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치는 칼을
베어 문다
칼아, 너 아프지?
정수리로,
식도로,
내장으로,
항문으로 베어문다
칼아, 아파 죽겠지?
걸레
툇마루 끝 걸레가
내 꼴과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곳에
생의 늦은 햇살 같은 아픔이 인다
내가 소중한 것들을 깨닫지 못하고 저버릴 때마다
나 또한 서서히 팽개쳐져
세상, 검은 마루 끝으로 밀려나 있다
물기를 내며 닦아온 길마다 도로 묻혀
아득한 지층 속에 잠들고,
처음부터 기며 다시 닦아야 할 것들만
치욕처럼 남은 걸레 쪼가리
마루 끝에서 심장 말라가며
마룻장 전체의 오염과 길항하는.
별의별 사연들과 애환을 끌어안고 세월은 거침없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와 달랐던 날도 아니었다. 퇴근 후 저녁 시간이었다. 아내는 숙의 집에서 며칠 전 돌아와 있었다. 빨래를 가지런히 개었고, 저녁을 준비했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숙제를 하고 있었다.
울컥 치미는 게 있었다. 삶이 연극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집안 공기가, 원래 하나인 그것이 겉과 속이 나뉘어 겉돌고 있는 마찰음이 들려서였을까. 숨 막히게 흘러가는 시간들. 그 겉이 너무 평온해 보여 그랬는지도 모른다. 안을 까보면 불안한 공기가 습기처럼 늘어붙어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여 그랬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