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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울진 산불 팔순 노모의 눈물 "얼매 전에 자식들이 돈 보내 집수리했는데..."

기사입력 : 2022년03월07일 16:01

최종수정 : 2022년03월07일 17:33

'울진 산불' 강풍 타고 북면·죽변·울진읍 일대 초토화
미세먼지 평소의 53배....호흡기질환 2차 피해 우려
산불 잿더미 바다로 유입...울진 특산 '돌미역' 치명타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얼매 전에 객지 나간 자식들이 돈을 보내줘 얼음알맨커로 깨끗하게 집수리 했는데 이놈의 산불로 까맣게 타버랬니더."

지난 4일 오전 11시17분쯤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한 야산에서 발화한 산불로 조상대대로 삶의 보금자리를 꾸리며 자식을 길러 온 집을 화마에 앗기고 낯 선 체육관 바닥에서 나흘째 뜬 눈으로 밤을 세며 하루빨리 산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팔순의 노모가 가슴을 쓰러내리며 한숨을 쏟는다.

마스크를 위로 드러난 눈가에 눈물이 글썽하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울진산불'로 조상대대로 가꾸고 지켜 온 삶의 보금자리를 하루아침에 화마에 앗기고 거리로 쫒긴 팔순의 할머니가 대피당시를 회고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2022.03.07 nulcheon@newspim.com

"그날 먹은 게 내 집에서 먹은 마지막 점심이시더. 혼재 점심을 차려먹고 설거지 해 놓고 한 숨 돌리고 있는데 집 뒤로 시커먼 연기가 솟고 시뻘건 불기둥이 솟디더. 그때가 새로 한 시쯤 됐니더. 허둥지둥 몸뚱이만 겨우 빠져나왔니더."

산불이 확산하자 이웃집 할머니와 함께 겨우 몸만 빠져 나와 나흘 째 체육관에서 뜬 눈으로 밤을 세우고 있는 박현순 할머니는 피신하던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오금이 저린다고 말했다.

"내가 피신할 때는 집에 불이 안 붙었는데, 여기와서 들어보니가 마을회관만 남기고 여덟집인가 아홉집이 다 타탔다니더. 그애기를 들으니 속이 까맣게 타니더. 혈압이 막 오르니더. 그래도 우야니껴. 우리 집만 탄 게 아니고 마을 전부가 다 탔는데."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울진산불'이 걷잡을 수 없는 강풍을 타고 확산 한 산불이 울진읍 명도리를 넘어 울진군 소재지인 울진읍 방면으로 확산하고 있다.2022.03.07 nulcheon@newspim.com

이날 두천리 한 야산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울진산불'은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강풍을 타고 북면 두천리에서 소곡리로, 주인리로, 신화리로, 부구리로 순식간에 확산됐다.

급기야 화마는 국가기간시설이 한울원자력발전소 울타리 내로 번지면서 변전소를 위협했다.

이날 당초 북동쪽을 향하던 강풍이 북쪽으로 향하면서 울진군과 강원도 삼척시와 경계인 나곡리를 할퀴고 삼척시 호산읍 월천리로 진입하면서 대규모 LNG설비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했다.

이어 산불은 이튿날인 5일 새벽 3시쯤 다시 강풍이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부구리와 나곡리, 신화리, 고목리로 확산하고 죽변면 후정리와 봉평리, 울진읍 온양리 일원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급기야 산불은 이날 오후부터 울진군청 소재지인 울진읍과 연접한 죽변면 화성리와 울진읍 명도리 일원을 집어 삼키고 울진읍 읍내1리와 읍내 5리, 연지리 일원으로 확산되면서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울진군은 강풍의 방향이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동서남북 사방으로 몰아치면서 북면과 죽변면, 울진읍 전역을 휩쓰자 재난문자를 통해 주민대피를 독려하는 등 주민안전조치에 전 행정력을 동원했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울진산불'로 흡사 종이상자가 구겨지듯 폐허로 변한 울진군 북면지역 민가. 2022.03.07 nulcheon@newspim.com

'울진산불' 이틀째인 5일, 북면, 죽변면, 울진읍 전 지역은 화마가 할키고 간 생채기로 흡사 전쟁터처럼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워낙 피해 범위가 넓어 현재까지 피해 상황과 규모 등은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울진군의 공공알리미는 '주민대피'를 독려하는 문자알림으로 쉴 새 없이 울렸다.

다만 이날까지 단 한 건의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평생 처음 겪는 불난리에 그래도 사람 목숨 안다친게 천만다행이시더."

대피소에서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팔순의 할머니가 손을 내젖는다.

