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과연 독일 금융정책은 어떤 전략과 전술로 금융시스템 안정화를 유지하고 있는지, 이를 통해 국내 은행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지 최근 독일의 금융시스템을 살펴보고 돌아온 최공필 박사(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사진)를 지난 22일 오전만났다.
그리고 그를 통해 독일경제의 숨은 공신인 중소기업과 창업자 중심의 튼튼한 금융시스템에 대해 들어봤다. 1시간 남짓 인터뷰를 끝낸 최 박사는 이날 오후 비행기로 이번에는 미국 출장에 나섰다. 미국의 벤처금융에 대한 현황파악과 점검을 위해서란다.
이하는 최 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최근 독일 경제와 금융 실태를 파악하고 오셨다고 들었다. 독일 방문 이유는.
▲ 미국 투자은행 중심의 전략이 몰고온 폐해가 크다는 사실이 판명된 지금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독일을 방문해 독일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회사의 역할을 들여다봤다. 독일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건전했고 고용도 지속증가세다. 유로존내 위기를 겪는 국가들로 인해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긍정적이었다. 이 이면에는 안정된 금융시스템이 자리잡고 있었다.
- 독일의 안정적인 금융시스템이 경제성장의 저력이라는 말인데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 중소기업과 서민금융에 특화된 금융회사와 기관의 협업시스템이 잘 맞춰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글로벌 IB의 기능에 주력하는 은행은 도이치뱅크 등 불과 서너개 은행에 불과했다. 대부분 은행들은 지역 중소기업금융, 서민금융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은행들과 같이 모두가 몸집 불리는데 주력하거나 모든 것을 취급하려고 하지 않았다. 지역과 대상에 특화된 은행들의 제각각의 역할, 그리고 협업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우리가 그대로 따라가긴 어렵겠지만 배울만한 것들이 많았다.
- 지역금융 발전을 위한 독일 금융정책과 은행들의 전략과 그림은.
▲ 한국으로 치면 옛 산업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국책은행인 KFW란 곳이 핵심이다. 1948년 전후복구를 위해 설립된 대표적인 정부지원기구로 각종 정책관련 금융기능을 맡고 있다. 연방정부가 80%, 주정부가 20% 지분을 갖고 있는 이곳은 대부분 민간은행의 든든한 형님 역할을 한다. 비올때 우산을 뺐는 상업은행들의 기능을 최대한 보완하고 있다.
예컨대 중소기업과 서민금융에 특화된 지역은행들은 KFW를 통해 차주의 위험을 50%만 갖고 간다. KFW가 절반의 위험을 책임져주는 구조여서 은행이 리스크를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 시중은행이 KFW에서 돈을 빌리면 인센티브도 준다. 은행은 KFW의 높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저리로 조달하니 좋고 서민은 그만큼 싸게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우리처럼 시중은행에 일단 맡겼다 망하면 공적자금 퍼붓는 시스템이 아닌 긴밀한 협업시스템이 발달돼 있다.
- 우리도 산업은행을 포함해 새마을금고나 농협 등 서민금융 특화 금융회사들이 있지 않나.
▲ 산업은행은 민영화를 추진중이고 농협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질 않았나. 정책금융의 제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새마을금고와 농수협과 같은 협동조합 등의 서민금융 기능도 크게 쇠퇴한 상태다. 이를 부활시켜야 한다. 시중은행들 역시 이미 지주회사체제로 가면서 덩치만 키우고, 서민금융 역할은 시늉에 그치고 있지 않냐. 모든 은행들이 BIS비율 등 글로벌 스탠다드를 무분별하게 들여오면서 불행은 시작됐다. 당국의 책임이 크다.
- 지주회사 전환과 BIS 적용은 최근 글로벌 금융 트렌드가 아닌가.
▲ 미국 월 스트리트에 대한 환상에서 메가뱅크 논의가 시작됐고 결국 이로 인해 기존의 좋던 금융시스템이 모두 사라지고 있다. 독일 역시 도이치뱅크가 파생도 많이하고 IB도 많이 하지만 이건 도이치뱅크 등 일부 대형은행에 국한돼 있다. 대부분 은행들은 이런 데에 신경도 안쓴다. 또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공급자 중심의 금융체제다. 예컨대 농협은행을 이용하는 사람이 보험과 증권도 농협상품을 이용하지 않는게 현실인데 현재의 지주회사 시스템은 이를 간과한다.
결국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지주사체제가 어떠한 혜택도 없다. 지주회사 전환은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위험관리를 더 못하게 됐다. 지주회사 자체도 계열사들을 제대로 파악못하는 상황인데 당국이라고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자금조달도 불투명해지고 근거도 부족해지는데 아무도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몇년간 돈을 벌었던 것도 결국 증권 유동화와 레버리지투자 때문이다. 하지만 공적자금 투입해 제자리를 찾은 은행들이 은행 임원들 보너스만 챙겨준 것 외에 국민을 위해 해준 게 뭔지 모르겠다.
