. 이번 사안을 10년 이상 추적·감시해온 미 연방수사국(FBI)의 치밀하고 집요한 수사력도 소름끼칠 정도다.

이번 사건은 첩보영화와 같은 극적 요소를 모두 갖췄다. 하지만 흥미거리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정치권의 공방도 낯뜨겁고 허망하다. 이번 사건은 국가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국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국가의 정보력과 외교력이 정권의 홍보를 위해 사사로이 동원된 '외교의 정치화'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테리에게 적용된 혐의는 '외국인대리인등록법(FARA)' 위반이다.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것을 금하지는 않지만 로비스트로 공식 등록하고 자신이 특정 국가를 대리하고 있음을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활동하라는 것이 이 법을 만든 취지다.

공소장에는 이 법을 제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나와 있다. 테리는 2016년, 2017년, 2022년에 의회에서 한국 문제에 대해 증언할 때 외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테리가 한국 정부 대리인 신분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미국 국민과 의회가 테리를 편견없는 독립적인 인물인 것으로 오해하도록 했으며 그의 증언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없도록 했다"고 적시했다. 테리가 FARA에 따라 대리인 등록을 했다면 미국 국민과 의회는 테리의 발언이 한국을 위한 선전활동이라는 것을 알았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고 부당하게 정책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범죄라는 것이다.

테리의 행위는 미국 국민과 의회의 판단만을 흐리게 한 것이 아니다. 그는 한국에도 같은 피해를 입혔다. 테리는 지난 10년 간 한반도 문제와 한국의 정책에 관한 기고문, 분석 등을 유력 저널과 국내외 언론에 발표해왔다. 언론 인터뷰나 코멘트도 무수히 제공했다. 검찰 공소장은 테리의 이같은 활동이 한국 정부의 청탁과 대가 제공에 의한 것이라고 적고 있다.

한국 내 독자와 연구가, 정치인, 언론 등은 테리의 글과 연설이 미국 정보기관과 백악관에서 일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한반도 문제를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한 결과물로 인식했을 것이다. 정부의 청탁과 대가가 있었음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국내 독자와 오피니언 리더들은 그의 글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판단할 수 없었다. 글의 주제와 연설 요지 등을 국정원과 외교부로부터 건네받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대외적으로 선전한 테리의 글과 연설이 국내 외교안보 담론을 오염시키고 여론을 호도해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데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정부의 외교와 정보활동은 국익을 위한 것이다. 무엇이 국익인지 명확한 규정은 없으나, 일반적으로는 국가 안보,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와 국민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의 경제적 가치 등을 국익으로 본다. 국정원과 외교부가 테리를 앞세워 지금까지 해온 일들은 국익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들이다. 정권의 성과를 부풀려 홍보하고 반론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외교와 정보활동을 사유화하고 정치화했을뿐이다.

이같은 일이 지난 10년 동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도 40년 전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같은 경험을 했다. 대사관의 고위관계자가 시내 고급 스테이크하우스에서 밥을 사주면서 "전두환 정부의 대미외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유학생 기고문을 워싱턴포스트에 싣기로 했다"면서 글을 요청했다. 어이없어 하는 필자에게 그 고위관계자는 "다 써놨으니 이름만 빌려주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세월 동안 한국 정부는 이같은 방식으로 외교안보 문제를 다뤄왔을 것이다. 테리 이외에도 많은 전문가, 기자, 전직 관료 등이 지금도 그런 활동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테리가 문재인 정부 때는 정부 청탁 기고문을 쓰지 않았지만, 이는 테리의 이념적 성향이 문재인 정부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지 진보 정부가 그런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20년 간 외교 분야를 취재하면서 정부의 청탁을 받고 국정 운영을 칭송하는 글과 인터뷰, 연설 등을 제공하는 사례가 보수, 진보 정부를 막론하고 무수히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외교부는 테리의 공소장 내용에 대해 "전문가 기고문, 칼럼 협조 요청은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라며 "구체적인 경위는 알아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외교부가 테리에게 기고문을 요청한 것은 통상적 업무가 아니라 미국 국내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이며 청탁과 대가 제공에 따른 '국내 여론 호도' 목적임이 공소장을 통해 명백히 드러나 있다.

