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사헌 기자] 미국 증시가 5년래 최고치까지 랠리를 보이고 있지만, 월가 거래인들은 흥이 나질 않는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최근 랠리에 대해 회의론이 큰 데다, 개인투자자들이 따라붙지도 않고 있기 때문.
지난 18일 미국 다우지수는 6주 연속 랠리에 성공, 1만 3275.20포인트로 올해 고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조만간 2007년 12월 이래 5년 최고치를 시험할 조짐까지 보인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나 기업 실적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데다가, 중앙은행의 추가 부양책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술적 분석가들도 랠리가 지속되기 힘든 국면에 있다는 판단을 내놓은 등 미국 증시의 '8월의 크리스마스' 랠리가 허무하게 종료되고 9월 초부터 조정국면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9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 펀드매니저의 언급을 인용 "지금처럼 무시 받는 랠리도 드물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가가 6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거래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 美 증시, 거래량 줄고 주식형펀드 환매 지속
크레디트스위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일 평균 78억주가 거래되던 뉴욕 증시는 올해들어서는 일일 평균 68억주 거래되는데 그치고 있다. 또 올해들어 미국 장기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서 약 700억 달러 정도가 빠져나갔다.
최근 주가 상승의 배경은 연방준비제도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추가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와, 유럽 부채 위기의 해소 가능성 등에 있지만 이처럼 확신이 아닌 '기대'에 기반한 주가 상승은 그 자체로 큰 위험을 내포한다.
미국 경제가 둔화되기는 했어도 여전히 긍정적인 회복 조짐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추가 양적완화 기대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중앙은행들이 실제로 완화정책을 발표하지 않으면 그 동안 쌓았던 기대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주가 상승은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되었다. 오히려 증시가 랠리를 거듭하는 동안에도 거시경제 우려나 유럽 부채 위기가 부각될 때 주가가 크게 동요한 것이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연초부터 주가 랠리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다가도 불과 몇 주 사이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던 경험 때문이다.
최근 증시 랠리가 생각한 것보다 견고한 기반 위에 서 있다고 판단하는 전문가도 있다.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연준의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며, 유럽 부채 위기도 이미 위험요인으로 대부분 반영된 데다 왠만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학습효과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주식 투자자들은 이미 2008년 금융 위기 발발 이후 계속 관망 자세로 일관, 다우지수가 바닥에서 두 배 이상 오를 때 랠리를 놓친 아쉬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비관적인 투자자들이나 애널리스트가 내놓는 분석도 귀기울일만 하다.
이들은 다우지수가 연중 최고치로 올라서는 동안 글로벌 경제 바로미터로 불리는 전기동 선물 가격은 올해 고점에서 14% 밀려나며 보합권에 머물고 있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4% 가까이 조정받은 것을 보라고 말한다.
◆ 변동성지수 5년 최저, 잘못된 신호 보내
또 가격 상승기 때 주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보통인 중소형주로 이루어진 러셀2000지수와 다우 운송업종지수가 다우나 S&P지수 보다 뒤처지고 있고, 과거 랠리에 비해 개별종목이 석 달~열두 달 최고치를 경신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일부 선별적인 대형주가 금리 등 주요 변수 민감주 위주로 전체시장이 주도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된다.
스트래티가스 파트너스에 따르면, 뉴욕거래소 상장주 중에서 현재 주가가 200일 장기이동평균선을 돌파한 종목의 수가 최근까지 랠리의 경우와 비교할 때 훨씬 적다. 건강한 강세장이라면 많은 우량주들이 랠리에 동참해야 하는데 그렇질 못한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가 주말에 5년 최저치로 떨어진 것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변동성지수가 하락하기는 했어도, 6개월 후의 변동성지수 프리미엄은 사상 최대 수준까지 벌어져 있어 투자자들이 당장은 주가 상승을 추종하지만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에 단단히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재정절벽(fiscal cliff)' 이슈가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이 같은 시장의 변동성 확대 우려에 잠재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월가 전문가들은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지 이 문제가 극단으로 가지는 않고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히려 관심을 더 가져야 할 것은 미국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들인데, 현재 상황은 좋지 않은 앞날을 예고하는 중이다.
반도체장비업계의 '수주출하비율(Book-to-Bill ratio)은 지난 3월 1.12배에서 0.87배로 후퇴했다. 이 지수는 반도체경기를 6개월 앞서는 것으로, 경기 선행지표들 중 하나다.
또 미국 ISM제조업지수는 6월부터 위축 국면을 시사하고 있는데, 미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보다는 이 제조업의 경기선행성으로 볼 때 전체 경제 역시 악화될 조짐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 외에도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가 5월부터 하락하고 있는 것이나 실업률에다 인플레율을 더한 고통지수(Misery Index)가 오바마 정부 집권 초반 7.8에서 9.7로 상승한 상황이다.
다만 최근 미국 주택시장 경기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6월에 주택매매 가격이 전년 같은 시점과 비교할 때 8% 오른 것이나 주택재고가 7개월분으로 줄어든 것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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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