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진성 기자] '병원내 감염'. 상당히 어려운 말이지만 이제는 유치원생도 알만큼 친숙한 용어가 됐다. 병원내 감염은 병원의 응급실 또는 입원실, 원내 등 병원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감염을 말한다.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환자가 발생했다. 최초 환자는 지난 4월 18일~ 5월 4일에 업무를 위해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잠복기를 거쳐 11일에 발열 증상 등을 보이기 시작한 이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27일만에 국내 메르스 확진자 수는 154명으로 증가했다. 사망자도 19명이 발생했다.
154명의 메르스 환자 중 대다수가 병원내 감염 환자다. 불편한 몸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가 치명적인 병을 얻은 셈이다.
더구나 이중 절반에 육박하는 75명은 국내 최고의 병원이라 불리는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사례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불가능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 여파로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4일 응급실과 수술실 등의 일부를 폐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이 비단 삼성서울병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은 국내 모든 의료기관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선 보건당국이 응급실 세부 지침을 마련돼야 된다고 강조한다.
국내 의료기관 응급실은 환자와 의료진, 방문객, 의료집기 등 모든 감염원이 어우러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병원내 감염 중에서도 가장 위험에 노출된 곳은 응급실이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의 응급실은 글자 그대로 응급처지만 이뤄지는 곳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며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환경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병원내 감염 예방을 위한 환기, 통풍, 온도유지 시스템 등이 거의 대부분 기준 없이 사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응급실 관련 규정을 살펴봐도 감염병 환자를 위한 격리 진료실 등에 대한 기준은 없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의 응급실은 대부분 1인 1실이 마련돼 있다. 내부시설도 환기, 통풍, 습도, 냉·난방, 소음 등 쾌적한 실내환경을 위해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위기 대응반이 상시 자리하고 있어 특이질환의 환자가 방문할 경우 그 즉시 보건당국에 통보하고 격리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같은 세부기준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에선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타 의료기관까지 확산되지 않았다.
마침 국내에서 메르스가 지속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삼성서울병원과 보라매병원 원자력병원, 건양대병원 등 대형 병원의 응급실은 일부 폐쇄조치됐다. 메르스의 교훈으로 이참에 싹 응급실 시설을 재정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보건당국과 병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응급실 가이드라인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읍급실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보건당국이나 지역 보건을 책임지는 의료기관으로써 옳은 자세는 아니다.
국민들은 메르스 여파로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고 있다. 보건당국에 대한 불신은 이제 분노의 형태로 옮아가는 모습이다. 대형병원에 대한 믿음도 깨졌다. 가이드라인 마련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는 더 커진다.
커진 분노를 가라앉히는 몫은 이제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의 손에 달렸다. 조속히 응급실 규정 등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메르스 여파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