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공연

속보

더보기

[컬처톡] 현대판 마녀사냥, 내 목소리는 어디에…연극 '시련'

기사입력 : 2019년03월14일 14:43

최종수정 : 2019년03월15일 12:45

실제 마녀사냥 배경으로 탄생한 아서 밀러 희곡
오는 31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서 공연

[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세일럼빌리지(현 댄버스)에서는 약 5개월에 걸쳐 185명의 주민들이 투옥되고, 19명이 교수형을 당했다. 총 25명이 목숨을 잃은 마녀재판이 일어났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피하기 위해 이웃을 마녀나 악마로 고발했다.

연극 '시련' 공연 장면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연극 '시련'은 실제 일어났던 위 사건을 배경으로 한 미국 현대 희곡의 대표 극작가 아서 밀러의 작품이다. 마녀재판에 1950년대 미국을 휩쓴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인 '매카시즘'을 투영시켜 집단 안에서 희생당하는 개인을 그린다.

공연은 패리스 목사가 일어나지 않는 딸을 걱정해 퇴마의식 전문 존 헤일 목사를 초청하며 시작된다. 패리스 목사는 마을 소녀들이 숲속에서 벌거벗고 춤을 추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의 딸 역시 마녀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소녀들은 마을 사람들을 한명씩 마녀로 지목하고, 이내 수많은 사람들이 투옥되거나 처형된다.

주인공 존 프락터는 세일럼의 사람들 사이에서 존경받지만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못하다. 하녀 아비게일과 불륜을 저지른 적이 있기 때문. 그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아비게일은 세일럼 마녀사냥을 주도하며 존 프락터의 아내 엘리자베스 프락터를 마녀로 고발한다. 존 프락터는 아내를 살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치부를 고백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그가 처형당한다.

연극 '시련' 공연 장면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극중 세일럼은 매우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마을이다. 힘든 경제대공황 시기를 독실한 신앙과 엄격한 규율로 버텨나간다. 약 70년 전이기에 지금 보기엔 너무 숨막히고 오히려 폭력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지배층의 권위와 권력이 매우 막강해 소위 '갑(甲)질'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 각각의 인물들은 자신만의 신념에 맞춰 행동하지만, 이 신념이 옳고 그른지 판단은 제대로 되지 않은 채라 문제다.

아비게일과 소녀들은 춤 춘 행위에 대한 변명으로 작은 거짓말을 시작했지만, 곧바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간다. 그러나, 그동안 누군가의 하녀로만 일해야 했던 이들이 법원 안에서 권력자가 되면서 그 달콤함을 맛보게 된다. 자신들의 말 한 마디에 사람들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억압당했던 과거를 보상받는 느낌이 아니었을까.

무대 위 배우들이 악마를 보았다며 소리 지르고 몸을 뒤집고 꺾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진짜 악마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어째서 이들의 증언에 대한 사실 여부는 확인하지 않을까. 소녀들 중 한 명이자 존 프락터의 하녀인 메어리가 진실을 알리려고 증언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마녀로 몰리자 결국 거짓말에 동참하게 된다. "고발하는 자는 왜 의심하지 않는 건가요"라는 존 프락터의 외침은 그저 공허히 흩어질 뿐이다.

연극 '시련' 공연 장면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무대는 침대 하나 혹은 테이블 하나 등 매우 단순하고 차갑고 건조한 느낌이다. 그러나 배우들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존 프락터'의 김재범, '존 헤일 목사'의 박정복, '메어리' 역 심서율의 몸 사리지 않는 연기가 눈에 띈다. 공연은 160여 분의 긴 러닝타임이지만 배우들의 열연에 비현실적으로 빠르게 흘러간다.

한때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광고 카피로 유행한 적이 있다. 소신과 용기를 뜻했던 이 행동이 세일럼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런 집단적 광기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나만이라도 살기 위해 거짓에 동참할 것인지, 올바른 신념과 가치를 위해 끝까지 진실을 말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어떤 것을 선택해도 시련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연극 '시련'은 오는 31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