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KDB자산운용이 글로벌 매크로 전략을 표방한 한국형 헤지펀드를 내놓은지 약 3개월만에 청산을 결정했다. 글로벌 매크로 전략 펀드가 성공하기에는 국내 시장 여건과 리서치 역량 등이 열악했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KDB자산운용은 한국형 헤지펀드인 '파이오니어(PIONEER) 글로벌 매크로'를 청산했다. 프라임브로커(PB)인 현대증권이 50억원 가량의 시드머니를 회수했고 나머지 기관투자자들도 투자자금을 모두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KDB운용이 운용하고 있는 헤지펀드는 기존 2개에서 1개(파이오니어 롱숏 안정형)로 줄었다.
KDB운용 관계자는 "1~2년의 트랙레코드가 쌓이기 전에 투자자들의 환매로 인해 청산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글로벌 매크로 전략을 아예 포기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은 '파이어니어 롱숏 안정형' 펀드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관들의 자금 회수에는 수익률 부진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설정 이후 계속해서 부진한 성과를 내자 수익률 개선을 위해 전략을 바꾸는 초강수를 둔 것. 이 펀드는 지난해 하반기 -10%대에서 청산 전까지 수익률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초 KDB운용은 롱숏 전략을 사용하던 '파이오니어 롱숏 뉴트럴' 헤지펀드를 글로벌 매크로 전략을 활용하는 '파이오니어 글로벌 매크로'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만해도 우려보다 기대가 더 컸다.
미국 월가에서 헤지펀드 전문가로 명성이 높았던 데이비드 전 공동대표가 직접 영입한 에드워드 김 매니저가 글로벌 리서치에서 헤지펀드팀으로 이동했다. 이외에도 글로벌 매크로에 강점이 있는 인재를 통해 성과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전 대표도 "올해 말 쯤에는 성과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전략 수정 후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기 전에 청산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 글로벌 매크로가 정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거시경제를 분석해 환율,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거래흐름을 예측하는 것인 만큼 글로벌 리서치의 경쟁력 없이는 시도도 힘들 것이라 얘기다.
앞서 글로벌 매크로 전략을 활용하는 또 다른 헤지펀드 역시 청산된 바 있다. 올해 초 KB자산운용의 유일한 한국형 헤지펀드 'KB K-Alpha' 도 설정 1년 만에 청산됐다. 이 펀드는 국내 주식을 활용한 에쿼티 롱숏과 글로벌 매크로 전략을 병행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아무리 정통한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고 해도 어려운게 글로벌 매크로"라며 "글로벌 리서치 역량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전문가 한두명으로 글로벌 매크로 전략을 활용하는 헤지펀드가 성과를 내긴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임원은 "대형 운용사도 당장 글로벌 매크로 전략을 성공시키기에는 환경이 열악하다 "며 "차이니즈 월(chinese wall)로 인해 기존 조직의 리서치, 매니저 등 활용을 잘 못하고 새롭게 해야 하니 매크로 전략을 사용하기에는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롱숏, 이벤트드리븐 전략의 총합으로 볼 수 있는 매크로 전략을 아예 안할 수는 없다"며 "좀 더 시간을 두고 충분한 트랙레코드가 쌓였을 때 글로벌 매크로에 진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를 준비하 던 운용사들의 분위기도 좋지만은 않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를 준비하고 있어 '파이오니어(PIONEER) 글로벌 매크로' 청산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경쟁력 있는 운용력이 있는 곳에서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를 성공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후발주자로서 부담이 더한감이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