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재계노트] 바짝 몸 낮춘 경영계, 속내는 "이번도 불통?"

기사입력 : 2017년06월02일 16:12

최종수정 : 2017년06월02일 16:12

경영계, 일자리 주체 배제한 일자리 정책 제대로 될까 의문 높아
기업 관계자 "소통과 협치로 정책 도출해야 정부 성과도 빛날 것"

[뉴스핌=이강혁 기자] 어제 월급을 지급했는데, 왜 또 오늘이 월급 날이지.

박 부장 저 친구는 늘 물 한번 마시고 종이컵을 버리네. 최소 10번은 마시고 버려도 되겠구만.

김 과장은 중요한 문서가 아니면 이면지 좀 활용해라. 종이 한장이 그냥 뚝딱 만들어지는 줄 아나.

이 대리 오늘도 야근하네. 업무시간 내에 마무리 못하고 왜 맨날 야근이야. 텅빈 사무실에서 혼자 야근하는데 전등을 또 다 켜놨네. 어이구.

▲재계 이미지 컷.

중소기업 대표 A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이런 말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경영자가 되고보니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는 경영과 직결돼 무엇이든 예민하다.

경영자로 변신하기 이전엔 그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물 한잔 마시고 버린 종이컵이 셀 수 없고, 프린터해 놓고 제대로 보지않고 버린 종이가 산더미다.

직장인으로 살아갈 땐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일상이, 요즘 그에게는 대부분 걱정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직원들에게 당장 이런 말들을 꺼내기는 부담스럽다. '속 좁은 대표'라는 수근거림이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근로시간 단축에 최저임금 인상 기류까지. 인건비 등 지출은 계속 늘어날텐데 이익은 제자리 걸음이다. 고정비 상승은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할 고민으로 눈앞에 닥쳤다.

'아. 올해 하반기 신입직원은 뽑지 말고 경영상황 좀 지켜봐야겠다.' A씨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2일 한 대기업 임원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자신의 친구 사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생각이 180도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핵심은 아닌 듯 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이 관계자는 "중소기업이나 프랜차이즈 가맹점 같은 곳들은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최저임금이 크게 높아지면 인건비 부담에 제대로 경영하기 어렵게 된다"면서 "벌써부터 채용을 줄인다거나, 차라리 다른 일 찾아보자는 중소·상공인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정부가 어느 정도의 합리적 수준을 제시할지 모르겠지만, 일자리 주체를 배제한 일자리 정책이 얼마나 질이 높을지 의문"이라며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여서는 문제해결의 올바른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영애로사항을 빗대, 새 정부의 '경영계와의 불통(不通)'을 지적하고 싶었던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보며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취업인구가 늘어나길 기원하며 박수치고 있다. 문재인(왼쪽부터) 대통령,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정병헌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사진=뉴시스>

경영계가 정부의 일자리 창출 광속행보를 두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 초기에 찍히면 끝장'이라며 바짝 몸을 낮추고 있지만, 언제까지 숨죽여야 하는지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업종과 기업의 특성, 경영의 효율성과 자율성이 무시된 채 너무 일방적으로 몰아친다는 노골적인 비판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가 높은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나서 '반성하라'고 호통을 쳤으니 누가 의견을 내고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겠냐"면서도 "기업도 국민인데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최소한 소통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여러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제적으로 조치하려는 것도 사실 서슬퍼런 정부에게 찍히면 큰일난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일자리 정책의 주요 이슈인 비정규직 해소에 발빠르게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새 정부에서 얻어터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것도 일종의 '보험' 성격인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기업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인데 비정규직 문제에 사실상 증세까지 서두르다보니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SK브로드밴드가 협럭업체 직원 5200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한다고 밝히는 과정에서 협력업체는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문을 닫게 생겼다. 일부 협력업체 대표는 중소기업의 기술 인력을 빼간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거래행위 신고까지 했다. 당분간 잡음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2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일률적인 정규직 전환은 복잡한 경영과 고용구조를 모르는 탁상행정일 수 있다"면서 "일자리 정책을 짜면서 어떻게 기업 목소리만 빼고 이야기가 될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또다른 그룹의 관계자도 "건설적인 대화가 지금부터라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이전 정부와 프레임만 바뀐 것 아니냐는 의문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문제라기 보다는 동일한 일을 하면서 동일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아니냐"며 "소통과 협치의 대상에 기업까지도 포함해 이런 현실적인 일자리 정책을 도출해야 결국 새 정부의 성과도 빛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와 기업은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부터 다르다.

단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기준, 삼성전자는 본사에서 685명의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전체 직원수(9만4283명)의 0.7% 수준이다. LG전자의 경우는 500명으로 전체(3만7856명)의 1.3%다. 현대차는 3%, SK하이닉스는 0.3%, 포스코는 1.8% 등이다.

