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

속보

더보기

[연극 리뷰] 헨리입센作 '사회의 기둥들' 우리 사회는 건강한가?

기사입력 : 2014년11월24일 08:46

최종수정 : 2014년11월24일 08:46

[뉴스핌=장윤원 기자]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어디로 가고 있나. 이 사회가 건강하게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2014년 대한민국을 반추하게 만든다. 김광보 연출이 LG아트센터에서 막 올린 연극 ‘사회의 기둥들’이다.
 
노르웨이 국민 극작가 헨리 입센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사회의 기둥들’은 1877년에 쓰인 것이다. 137년 전 완성된 이 희곡은 연극사에 있어 ‘근대극으로의 전환점’이 된 실질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김광보 연출에 따르면 헨리 입센의 원작을 거의 각색하지 않고 그대로 무대에 올렸다. 그럼에도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지금 이 시대를 투영한다. 
 
주인공인 카르스텐 베르니크(박지일)는 노르웨이 한 소도시의 영주이자 선박회사 운영자다. 베르니크는 높은 도덕성으로 시민들에게 칭송받지만, 그가 쌓아올린 권력과 명예 뒤에는 거짓과 위선이 있다. 자신의 치부가 사람들에게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베르니크, 사회가 규정한 도덕성에 얽메인 마을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정의로운 신념을 내세우는 요한(이석준)과 로나(우현주)의 모습에서 지금 이 사회, 우리의 가정이 겹쳐 보인다.
등장 인물 16명 중 베르니크의 아들 올라프를 제외한 15명은 모두 위선적인 인물이다. 각 인물들의 위선적 행위는 극적으로 혹은, 상징적이거나 일상적으로 표현된다. 이는 객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반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이들의 공통점은 나와 내 주위의 모습을 비춘다는 점이다.
 
극 중 베르니크의 반대편에 서서 정의와 진실을 외치는 인물은 로나(우현주)와 요한(이석준)이다. 요한 역의 이석준은 자신이 연기하는 역할을 바라보며 “작품 속 요한은 얼핏 정의로워 보이지만 결국 위선적인 인물이라고 통감했다”는 말을 남겼다. 
 
올바르게 살아간다 주장하는 것조차 어쩌면 이기심 혹은, 위선이 아닐까. 국가적,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는 ‘사회의 기둥들’이 실은, 우리의 가정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아주 일상적인 불합리와 닿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이유다. 

‘사회의 기둥들’은 ‘인형의 집’ ‘민중의 적’ 등 헨리 입센의 여타 명작에 가려져 그간 국내에는 번역조차 되지 않은 작품이다. 김광보 연출은 ‘사회의 기둥들’을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이기로 결정한 뒤 지난 3월 처음 번역본을 받았다. 이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김 연출은 “한동안 이 작품을 올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했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연극 ‘사회의 기둥들’을 통해 단지 세월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이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김 연출의 바람으로 막 오르게 됐다. 
 
앞서 밝혔듯 김 연출은 원작을 거의 각색하지 않고 무대에 올렸다. 섣부른 첨삭이 작품의 진면목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 헨리 입센은 이 작품을 구상해 완성하기까지 8년의 시간을 들였다. 실질적 창작기간은 2년. 대작 ‘페르 귄트’와 ‘황제와 갈릴리사람’(1873)의 창작기간이 각각 9개월, 1년 반인 것을 고려할 때, 입센이 ‘사회의 기둥들’ 구성에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새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는 말은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진실을 밝히는 일을 두려워해선 안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단 하나의 행동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해 버릴 만큼 잔혹한 구석이 있다. 이 불확실한 시대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규칙은 또 얼마나 많은가.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된 위태로운 초석 위, 우리의 서글픈 모습을 조명한다. 
 
하지만 ‘진리와 자유’라는 작은 위로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회의 진정한 기둥들에 대한 헨리 입센의 해답은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헨리 입센 작, 김광보 연출의 연극 ‘사회의 기둥들’은 오는 11월3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글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사진 LG아트센터 제공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