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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사람들은 왜 '생선 김장'을 즐겨 담글까...대구·새치·퉁수·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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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지방 김장 민속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김장철이 돌아왔다. 전통사회에서 김장과 땔감 마련은 서민 가계가 겨울을 나기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주요한 살림살이이다.

주부들은 치솟는 물가고에 김장철을 앞두고 시름이 깊어진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무 등 김장 필수 채소류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여전히 시름이 가시지 않는다.

김장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채소류 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울진지방에서는 '김장속'으로 고춧가루, 젓갈 등 기본양념에 생선을 함께 넣어 담그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김장 비용이 곱절 이상 들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긴 겨울을 날 김장과 땔감을 장만하는 일은 농어촌 살림살이에서 뺄래야 뺄 수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김장은 이듬해 봄까지 온 식구가 먹어야 할 소중한 먹을거리인 까닭에 제 때에 맞춰 김장을 장만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식구들은 끼니때마다 맨 밥으로 겨울을 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일이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농촌의 아낙들은 여름에 옮겨 심은 배추가 제대로 속이 들어차는지, 벌레나 들지 않았는지를 살피기 위해 매일 배추밭으로 나가 배추벌레를 일일이 손으로 집어낸다.

요즘에는 농약 사용이 일상화되었지만, 식구들의 소중한 밑반찬인 김장거리에는 농약을 가능한 덜 뿌리는 것이 몸에 익은 농사법이었다.

11월 중순으로 접어들면 울진지방은 김장담기로 부산해진다. 김장은 대개 집집마다 날을 잡아 돌아가면서 담갔다.

김장담그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어서 온 식구가 함께 담그거나 이웃끼리 품을 보탰다. 김장 품앗이인 셈이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동해를 낀 해양도시인 경북 울진지방의 '생선 김장속'으로 장만하는 김장. 2022.11.22 nulcheon@newspim.com

◆ 울진지방 김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생선 김장'

울진지방의 겨울나기 대표 음식인 '김장'의 가장 두드러진 점은 대부분의 가계에서 생선을 넣어 삭히는 이른바 '생선 김장'이 특징이다.

동해를 낀 해촌이라는 지리.생업적 특성이 음식문화 형성에 강한 영향력을 끼친 셈이다.

울진지방의 대부분 가정에서 김장 속에 생선을 잘게 썰어 넣는 것은 울진지방 음식의 대표적인 특성인 '늘여먹기'에서도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농촌과는 달리 해촌에서는 간장이나 고춧가루 등 밭작물로 만드는 다양한 양념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바닷가 사람들은 이들 양념류에 대체할 다른 방식으로 '맛'을 내고 '간'을 맞추기 위해 생선으로 식힌 '간수'나 '젓갈' 따위를 사용해 왔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사람들이 김장속으로 즐겨 사용하는 생선인 '퉁수'2022.11.22 nulcheon@newspim.com

울진지방의 젓갈류는 대개 죽변항이나 후포항 등 울진 연안의 크고 작은 항포구에서 직접 생산되는 생선류로 장만했다.

꽁치간수, 멸치간수, 메가리간수, 오징어간수가 대표적이다.

울진지방의 봄철에 성어기를 이루는 '꽁치'는 '보리꽁치'라 하여 '살집이 통통하고 기름기가 자르르 흘러' 맛이 좋기로 이름났다.

'보리가 팰 무렵에 잡히는 꽁치'라 하여 '보리꽁치'라는 이름을 얻었다.

보리가 팰 무렵 죽변항은 싱싱한 꽁치를 가득 싣고 만선을 이뤄 항구로 들어오는 꽁치잡이 어선들로 만원을 이룬다.

죽변항 어판장은 이 무렵이면 해촌의 아낙들이 '꽁치갈무리'로 새벽부터 해거름까지 분주하게 보낸다.

꽁치간수는 외지 상인들에게 상품으로 팔리지 못한 '파지'나 '상처가 난 꽁치' 등으로 담근다.

