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장부가 독일 경제보다 커졌다.’
6일(현지시간) ECB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포함, 공격적으로 유동성을 방출한 결과 대차대조표가 3조 200억 유로(4475조 원 상당)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독일 경제 규모인 2조 3000억 유로(3408조 원)에 비해 31% 높은 수치다. 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대차대조표 2조 9000억 달러(3257조 원)를 웃도는 것이다.
ECB의 대차대조표는 지난해 7월 중순 이후 1조 유로 이상 불어났다. 그리스를 필두로 한 주변국 부채위기가 깊어지면서 은행권 유동성 경색이 금융시스템의 위협 요인으로 등장하자 이를 차단하는 데 적극 나선 결과다. ECB가 LTRO를 통해 은행권에 승인한 3년 만기 저리 대출 규모만 1조 유로를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ECB는 주변국 국채를 직접 매입, 수익률 상승에 따른 신용경색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자금을 방출했다.
유로존 주변국의 국채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한편 가계와 기업의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이 ECB를 커다란 리스크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클로스 바아더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여름 이후 ECB의 장부 규모가 극도로 팽창했다”며 “유동성 공급은 그만한 정당성이 있는 결정이었지만 대차대조표 리스크와 함께 출구전략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옌스 바이트만 ECB 정책위원 겸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 역시 최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전례 없는 3년 만기 장기대출은 ECB의 한계 지점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는 행위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대출 담보 요건을 완화한 결정 역시 잠재 리스크를 확대하는 것으로 지목됐다. 은행권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유로존 국민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얘기다. 이밖에 민간 투자자의 주변국 국채 매입 수요를 위축시키고, 잠재적인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도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 LTRO 이후 유럽 주식시장과 주변국 국채가 랠리를 연출, 은행권이 대출금의 일부를 고수익 자산 매입에 투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는 신용경색과 투자심리 냉각을 일정 부분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유책이 아닌 데다 임시방편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다.
슈나이더 포린 익스체인지의 스티븐 갈로 애널리스트는 “ECB의 유동성 방출 덕분에 정치권이 시간을 벌고 있다”며 “하지만 ECB의 정책은 돌이킬 수 없는 실책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