한 국가가 정교한 외교안보 전략을 가지려면 국가적 목표가 정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냉정한 현실 인식과 객관적 시각에 바탕을 둔 합리적 판단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가 정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정보력과 외교력을 소진하면서 건전한 사회적 담론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테리를 기소한 미국 연방검찰의 공소장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한국이 외교 분야에서는 왜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부끄러운 사건이지만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opent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가덕신공항 공사기간 22개월 연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를 연내 재입찰하기로 했다. 앞선 사업자 선정이 네 차례나 유찰되고 수의계약 추진도 중단되면서 표류하던 사업에 대해, 정부와 공단이 정상화 로드맵을 마련해 다시 추진에 나선 것이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예정지 부지가 내려다보이는 대항전망대에 위치한 비행기 모형 [사진=최지환 기자] 21일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를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으로 연내 입찰 공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네 차례 유찰되고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수의계약 절차가 중단된 이후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정부와 공단은 입찰방식과 공사기간, 사업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기술 검토를 거쳐 사업 재개 방안을 마련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6만9000㎡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 시설 전반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본래 개항 목표는 2029년 말이었으나, 올 5월 기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하 현대건설)이 해상과 육상을 아우르는 대규모 고난도 공사임을 고려할 때 108개월의 공사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국토부가 지위를 박탈하면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입찰은 턴키 방식으로 추진된다. 해상 연약지반이 두껍게 분포한 가덕도 지역 특성을 고려해 토석 채취, 연약지반 처리, 방파제 설치, 해상 및 육상 매립, 활주로 설치 등 복합 공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시공사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공사기간은 연약지반 안정화 확보에 중점을 두고 기존 84개월에서 106개월로 연장했다. 정부는 지반 계측을 통해 안정화가 앞당겨질 경우 후속 공정을 신속히 연계해 전체 공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해상공사 장비 제작 기간과 공사용 도로 개설 등 사전 준비 기간도 반영됐다. 공사비는 당초 10조5000억원에서 건설투자 GDP디플레이터 상승률을 적용해 10조7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공단은 종합적 사업관리(PgM) 체계 도입을 통해 토목·건축·항행시설 등 복수 프로젝트를 통합 관리하고, 관계기관 협의체를 상시 운영해 안전과 품질을 관리할 계획이다. 정부는 연내 입찰 공고를 거쳐 사업자 선정과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2026년 하반기 우선 시공분 착공을 추진한다. 행정 절차와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2035년 개항이 목표다. 공항 접근성 강화를 위한 도로·철도 인프라도 병행 추진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연구기관, 민간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지역 발전 및 북극항로 시대 대응 전략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가덕도신공항은 여객·화물 수요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관문 공항으로 건설돼야 한다"며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되, 관계기관과 협력해 사업이 최대한 신속히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11-21 16:00
사진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박민경 인턴기자 = '대장동 개발 비리 특혜 사건' 항소포기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 박철우(53·사법연수원 30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취임했다. 항소포기의 지휘 라인에 있던 박 지검장이 중앙지검장으로 오면서, 검찰 안팎에선 불만이 커지는 모습이다.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9시께 중앙지검으로 첫 출근했다. 그는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대장동 수사팀에서는 지검장이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시절) 항소포기 의견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저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많이 퍼져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단 그는 어떤 내용이 정확하지 않은지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며 답을 피했다.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박민경 인턴기자 = 2025.11.21 pmk1459@newspim.com 또 '항소포기 사태 당사자의 지검장 부임에 대해 직원들의 반발 목소리가 있다'는 지적에 박 지검장은 "검찰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면 (항소포기)에 대한 입장을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엔 "아니 이해하고 공감하다고 했지 않은가"라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외에 항소포기에 반발한 검사를 징계하는 것에 대한 입장 관련 질문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답을 피했다. 박 지검장은 취임사를 통해 "요 근래만큼 그동안 쏟아부은 열정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은 박탈감과 자괴감이 드는 시기는 없을 것"이라며 "저 또한 억울한 감정을 부정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본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간접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지검장은 대장동 항소포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대장동 항소 기한이 만료된 후 수사·공판팀은 입장문을 통해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지난 7일 오후 무렵 갑자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사·공판팀에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장동 수사·공판팀을 이끈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당일 오후 8시45분께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박 지검장이 재검토 지휘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박 지검장은 항소포기 관련 지휘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지목됐다. 애초 항소포기 사태는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노만석 전 대검 차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일단락되고, 항소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의 평검사 전보 징계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박 지검장이 새롭게 임명되면서 내부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고검 검사는 "항소포기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구체적인 설명이나 어떠한 언급도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다"며 "수사팀은 물론 중앙지검 내부 반감이 큰데, 어떻게 조직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조직에 칼을 꽂은 공으로 좋은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어떻게 조직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내부 반발만 더욱 커질뿐이다.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hyun9@newspim.com 2025-11-21 14:45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