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家) 회사로 업무 강도 세기로 유명"
[뉴스핌=우수연 기자] M&A(인수합병)이 잦아지는 요즘 증권업계에서 한국투자증권은 매번 유력한 인수후보군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상하게 매물로 나온 증권사 임직원들에게만은 인기가 바닥이다. 소위 '한투 경계령'이 업계내 만연하다.
작년과 올해 증권사 매물 중 대어(大魚)였던 대우·현대증권이 대표적이다. 최근 매물로 나온 하이투자증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3사 모두 새 주인으로 한국투자증권만은 막아야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매물 증권사 직원들의 이 같은 기류가 M&A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덩치를 키우려는 한투로선 불편하고 답답하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초대형IB' 육성 방안을 내놓으면서 한투의 자본 확충 필요성은 한층 절실해지고 있다. 적어도 자본금이 4조원 이상은 돼야 어음 발행 등 업무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물론 한투도 인수합병과 증자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M&A가 비교 우위의 조건인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 2011년 한투는 금융지주를 통해 7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자금을 수혈 받았다. 이자 비용과 부채비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국금융지주는 50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 나머지는 금융기관 차입 등으로 조달한 바 있다.
다만 당시와 비슷한 구조의 증자를 선택하기에는 조달 여건이나 지분 구조 등 여러 변수가 추가된데다 괜찮은(?) 매물이 자꾸 소진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한투로서 뾰족한 대안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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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 매물 증권사 "한투 인수, 생존권·고용안정 위협"
증권업계가 한투에 대한 비호감을 갖는 이유는 뭘까. 지난해말 인수 후보자로 한투가 거론되자 대우증권 노조는 한투의 인수전 참여를 결사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지난 3월 현대증권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도 안된 상황에서 한투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강력 반발했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한투가 인수를 검토한다는 공시 한마디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이들 3사 노조가 공통적으로 언급한 것은 '고용 안정·생존권 위협' 등이다. 각 분야에서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는 한투 직원들과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경우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증권은 트레이딩, 현대증권은 영업파트에 강점을 보이는 회사인데 아무래도 한투의 강점이 (본인들 회사와) 겹치다보니 시너지가 덜할 것으로 봤던 것 같다. 한투 맨파워가 강해 부서가 통째로 (경쟁) 붙으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위기 의식도 잇었다"고 전했다.
과거의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의 합병 과정에서 이유를 찾는 이들도 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맨파워가 약한 한국투자신탁 출신 직원들이 자연 도태되는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이란 얘기다.
한투 한 직원은 "당시 상대적으로 업무강도가 덜했던 한투신탁 출신 직원들이 동원증권과의 합병을 걱정했던 게 사실"이라며 "앞선 합병 사례에 비춰 현재도 여타 회사들이 비슷한 생각들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 집안 속속들이 아는 '빡센' 오너가(家) 회사
한투는 업무강도가 세기로 유명하다. 피인수 가능성이 제기됐던 증권사 직원들은 모두 한투가 '오너가(家) 회사'라는 점을 불편해 한다.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 관계자는 "대우는 오랫동안 주인이 없었다보니 업계에선 공기업 문화같은 것이 다소 있는 것도 틀리지 않다"며 "하지만 한투는 오너 회사로 지속돼 오면서 영업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강해 반발심리가 컸다"고 했다.
한투 출신의 한 증권사 임원은 "오너 회사이기에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한자리에 10년 넘게 근속할 수 있었고, 그만큼 임원들이 본인의 업무를 속속들이 잘 알기 때문에 영업 등 업무에 압박을 가하는 구조가 시스템화 돼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투 출신 임원도 "현재 근무하는 회사에 비해 한투의 업무 강도가 강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종업원 입장에서 워낙 조직이 타이트하니 노동 강도가 세질 것을 염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주요 증권사의 최근 5년간 1인당 수익성을 살펴보면, 온라인 비즈니스 기반의 키움증권이나 최근 수익성이 급증한 메리츠종금증권을 제외하면 한국투자증권이 꾸준히 업계 상위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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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들, 은행 계열사와의 시너지 확대 기대
또한 인수 후보를 찾는 증권사들 대부분 금융그룹에 소속돼 계열 은행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은행의 거대한 네트워크와 증권의 상품 경쟁력이 합쳐진 새로운 모델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증권과 은행, 계열사 간의 수평적 협업 시너지가 강점이다. 리테일 영역에서 복합점포(PWM), 기업금융에서는 은행의 기업금융부서와 증권의 IB조직을 연계한 CIB 그룹이 예다.
증권 업무 영역이 중복되는 한투보다는 그룹 내 증권 역할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금융그룹 편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 대형증권사 한 임원은 "최근 매물로 나온 증권사 직원들 모두 은행 계열사가 있는 금융그룹쪽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은행에는 거대한 고객군과 자산이 있고 증권은 상품에 대한 소싱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또한 한투의 경우 최근 트렌드인 은행과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부분은 분명 한계"라고 덧붙였다.
현대증권 한 관계자는 "한투와 현대 모두 본인 회사 출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순혈주의), 군대식 문화가 있어 합쳐지면 융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인식이 높았다"며 "반면 KB금융에 인수되면 계열사 내에서 증권 역할이 커질 것이란 기대 때문에 KB를 선호한 게 사실"이라고 전해왔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