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기석 기자] 국내 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로 이틀째 치솟으며 7개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으나 유럽내 권력교체에 따른 리더십 공백 사태가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그리스가 긴축 완화 등을 주장하고 유로존 탈퇴라는 벼랑끝 전술로 압박하는 가운데 비공개로 열린 EU정상회의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유럽침체, 중국둔화 등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 증시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중국 등 아시아 증시 역시 하락 변동성에 빠지면서 출렁거리고 있다.
더욱이 유로존 탈퇴 등이 이슈가 되면서 통화동맹을 대변하는 유로화의 급락세가 연일 이어지면서 시장이 자칫 공황상태로 가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80.50원으로 전날보다 7.60원 급등,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6일 1191.00원 이래 7개월여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도 9.70원 급등, 이틀째 16.80원이 올랐으며, 지난 5월초 1130원 수준에서 50원이나 올랐다.
유로/달러는 1.25수준으로 급락했으며, 달러/엔 환율은 79.40선대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1814.47로 5.85포인트, 0.32% 상승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2635억원을 순매도, 지난 5월 2일 이래 16일째 순매도를 지속하면서 누적 순매도 규모가 어느새 3조 8000억원 규모로 4조원에 근접하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고 유로존의 신재정협약 등에서 이탈할 경우 유럽의 국채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더욱이 그리스 사태 등으로 유럽의 재정위기가 유럽권에 다시 전염될 경우 여태까지 합의를 통해 어렵게 이뤄온 위기해결책이 송두리째 뿌리가 뽑힐 수도 있다.
신재정협약에 합의한 것을 전제로 유럽중앙은행(ECB)가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재정불량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해 왔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나 유럽안정메카니즘(ESM)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를 해결해줘야할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그리스와 프랑스 등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정권이 교체되고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리더십 혼란이 복마전을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다소 안정될 듯 보였던 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로 급등하면서 매도공백 상황을 초래할 지경에 이르렀다. 외국인들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16일째 순매도를 지속하면서 시장 내 안전자산인 달러로 쏠림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외환시장 안에서는 달러 공급세력들이 뒤로 빠지면서 위축된 태도를 보이고 있고 겁이 난 역내외 달러 매수세들이 레벨에 따라 추종 매수에 나서고 있어 달러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로 급상승함에 따라 레벨이 크게 높아진 상태여서 시장 심리가 위축되면서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1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던 하루 거래량이 90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것에서도 심리위축 상태를 엿보고 한다.
앞으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가시화될 경우, 특히 질서있는 탈퇴가 아니라 혼란스러운 탈퇴일 경우 시장의 폭발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대기업들의 선물환 매도나 달러 매도가 매수를 누를 힘이 없기 때문에 수급 균형이 이미 깨진 상태로 보고,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나 외환당국이 나올 때라는 생각까지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정부나 외환당국 역시 시장에 대한 발언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부 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칫 섣불리 위기처방을 내놓을 경우 자기실현적 효과가 확장되거나 차후 위기 시 대응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천안 외국인투자 지역에 방문, 입주기업인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라는 뜻밖의 질문에 “솔직히 말씀드릴 수 없는 분위기라서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재완 장관은 “경제가 심리이기 때문에 장관이 뭐 이렇다더라고 말하면 일파만파로 커진다”며 “이럴 경우 주식과 외환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어제도 전 그리스 총리가 유로존 탈퇴를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아서 전세계 시장이 출렁였다”며 “속내를 다 공개적으로 말씀드리지 못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며칠 전만 해도 박 장관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에 비해 시장의 반응이 과도한 것 같다”며 공개적으로 시장안정을 독려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유로존 사태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시장 발언에 대해 좀더 보수적으로 바뀐 것이다.
그렇지난 정부나 외환당국이 시장에서 불안감이 확산되어 폭발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어 보인다. 과도한 쏠림과 수급 불균형이 환율 급등을 다시 몰고올 경우 시장이 패닉에 들어가면서 국가리스크 확대로 전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은행의 한 고참 딜러는 “유로존 사태, 특히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탈퇴 여부보다는 재정위기의 확산으로 받아들여지는 점이 강하다”며 “이에 따라 시장 내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국내 결제수요가 따라 붙고 역외세력들의 매수도 지속되면서 수급상 달러매수가 지배적”이라며 “시장 내 공급이 빠지고 있기 이를 채워주려면 외환당국의 개입이 필요한데, 특히 개입 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기석 기자 (reu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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