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오피니언 내부칼럼

속보

더보기

[이철환의 대한민국 개혁과제] ②투명하고 합리적인 사회 건설, 공공개혁

기사입력 : 2019년05월29일 10:34

최종수정 : 2019년05월29일 10:35

[편집자주] 지금 대한민국은 매우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우선 경제적으로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야 한다. 그러나 경제발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물질적 풍요 이상으로 정신적 만족을 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자유와 평등, 쾌적함과 여유로움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경제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경제적 성과를 따르지 못하는 후진적인 정치사회행태, 심각한 양극화와 갈등 구조까지 사회 통합을 가로막고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산적해 있다.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10회에 걸쳐 더불어 잘 살기 위한 개혁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비리와 부패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남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하는 정당하지 않은 거래를 뜻하는 뒷거래와 관련된 사건들이 여전히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뒷거래의 매개체는 검은돈이다. ‘검은 돈’이란 일반적으로 뒷거래를 할 때 뇌물의 성격을 띠거나 그 밖의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주고받는 돈을 일컫는다. 기업의 비자금이나 탈세 혹은 각종 뇌물 등을 통해 얻은 돈들은 검은 돈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돈이 아니더라도 부정한 거래를 위한 향응이나 물건 또는 그에 따른 대가 같은 것도 검은 돈의 범주에 들어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정한 뒷거래는 원칙적으로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현실 사회에서는 여전히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뒷거래 관행은 우리 사회를 부정부패의 늪으로 끌어넣어 결국 망조가 들게 하는 악습 중의 악습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음성적인 뒷거래 관행으로 인해 아직도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GDP의 14~18% 수준에 이르고 있다. 검은 뒷거래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뒷거래에 들어간 비용을 메우기 위한 시도는 우리 경제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초래하고 경쟁력을 훼손시킨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이미지와 브랜드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결국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평판이 나빠지게 된다.

때로는 대형 사고를 유발하여 국가사회에 재앙을 불러오기도 한다. 1970년대 와우아파트 붕괴와 대연각호텔 화재, 1990년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그리고 2014년 300여명의 꽃다운 젊은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사고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이를 두고 혹자는 한국을 ‘사고공화국’이라고 비아냥댔다. 이는 대부분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했지만, 검은 뒷거래가 그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처럼 검은 뒷거래는 인간의 양심과 존엄성마저 갉아먹는 무서운 바이러스이다. 이를 퇴치하기 위해 엄정한 법집행과 함께 의식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부정부패 없는 맑고 투명한 사회분위기를 조성· 정착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한편 우리나라 사람들은 혈연·지연·학연 등의 연(緣)을 매우 중시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옳고 그름을 논리와 이성으로 판단하지 않고 자기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온정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 또한 이 온정주의에 입각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논리와 이성을 흐리게 하여 합리적 판단을 못 하게 하는 것이 인화를 중시하는 온정주의 문화다.

이 때문에 어떤 중요한 판단과 결론을 내려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업무를 처리할 때,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감정이나 온정에 기대어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 사회에는 합리성이나 원칙, 상식이나 규범보다 연고주의·온정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물론 온정주의는 적당한 선을 유지하면 사회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선을 넘어서면 문제가 발생한다. 또 그 특성상 대부분 선을 넘어서게 된다. 불합리를 눈감아 주고 소신을 말할 수 없게 되며, 다수 의견에 적당히 맞추어가게끔 유도하기도 한다. 결국 명철한 판단이 불가능해지며, 대충 때우고 넘기는 적당주의가 만연하게 된다. 이로 인한 비용은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이 부담하게 된다.

또 하나의 부정적인 온정주의 현상은 파벌주의로 나타난다. 이 파벌주의 문화는 우리사회에 여러 가지 폐해를 남기고 있다. 우선 국가의 분열을 조장하여 상생과 공존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파벌주의의 특징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처럼 끼리끼리 뭉친 뒤, 자신들 밖의 집단에 대해서는 이를 배척하거나 거부하고 소외시키는 이기주의 풍조를 보인다. 다시 말해 갈등과 분열주의를 조장하게 된다. 그래서 이너서클에 들지 못한 사람들은 겉돌 수밖에 없다. 따돌림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너서클(inner circle)’이란 소수의 핵심 권력집단을 가리킨다.

