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민련 출신 전현역의원 성명서 발표, 국민들께도 호소
[뉴스핌=이기석 기자] 이재오 민병두 심상정 등 전민련 출신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재심 개시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27일 이창복 이부영 이재오 이호웅 최규성 인재근 심상정 이인영 정봉주 민병두 등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출신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재심 개시를 촉구한다”며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진실과 화해위원회>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재심 권고를 했으며, 2008년 고등법원은 무죄취지의 재심개시 결정을 내려 이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모두 억지였음을 자인했다.
그런데 검찰은 이례적으로 즉시 항고를 했고, 대법원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이유 없이 재심 개시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법원의 이런 무책임은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한 국가권력의 죄악에 대한 정부의 사죄는 물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죄책감을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1991년 노태우 정권은 운동권 후배의 죽음마저 사주했다는 희대의 조작극을 연출하며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폭압성을 보였다”며 “자기 후배에게 분신을 사주하고 유서까지 대신 써주었다는 치졸한 사기극을 만들어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들은 “부당한 공권력을 동원한 국가권력의 만행은 전도유망한 건강한 한 젊은이를 올가미 씌워 시대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했다”며 “잔혹한 역사의 희생자가 된 강기훈, 이제 우리 모두가 그에게 진 역사의 빚을 갚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 강기훈씨는 지난해 간경화 판정을 받고 투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사건 당시 스물아홉살(29)이었던 그는 이제 20여년이 지난 지금 오역의 삶을 살면서 이른 쉰(50)의 나이에 병까지 얻은 상태이다.
민병두 의원은 “강기훈 씨는 지난해 간경화 판정을 받은 이후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기는커녕 병세가 더욱 악화돼 간암으로까지 진행된 상태”라며 “올해 5월 간암세포 제거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부작용으로 폐수종이 발생해 현재 본격적인 항암치료마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민주통합당은 의원총회에서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과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고 바로잡는 활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민주당은 인재근 의원 발의법안인 <국가권력의 위법 부당한 행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 및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진실규명조사활동 재개촉구 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한편 강기훈의 김기설씨 유서대필 사건은 노태우 정부 시절 시위도중 쇠파이프에 맞아 사망한 명지대 강경대 학생 사건 이후 항의하는 분신이 잇따르는 가운데 1991년 5월 8일 김기설씨가 분신자살하자, 검찰이 김씨의 유서를 대필하는 등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전민련 총무부장이었던 강씨를 기소해 처벌한 사건이다.
당시 강씨는 국과수의 필적감정 결과와 정황에 의거해 자살방조 및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 6월을 선고받았고 지난 1994년 8월 만기 출소했다.
이후 강씨는 2007년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 규명 결정에 따라 2008년 1월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이를 받아들였다. 재심결정에 불복한 검찰은 즉시항고했고 대법원은 현재까지 재심 개시를 하지 않고 있다.
[뉴스핌]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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