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앞으로 고객이 일부 스위스 은행에 프랑화로 현금을 맡기면 이자를 받기는 커녕 돈을 내야 한다.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는 거래 고객사의 단기 프랑화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더니 급기야 결제 계좌에도 현금을 일정 규모 이상으로 묶어두면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이 은행은 오는 10일부터 스위프트(SWIFT)를 통해 자금을 결제하는 고객하들이 결제 계좌에 특정 수준 이상의 현금을 쌓을 경우 마이너스 신용금리를 적용할 것이라는 공문을 고객사들에 보냈다.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받지 않으려면 결제 계좌 잔고를 가능하면 낮게 유지해달라는 요청도 곁들였다.
이 같은 조치는 유로존 채무 위기 이후 급격히 몰려드는 안전도피 자금을 억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중앙은행에 자금을 파킹해도 이자를 거의 주지 않으니 수신 자금이 넘쳐도 이를 수익성 있게 굴릴 재간이 없는 상황.
크레디트스위스가 3분기 실적 발표 때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 은행의 핵심 고객 계좌 잔고는 올해 9월말 기준으로 무려 23%나 증가했다.
게다가 스위스 금융당국이 더 엄격한 레버리지 규정을 만들면서 스위스 은행권은 가능한 한 자산규모를 줄이려 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내년까지 대차대조표 규모를 1300억 프랑 줄여 9000억 프랑 이하로 만들 계획이다.
이러저러한 요인들을 감안해서 거래하는 금융회사가 현금을 맡길 경우 예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 은행의 설명이다.
경쟁 은행인 UBS는 이미 2011년 8월부터 고객사가 특정 수준 이상 결제 계좌에 돈을 축적하면 임시 초과잔고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워낙 초저금리 여건이라 안전도피 자금으로 수익성 있는 자금 운용이 힘들어졌다면서, 이들 다른 스위스 은행들로 현금 예치 수수료 도입이 확대되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크레디트스위스의 발표 이후 유럽 외환시장에서 스위스프랑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고 유로화는 강세를 보였다. 발표 당일 유로화 대비 프랑 환율은 1.2096프랑으로 0.3%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에도 당분간 스위스프랑에 대한 투자자들의 사랑은 식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씨티그룹의 외환전략가는 아직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다른 스위스은행으로 자금을 옮기는 식으로 투자자들이 대응할 수 있다고 봤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