이는 고용노동부 공시를 바탕으로 집계한 노동게의 비정규직 수치 31%와는 엄청난 차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집계한 지난해 300인 이상 대기업의 비정규직 비율 평균(42%)과도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가덕도신공항 시공사 교체되나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장기간 표류한 부산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국토교통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교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시공사가 전면적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2029년 개항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국토부가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공사측은 공사기간 연장, 공사비 증액을 포함한 게약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덕도신공항 공사 입찰 당시에도 우선협상대상자가 수의계약으로 결정된 만큼 국토부가 재입찰을 진행해도 대체 시공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결국 양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상당기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가덕도신공항 공사 개요 및 국토교통부, 현대건설 컨소시엄 간 부지조성공사 기본설계 조건 입장 차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현대건설 "국토부 공기·공사비 못 맞춰… 안전 1순위" 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기본설계안 변경 사유를 담은 시공단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수의계약 취소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개항 연기는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번 주 중으로 정부에 공사기간을 기존 7년에서 9년으로 연장해야 하는 사유를 담은 설명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컨소시엄은 지난주 국토부에 기본설계도서를 제출하면서 공사기간을 108개월로 제시했다. 국토부는 즉각 입찰공고에 제시된 공기(84개월)보다 2년이 더 필요한 구체적 사유와 설명자료 제출 등을 요구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6만9000㎡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 시설 전반을 건설하는 10조5300억원의 규모 사업이다. 당초 2035년 6월 개항으로 추진됐지만 '2030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 국면을 맞아 5년 이상 당겨졌다. 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후에도 정부의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방침은 그대로 유지됐다. 현대건설은 최대 깊이 60m에 달하는 대심도의 연약 지반을 매립해야 하는 공항 부지 특성상 지반 개량을 위해 해상 구조물인 케이슨을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케이슨은 육상에서 만든 뒤 해상으로 옮겨 바다에 가라앉힌 다음 안에 흙이나 모래를 채우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이 과정에서 약 7개월의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사업지 주변은 태풍이 발생하면 파도가 12m에 이르는 먼바다에 해당하는 지역이기에 높은 파도에 대비한 안전 시공법도 적용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에도 "파랑의 영향을 크게 받는 12월~2월이나 태풍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7월에는 해상작업일수가 한 달에 10일 미만"이라며 "해상운반, 거치, 케이슨 속채움 등의 해상작업이 어렵다"고 적혀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6개월간 25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사업성을 재검토한 결과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설계하려면 108개월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며 "현재로서는 기본설계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공사비 역시 정부가 내놓은 10조5000억원보다 최소 1조원을 증액해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 형평성 안 맞아 시공단 바꾼단 국토부… 업계 반응은 "글쎄" 부산시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적정 공사 기간과 현장 여건, 시공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건설 계획을 제시해달라"며 "지역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신속히 착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국토부도 강경한 입장으로 맞섰다. 컨소시엄이 기본설계 기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재입찰을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즉시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구성해 차회 입찰방식 등을 신속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또한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대건설이 국토부가 내건 조건에 맞춰 기본설계를 보완해온다면 그에 맞춘 조치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플랜B'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며 재입찰 검토에 힘을 실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공기 준수를 주요 요건으로 내세운 만큼 현 컨소시엄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입찰 의사를 보였다가 포기한 타 건설사와의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국토부가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실격 처분(DQ)을 내리고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보다 공기 협의를 하는 방향이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에 더욱 유리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항 건설 자체가 고난도인데다 해상 매립까지 수반하는 공사임에도 주어진 기간이 과도하게 짧다 보니 선뜻 손을 드는 회사를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서다. 최초 입찰 때도 이 같은 이유로 네 차례나 입찰이 유찰된 바 있다. 당시 공동도급 제한 조건이 과도하게 까다롭다는 비판이 일었다. 공사 규모가 10조원 이상인데 10대 건설업체 중 2개 업체를 초과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없어 공사를 마치기 위한 위험 부담과 비용이 크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토부는 3개사까지 참여 가능한 것으로 조건을 수정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기가 당초 계획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데다 해안가 공사라 지반 침하 문제도 있어 난도가 매우 높다"며 "금액을 떠나 이런 공사는 위험 부담이 커서 참여하려는 회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또한 공사기간 연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박영강 동의대 명예교수는 "파도가 많은 외해에 속하는 가덕도 앞바다에 플로팅(해상에 부유하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과 같은 획기적인 공법을 적용하는 데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훈구 KDI 재정투자평가실장은 "해외 유사공항 사례에서 보듯이 해상공항은 사업기간이 6~9년 정도 소요된다"며 "통상 매립공사에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연약지반 처리, 호안공사(매립지 테두리를 만드는 공사) 등에도 다수의 인력이 장기간 사용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5-08 06:00
사진
콘클라베 첫날 교황 선출 실패...검은 연기 [뉴욕 런던=뉴스핌]김근철· 장일현 특파원=새 교황 선출을 위해 7일(현지시간) 시작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 회의)에서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9시쯤 콘클라베가 열리고 있는 바티칸시티 시스티나 성당 굴뚝 위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는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 133명의 첫 투표에서 선거인단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없었다는 의미다.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리고 있는 바티칸시티 시스티나 예배당의 지붕 굴뚝에서 7일(현지시간) 밤 교황 선출 실패를 알리는 검은 색 연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kckim100@newspim.com 콘클라베에서 추기경단의 3분의 2 이상 지지로 새 교황이 선출되면 교황청은 투표 용지를 태워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피우고, 아니면 검은 연기로 투표 결과를 알린다. 첫날 회의에 새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성당에 계속 머물면서 8일부터는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 하루 최대 네 차례 투표해 제267대 교황을 뽑게 된다. 지난 2013년에는 다섯 번째 투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다. 콘클라베는 가톨릭 규정에 따라 교황이 선종한 뒤 15∼20일 사이에 시작한다. 콘클라베 방식의 교황 선출은 1274년 그레고리오 10세가 정립했다. 정치적 외압이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추기경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차기 교황을 뽑을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시스티나 성당은 19세기 후반부터 콘클라베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콘클라베에서는 모든 추기경이 후보인 동시에 유권자이다. 따로 후보를 정하지 않은 채 각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적어 내며,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벽화가 있는 제단 앞에서 비밀 투표를 반복한다. kckim100@newspim.com 2025-05-08 04:5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