다음으로는 인사의 공정성을 해치게 된다는 점이다. 인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더 많은 안면과 좋은 학연·지연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인사의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비리문제도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런 조직이나 사회가 정상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음성적인 뒷거래 그리고 온정주의 문화가 도사리고 있다. 또 그 폐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좀 더 긴 안목에서 가정과 기업, 그리고 국가를 잘 운영해 나가지 못한다. 그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득 챙기는 데만 급급할 따름이다. 이처럼 기본을 소홀히 하고 절차를 무시하면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한시바삐 검은 뒷거래를 불식하고 빠진 너트들을 찾아 다시 조이는 사회시스템 정비작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또한 온정주의 대신 ‘합리주의’를, 개인이익 중심의 연고주의나 패거리 파벌문화 대신 공공의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 문화’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맑고 투명한 사회분위기를 조성· 정착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런 투명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는 누구보다도 공직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공직자는 국가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대들보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와 복지부동을 불식시켜야 한다. 2016년부터 공직자 등의 비리를 규제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부패방지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을 강화한 것으로, 주 내용은 직무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공직자 등의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공직사회가 많이 정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요즈음도 심심찮게 독직사건이 터지고 있다. 특히 인허가 권한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부서일수록 심하다. 문제는 공직사회가 부패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점이다. 이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국가들 대부분이 공직자부패가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공직사회가 먼저 맑고 투명해지도록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리고 복지부동의 풍토를 없애기 위한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성과급 제도를 확산시키는 것은 이를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예산의 낭비는 재정을 파탄 내는 주범 중의 하나이다. 각 지방정부에서는 경쟁적으로 도로, 스포츠시설, 그리고 공항시설을 유치하였다. 다수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흉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지방정부의 호화청사 건축, 선심성 복지지출 또한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지자체장들이 지역주민들의 환심을 사려는 심산에서 제대로 된 사전 수요조사 없이 무턱대고 사업을 추진하는데 기인한다.

다음으로 공직사회 개혁의 주요 과제는 온정주의 문화를 불식하는 것이라 하겠다. 아직도 공직사회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비리를 저지른 직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다가 문제가 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이와 함께 불법시위나 농성에 대해서도 엄정히 대처하기보다는 온정주의에 휘둘려 적당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공권력은 상식과 사회규범을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기에, 공권력의 엄정한 집행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공직사회와 국가의 기강을 굳건히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이 온정주의는 불식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경제사회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사회분위기를 조성·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런 과제를 실현함에 있어 국가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공직사회가 선도하고 지지해 나가야만 한다.

이철환 mofelee@hanmail.net

▶이철환= 금융인, 전 행정공무원. <암호화폐의 경제학> <뜨거운 지구를 살리자> <좋은 돈 나쁜 돈 이상한 돈> 등 저서 다수. △성균관대학교 경영학 학사 △오리건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재정경제원 인력개발과 과장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 과장 △재정경제부 장관비서실 실장 △재정경제부 국고국 국장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위원장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사진
"10개 석화기업 NCC 370만톤 감축"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업계가 제출한 계획에 대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후 금융, 세제 등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구 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주재하고, 10개 석유화학 기업과 사업재편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산경장이다. 이번 협약은 최대 370만톤 규모의 설비(NCC) 감축을 목표로 연말까지 각 사별로 구체적 사업 재편 계획을 제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협약식에는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 대한유화, 한화솔루션, DL케미칼, GS칼텍스, HD현대케미칼, S-OIL 등 10개사가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0 pangbin@newspim.com 구 총리는 "중국·중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예고됐는데도 국내 석화 업계는 과거 호황에 취해 오히려 설비를 증설했다"며 "고부가 전환까지 실기하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제 첫걸음을 뗀 것일 뿐 갈 길이 멀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구 부총리는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구속력 있는 사업 재편·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며 "당장 '다음 달'이라도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각오로 속도감 있게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에 제출한 계획이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완화, 금융, 세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구 부총리는 "사업 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거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지만, 현재 활황을 보이는 조선업은 '좋은 선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선업은 과거 고강도 자구 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석유화학산업도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ideopen@newspim.com 2025-08-20 13:1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