꽁치잡이철이 지나면 '메가리잡이철'이 이어진다.

메가리는 울진지방에서 '젓갈담기용 생선'으로 회자될 만큼 '젓갈용 생선'으로 인식돼 있다.

울진사람들은 꽁치와 메가리철에 꽁치간수와 메가리간수를 담아 집안의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어 삭혀놓았다가 김장철에 요긴하게 사용했다.

김장에 사용하고 남은 꽁치간수나 메가리간수는 일상에서 해초류나 나물 무침음식에 요긴하게 사용했다. 

[대구경북=남효선 기자] 2022.11.22 nulcheon@newspim.com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동해를 낀 해양도시인 경북 울진지방의 '생선 김장속' 만들기.2022.11.22 nulcheon@newspim.com

울진지방 사람들이 김장속으로 즐겨 사용하는 생선은 대구, 이면수(새치), 퉁수, 힛데기,물가자미, 멸치 등이다.

이중 퉁수와 대구는 '시원한 맛'을, 이면수와 힛뜨기,물가자미,멸치는 '깊고 구수한 맛'을 낸다.

최근에는 '시원하고 구수한 맛'을 동시에 얻기 위해 퉁수, 이면수 따위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이 중 '힛데기'는 살점이 단단하고 기름기가 적어 맛이 졸깃하고 담백해 김장속을 비롯 식해(食醢) 용으로 선호했다.

최근 죽변항과 후포항에는 '힛데기 식해 전문 판매점'이 다수 들어설 만큼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울진의 대표적 전통음식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식해는 울진지방을 비롯 동해 연안 어촌에서 발달한 염장 발효 음식으로 토막 친 생선에 소금과 무채, 밥을 섞어 발효시킨 음식이다.

김장속은 미리 장만해 놓은 대구나 새치 등 생선에 다진 마늘, 생강, 대파, 당근, 쪽파, 미나리, 청각, 갓 따위를 넣어 버무린다.

바다 나물인 청각을 반드시 넣는데, 이는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서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울진지방의 대표적인 염장발효식품인 식해(食醢)에 즐겨 사용하는 생선인 '힛데기'. 2022.11.22 nulcheon@newspim.com

양념과 김장속이 마련되면 비로소 김장담그기에 들어간다. 바닷물에 절인 배추를 큰 함지에 가득 담아 가운데 놓아두고 한 사람은 한 포기씩 꺼내 양념을 바르고, 또 한 사람은 양념을 바른 배추에 김장속을 골고루 넣어 잘 여며 놓는다.

이 과정이 끝나면 미리 잘 씻어 말려놓은 커다란 단지에 먼저 양념한 무를 깔고 그 위에 양념과 생선을 넣은 속을 적당히 넣은 배추를 포개어 놓는다.

또 그 위에 양념을 한 무를 한줄 깔고, 김장속을 넣은 배추를 포개어 놓는다.

이윽고 한 단지가 가득 차면 맨 위에 양념과 김장속을 바르지 않은 절인 배추포기를 포개어 놓는데, 이를 "우거지 넣는다"고 한다.

김장담그기가 끝나면 남정네는 미리 파 놓은 웅덩이에 김장독을 묻는다. 비로소 이듬해 봄철까지 먹을 소중한 김장담그기가 마무리된다.

김치냉장고가 보편화되면서 '김장독파기' 관행은 거의 사라진 민속이다.

먹을거리가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 많은 식구가 한 지붕 아래서 살던 70년대까지만 해도 보통 집집마다 김장독을 3~4개씩 묻었다.

김장담그는 날이면 양념과 김장속을 듬뿍 넣은 겉절이를 안주 삼아 아낙들은 막걸리 한 잔 씩을 돌렸다.

김장담그는 집에서 으레 밥은 물론이고, 살림살이가 넉넉한 집에서는 돼지고기를 삶아 겉절이를 곁들이며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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