신화2리 '화동마을'은 거센 화마 앞에서 평생을 옹기종기 처마를 맞대고 살아 온 20여채가 속수무책으로 한꺼번에 불길에 무너졌다.

화마가 들이닥치자 맨 몸으로 대피한 화동마을은 흡사 종이상자처럼 구겨진 채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보여주 듯 무너진 집 곳곳에서 시커만 연기가 솟고 있다.

화마에 속절없이 무너진 한 주택 옥상에서 반쯤 타다 만 태극기가 여전히 기세롭게 몰아치는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울진산불' 사흘째인 6일 이재민들이 긴급 대피해 있는 울진국민체육센터를 찾아 이재민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사진=경북소방본부] 2022.03.07 nulcheon@newspim.com

'울진산불' 사흘째인 6일, 문재인 대통령은 평생을 일궈온 삶의 보금자리를 화마에 앗기고 낯 선 체육관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 고령의 이재민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재민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며 조속하게 다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용기를 잃지말라"고 거듭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택 20여채가 한꺼번에 화마에 무너내린 신화2리 '화동마을'을 찾아 처참한 피해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거듭 "주민들의 안전한 구호와 조속한 지원"을 약속했다.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앉은 피해주민들은 대통령에게 "빠른 일상 복귀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신화2리 이장 전호동씨는 "산불로 하루아침에 마을 전체가 잿더미로 변했다"며 "우리 어머니, 아버지, 이웃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와 예전처럼 정답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울진산불' 현장과 강원도 삼척시 산불현장을 직접 다녀간 즉시 울진과 강원 삼척지역을 국가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울진산불' 나흘째인 7일 오전 8시 기준 주택 236채가 전소하고, 창고 등 255채가 불에 타 건물 491동이 전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축사 7동이 불에 타고 비닐하우스 17동, 저온창고 1동이 전소됐다. 농기계 31대가 불에 타고 가축 4마리가 폐사했다. 또 15곳의 양봉시설 2000여개가 소실됐다.

이는 잠정 집계된 수치로 진화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피해 규모를 실사하면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울진산불' 나흘 간 울진지역 전역으로 휩싸고 있는 매캐한 연기와 화염, 연무로 어린아이와 고령층 등 노약자들은 물로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 등 2차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나흘째 확산되고 있는 '울진산불'로 발생한 매캐한 연기와 화연, 연무가 7일 아침 울진군 전역을 뒤덮고 있다.2022.03.07 nulcheon@newspim.com

실제 7일 오전 9시 현재 울진군의 울진지역 대기환경측정에 의하면 미세먼지는 1시간 기준 910㎍/㎥로 측정돼 '매우나쁨' 수준을 넘어 최악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울진지역 역대 최고치로 '보통' 수준인 80㎍/㎥에 비해 무려 11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초미세먼지도 이날 오전 9시 기준 803㎍/㎥을 보여 최악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상'수준 15㎍/㎥에 비해 무려 53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이와함께 3월과 4월은 울진의 대표적 특산물인 '울진돌미역' 생장.수확철이어서 이번 산불로 발생한 잿더미가 울진 앞바다로 유입될 경우 심각한 생장 저해를 가져와 막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이철우 지시와 최병암 산림청장, 전찬걸 울진군수가 산불현장에 마련된 대책상황실에서 확산저지와 조기진화 전력을 논의하고 있다. 2022.03.07 nulcheon@newspim.com

울진군은 산불 피해 이재민들이 임시로 긴급 대피해 있는 울진국민체육센터와 근남면 노음초등학교 등 12곳의 대피소에 공무원과 지역사회 봉사단체 등을 긴급 동원해 이재민들의 식사 등 생활불편 해소에 총력을 쏟고 있다.

울진군은 주민들이 긴급 대피해 있는 울진국민체육센터 강당에 실내 텐트를 긴급하게 설치하고 고령의 주민들이 밤새 추위에 떨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울진산불'이 나흘째 확산되면서 울진지역 사회봉사단체와 대한적십자 등 사회단체가 밤새 구호 지원에 나서고 있다.2022.03.07 nulcheon@newspim.com

또 '울진산불' 현장상황실이 설치된 죽변면 봉평리 '봉평신라비 전시관' 앞 마당에 진화지원소를 설치하고 전국에서 달려 온 진화대원들을 지원하고 있다.

전찬걸 울진군수는 "7일 낮 12시 기준 국민체육센터 등 지역 12곳 대피소에 272명의 이재민들이 임시 대피하고 있다"며 "울진군의회,경북도 등과 긴밀하게 연계해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해 임시거주 주택 마련과 이재민 생활안정 등에 전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nulcheo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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