BIS비율의 무분별한 도입도 문제다. BIS의 맹점 중 하나가 자산건전성만 금과옥조로 여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부채쪽도 신경써야 한다. BIS를 적용하면 서민대출이 더이상 나갈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은 PF에 몰입했다. 작금의 상황을 몰고왔고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켰다. 그리고는 문제가 생기니 곳곳에서 비효율적인 퍼주기식 단기처방만 내놓고 있다.
- 독일은 어떤가.
▲ 간략히 언급하면 독일의 경우 DZ뱅크와 코메르츠뱅크 등은 중소기업 중에서도 중상위 고객 중심으로, 스파르카세은행 등 지역은행은 서민금융 중심으로, 도이치뱅크 등 대형IB는 글로벌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결국 독일은 한국으로 치면 과거 새마을금고와 농협의 기능을 일반 시중은행이 잘 하고 있었다. 스파르카세은행이 대표적인 예다. 독일 어느 시골마을을 가봐도 스파르카세은행이 있다. 이들이 서민금융과 지역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KFW의 도움을 받아 잘 해나가고 있고 이것이 독일경제의 풀뿌리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었다. 가계부채 문제를 우려해 희망홀씨 같은 단기처방책을 내놓은 우리나라와는 사고의 출발점, 인프라가 전혀 달랐다.
또한 은행권의 신규분야 진출과 관련된 기술금융 제공에 있어서도 외부 자문그룹과 정부가 설립한 별도의 평가심의기구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은행과 유관기관과의 업무분담과 협력시스템이 합리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우리는 역할분담 보다는 자기 주도적 역할과 과시에 급급하다. 일례로 한국의 창업 및 벤처 투자 혹은 지원실태를 보면 중복과잉현상이 드러난다. 돈이 정작 필요한 곳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새나가고 있다.
- BIS 얘기를 좀더 해보자. 지금 은행들은 바젤3에 대비하고 있는데 바젤3는 유동성과 레버리지 규제를 하고 있다. 이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 미국 월스트리트의 붕괴가 왜 시작됐나를 보면 답이 나온다. 증권 유동화와 레버리지투자를 통해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무너져갔다. 그래서 바젤3에선 유동성과 레버리지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금 바젤3를 도입하면 한국의 경우 시중은행들 업무 자체의 제약이 급격히 올라간다. 수익을 낼 방안이 없다. 독일은 이같은 실험을 하지 않았고 도입에도 신중했다. 결국 주요 상위 3~4개 은행만 이를 도입하고 나머지는 지역 중소기업과 서민에 기반한 금융서비스에 주력한 결과가 지금의 독일경제를 만들었다고 본다.
- 대선정국 속에서 포퓰리즘 정책이란 논란도 있지만 최근 은행과 금융당국이 서민금융과 중기 지원책에 주력한다. 이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 독일에선 복잡한 기술평가부분은 별도 기구에 맡기고 결과가 나오면 내부 자문회의를 통해 결론을 내린다. 한마디로 전문가에게 맡기는 협업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우리나라를 보자. 창업이나 신규분야의 경우 우리는 어느 기관이던 어느 은행이던 자체적으로 다 하려고 한다. 정부가 압박하고 나서면 어느 기관이나 은행이나 일단 퍼주고 보자는 식이다. 자금 지원전략도, 방법도 비효율적이고 무분별한 측면이 많다. 반면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제대로 못한다. 도덕적해이의 원인이 된다.
결국 마인드를 바꿔야한다. 지금 한국의 창업 생태계는 많이 왜곡돼 있다. 창업자의 경우 아이디어 보다 먼저 생각하는 것이 정부지원이다. 돈 따먹으려 서류만 제출하는 곳이 대부분이란 얘기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그냥 퍼주기식으로 주는 곳이 바로 정부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생존 못할 곳들만 지원해주는 꼴이 되고 추후 부담은 모든 국민이 지게 된다.
- 대선을 앞두고 요즘 경제민주화 논의가 최대 이슈인데.
▲ 과거 한국이 대기업 위주 금융에 의존하고 특화되다보니 지금 시점에 경제민주화 얘기가 안나올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시스템 없이 중소기업에 그냥 돈 퍼붓는 것은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독일과 같이 탄탄한 금융시스템과 중소기업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대로 따라하는 것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단임 정권하에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장기전략이 필요한데 모두가 단기 가시적 성과에 목을 매달고 있어 안타깝다. 다음 정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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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