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지표 대선 이전 수준으로 복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의 한 헤지펀드가 12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주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 수준에서 강한 저항력을 보이고 있지만 수면 아래로 투자 심리의 냉각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 |
12일(현지시각) 미국 투자 매체 CNBC에 따르면 헤지펀드 업체 밸류액트의 제프 우벤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뉴욕증시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하고, 12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반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행동주의 매니저로 꼽히는 그는 S&P500 지수의 밸류에이션이 현 수준에서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2개월 예상 실적으로 한 주가수익률(PER)은 18배. 이 같은 밸류에이션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세금 인하에 대한 확신과 초저금리 여건이 이어지는 한편 기업 이익률이 상승해야 한다는 것이 우벤의 설명이다. 그는 모든 조건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자산 규모 160억달러의 밸류액트는 지난 2015년 말부터 현금 비중을 10%에서 29%로 대폭 늘렸다. 이는 과거 10년 평균치인 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밸류액트는 가격 결정력과 탄탄한 지적 자산 및 회원 기반을 갖춘 ‘좋은’ 비즈니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어 이번 결정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벤은 투자자 서신에서 “우리의 투자 요건을 충족시키는 기업을 찾는 일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밸류액트의 결정은 주요 시장 지표를 통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월가 투자자들은 뉴욕증시의 헤드라인 지수를 제외한 주요 지표들이 지난해 대선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고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금 선물이 대선 이후 최고치로 뛰었고,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대선 이후 처음으로 15를 돌파했다.
채권시장이 예상하는 향후 10년간 연율 기준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91%로 지난해 12월19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대선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S&P500 지수가 여전히 대선 이후 10%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금융시장 곳곳에서 이른바 트럼프 효과가 자취를 감추는 실정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 인프라 프로젝트 등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가 더 이상 주식시장의 추세적인 상승을 이끌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연 2% 선에 머물 것으로 보이며, 이는 대선 이후 주가 랠리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경제적,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투자자들 사이에 공포감이 엿보이지 않는 점이 가장 우려할 부분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헤지펀드 업체 씨브리즈 캐피탈의 더그 카스 대표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두려워해야 할 악재들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지만 주가가 의미 있는 조정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는 매우 부적절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