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창균 기자]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고위관리직(임원급)에 최소 30%를 여성으로 임명해야하는 임원쿼터(할당)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노르웨이가 지난 2003년 세계 최초로 여성임원할당제를 도입한 데 이어 스웨덴 핀란드 스페인 프랑스 등이 이 제도를 채택했다. 최근에는 독일과 스위스가 관련법안을 추진중이다. 여성인력 활용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17일 "능력이나 실력이 앞서지만 여성이라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여성임원 30%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국내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사 때 평균 30% 수준이던 여성인력 비율이 직급별로 승진하면서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더욱이 임원 승진에서는 여성비율이 거의 전무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권 의원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처음 채용시점부터 직급별 승진까지 남성 보다 여성을 상대적으로 적게 뽑다보니 정작 임원승진 대상자에 여성이 배제되는 게 현실이 됐다"며 "여성임원할당제를 법안으로 만들면 최소한의 여성 인력풀이 생겨 임원승진에서 특정 성별이 차별받는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이미 지난달에 국회 입법조사처에 여성임원할당제 법안을 의뢰한 상태이고 현재 법안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 관련법안을 입법발의 한 뒤 국회통과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은희 의원은 KT 창립이래 두 번째 여성 임원에 오른 경력을 갖고 있다. 권 의원이 직접 여성으로 대기업에 몸담으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부조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준비하는 법안이 여성임원할당제다.
이와관련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권 의원의 여성에 대한 임원 30% 의무화법안에 적극 환영한다"며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여성이 일하기에 쉽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이를 강제적으로 할당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지지의사를 보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지난 10월 말 발표한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의 전체 등기임원 4561명 중 여성은 1.9%에 불과했다.
특히 대기업기업집단에 속하는 200개 상장사 가운데 총수가 있는 181개사의 평균 여성 등기임원 비율이 1.33%로 조사됐다. 총수가 있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은 친인척 여성을 계열사 임원으로 선임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실제 정상적인 절차를 밟고 등기임원으로 승진하는 여성비율은 0.58%에 그쳤다.
상장 계열사를 갖고 있는 49개 대규모 기업집단 가운데 79.6%인 39개 기업집단은 여성 등기임원을 단 1명도 보유하지 않았다. 현대차를 비롯해 한화 효성 신세계 CJ GS 코오롱 등은 상장계열사 여성 등기임원 비율 0%를 기록했다.
그나마 ICT기업이 상대적으로 여성 등기임원 비율이 높은 편이나 여전히 상당수 대기업의 경우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게 현실이다. 주요 ICT기업 가운데 여성 등기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네이버로, 전체 임원(29명) 중 5명(17%)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법안 취지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법안취지는 공감하나 아직까지 대기업에 대해 여성임원을 할당하는 법안이 국내에서 논의된 사례가 없어 당장 답변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며 "구체적인 법안 내용이 나오면 검토해보겠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노르웨이는 지난 2003년 공기업 및 상장기업의 여성임원을 전체임원의 40%로 할당한 여성임원 할당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의 해산까지 가능하도록 '회사법'을 개정했다.
이후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서 잇따라 도입했다. 지난 2012년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오는 2020년까지 유럽 내 상장기업 비상임이사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는 계획을 채택했다.
올해 역시 같은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가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위스 법무장관의 말을 인용하면서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국내 상장기업이 전체 60%에 이르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 내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재 도입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앞서 독일은 오는 2016년부터 대기업 임원의 최소 30%를 여성으로 채우는 법안에 합의했다.
[뉴스핌 Newspim] 양창균 기자 (yangc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