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에 기부까지 ‘숨겨진 멋집’ 소문
“근방에 오면 꼭 찾습니다” 손님의 한마디

[뉴스핌=이보람 기자] "후루룩, 후루룩."
오후 2시가 넘은 시각. 조금 늦은 점심시간이지만 식당 안은 손님들의 식사 소리와 달콤하고 짭짤한 냄새로 가득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있는 식당 '아름다운 자장면'이다.
가게 이름처럼 가격도 아름답다. 자장면 한그릇에 2500원. 서울 택시 기본요금보다, 담배 한갑보다 싸다. 이마저도 2년 전, 물가상승으로 어쩔 수 없이 500원을 올린 가격이다. 10여년만이다.
가격인상을 최소화하려면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물과 수저, 단무지 등 모든 것이 손님 '셀프(self)'다.
그래도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에게는 고마운 식당이다. 기자가 식당을 찾은 24일 오후에도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손님들은 끊임없이 들어왔다.
손님들 대부분은 택시기사나 택배기사들이다. 식당 한 켠에는 자동차 핸들 커버를 비롯한 차량 액세서리 등이 판매되고 있다.
상품을 살펴보던 중 가장 아름다운 게 눈에 띄었다. 가게 주인 A씨의 14년째 이어지고 있는 선행이다.
'판매 금액의 20%는 불우이웃 돕기에 쓰입니다.'
A씨는 따로 통장을 만들어 판매 금액의 20%를 이웃들을 돕는 데 쓰고 있었다.
"처음 식당을 시작하면서 이웃들을 돕자고 했던 건 애들 아빠의 아이디어였어요. 그게 벌써 14년째가 됐네요."

A씨의 선행은 이 뿐만 아니다. 그는 식당을 시작하면서부터 적극적으로 주변 이웃들을 도왔다. 바자회를 열었고 백혈병 아이들을 도왔다. 현금은 물론이고 쌀이나 라면 등 형편 되는대로 기부를 이어갔다.
어버이날과 연말에는 때맞춰 나눔행사를 열기도 한다.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밴드 공연과 노래자랑은 덤이다. 이벤트를 통해 각종 선물도 증정한다. A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같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연말에는 김장담그기 행사를 연다. 김치를 만들어 주변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식당 안 벽에는 그동안 그가 열었던 행사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셀프라고 해도 불평하는 손님 하나 없다. 일부러 찾아올 정도다.
식사를 마친 손님 홍해선씨는 "근방에 올 일이 있으면 그날 식사는 일부러 여기서 한다"며 "남을 돕는 일이 쉽지 않은데, 내가 식사하고 그 일부에서 이웃을 돕는데 쓴다고 하니까 꼭 오게 된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물가가 여섯번째로 높은 도시 서울에서 2500원짜리 자장면을 팔면서 남에게 퍼주기까지 하는데 남는 게 있을까 싶다.
"수지가 안맞아서 가게 문 닫을 뻔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주간에만 영업을 하다가 24시간 운영으로 바꾼 게 4년 정도 됐네요."

위기를 극복하긴 했지만, 큰 행사 뿐 아니라 매달 자동이체해 둔 기부금이나 각종 공과금, 직원들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주인 A씨가 매달 가져가는 수익은 주방장 월급 정도다. 그래도 그는 지금처럼 남을 돕는 일을 계속할 계획이다.
"얼마 전에도 한 손님이 '좋은 일 하는 거 알고 일부러 찾아왔다'고 하시더라구요. 힘들다가도 그렇게 찾아주는 손님들도 계시고 행사 할 때 길게 줄서있는 어르신들 생각하면 또다시 힘내서 일하고 그러죠."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