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자문형 랩이 한창 인기를 끌던 지난 2011년. 금감원 한 임원급 인사는 10여개 투자자문사 CEO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우려반 기대반으로 점심식사 자리에 불려간 CEO들에게 이 임원이 던진 첫 마디는 '분담금' 얘기였다. 이제 자문사들도 돈을 좀 버는 것 같으니 금감원에 회비 좀 내라고 운을 뗀 것.
그저 첫 만남에서 분위기를 풀려는 농담이려니 생각했던 CEO들은 불과 며칠뒤 금감원이 각 사로 '분담금' 통보를 해오자 황당해 했다고 한다. 이후 자문사들은 꾸준히 분담금을 내고 있다. 각사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인 곳도 있다.
그때야 시장이 좋을 때니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자문사들로선 적자가 불어나고 자본잠식까지 이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문업계를 위한 제도 개선이나 지원책이 없자 답답한 속내를 드러낸다.
이처럼 최근 투자자문업계내 위기가 심화되면서 업계 불만이 터져나오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나몰라라 뒷짐이다. 반년전 내놓은 당국의 자문업계 제도개선 방안은 사무관 서랍속에 그대로 있고, 법령 개정사안이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답변만 되돌아온다.
그간 자문업계가 당국에 건의했던 주요 현안 중 대표적인 것은 일반 사모펀드 허용이다. 이는 자문업계에선 숙원사업으로 불린다.
A자문사 대표는 "운용사는 은행 등을 통해 공모펀드를 만들어 팔면 되고, 자문사는 일반 사모펀드를 허용해주면 얼어붙은 투자자문업계를 살릴 수 있다"며 "문닫는 자문사들이 속출해도 당국은 검토만 할 뿐 액션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예컨대 자문사들은 1억원 고객이 50명일 경우 이를 하나의 사모펀드로 만들면 펀드 하나만 운용하면 된다. 하지만 현 제도상으로는 50개 계좌를 일일이 관리해야 한다.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는 또 포괄주문 시스템과도 연결된다.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100명 고객을 일일이 관리하며 100번의 주문을 내야 한다. 펀드와 같이 포괄주문 형태로 변경되면 단 한번의 주문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 운용사의 10%도 안되는 인력을 가진 자문사들로선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면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기업공개(IPO)시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수요예측에도 자문사는 기관투자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실사능력과 주관사 능력 측면에서 자본금 규모나 업력이 짧아 자문사들을 포함시키기엔 다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대부분 자문사 인력들이 기존 증권사나 운용사 등에서 오랜 시장 경험과 경륜을 갖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 자문업계 반응이다.
B자문사 관계자는 "기존 상장사에 대해서도 분석과 탐방을 통해 투자판단을 하고 고객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 IPO기업에 대해 실사능력이 부족해 참여를 불허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오히려 이를 허용해주면 공모주에 특화된 투자자문사가 나올 수도 있다. 결국 규제 일변도의 당국 스탠스가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자문사에 대한 감독과 규제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투자일임재산 운용의 전 과정을 자동화하고 표준화하는 등 인프라 구축이 그렇고 자문형랩에 대한 성과보수도 근절된 지 오래다. 결국 지난 2011년 자문형 랩 붐 이 불면서 금융당국의 급격한 견제와 규제가 쏟아지자 자문업계로선 열매를 맺기도 전에 말라죽는 꼴이 됐던 셈이다.
자문사 한 CEO는 "작년부터 고객군을 적합성에 따라 여러 분류로 나눠 운용하게끔 해 고객성향 조사 등도 표준화하고 있다"며 "물론 필요한 부분일 수 있지만 10명 안팎의 적은 인력으로 100명이 넘는 운용사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일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그는 회사 규모에 따라 규제의 정도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금융당국도 이같은 업계 불만과 요구사항에 대한 제도개선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는 '투자자문사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종합 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지난해 9월안에 세부 방안을 확정해 추진할 방침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해가 바뀐 지금 관련 이슈는 여전히 금융위 사무관 서랍 속에서 나올 줄 모른다. 최대 현안인 자본시장법도 국회 통과가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중이 낮은 자문업계 현안을 들이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금융당국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모펀드 허용 요구의 경우 인가 단위를 바꿔야하는 문제라서 규제의 틀이 달라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특히 증권이나 운용업계 등 다같이 어렵다. 자본시장법조차 국회 통과가 안되고 상황에서 자문사건만 들고 들어갈 수도 없는 현실"이라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