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의준 기자] “감독기관의 지침을 받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담합이 일어나곤 하는데, 앞으로는 공정거래법을 우선해 보겠다.”
지난 25일 오전 삼성그룹 사장단회의에서 삼성생명 박근희 사장이 한 것으로 전해진 이 발언을 두고 금융 당국과 보험업계가 술렁였다.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보험이율을 6년 동안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이 부과되면서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과 공정위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공정위가 보험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담합 판정을 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사장이 감독 당국이 시킨 대로 했는데 담합으로 간주된 만큼, 앞으로는 공정위 기준을 우선하겠다는 식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자 금감원은 당황했다.
발언이 알려진 직후 금감원 한 관계자는 “사장단 회의가 비공개로 이뤄졌고, 이를 사후 언론사에 브리핑하는 방식이어서 이 과정에서 발언이 잘못 전달된 게 아닌가 싶다”면서도 “다만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불쾌해했다.
그는 이어 “감독원에서 행정지도에 나서더라도 ‘여러 여건상 보험료를 내리는 게 좋겠다’는 식의 표현만 할 뿐 ‘보험료를 구체적으로 몇 % 인하하라’는 식으로 지시하지 않는다”며 “이후 보험사들이 모여 인하율을 논의하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삼성그룹은 곧바로 박 사장이 “금융사는 감독기관의 행정지도가 있더라도 경쟁사간의 별도의 협의가 있으면 담합이 성립될 수 있어 담합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교육을 시키겠다”는 표현이었다며 발언내용을 수정했다.
삼성생명 측도 브리핑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고, 박 사장의 발언 요지는 금융사가 공정거래법을 더욱 더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자 곧바로 금감원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다른 관계자는 “박 사장이 말한 대로, 감독당국이 행정지도 한 부분에 대해서만 각 보험사가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며 “이에 대한 지적이 정확했다”고 평가했다.
삼성그룹과 삼성생명의 발빠른 대응으로 더 이상 논란은 커지지 않았지만, 이번 해프닝을 두고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박 사장의 원래 발언이 어쨌든 감독 당국이 보험사의 담합에 눈감고 있다는 시선에 대한 금감원 부담, 감독방식에 대한 보험사의 불만과 함께 공정위와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금감원에 대한 보험사의 ‘마음 속 평가’ 등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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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송의준 기자 (myminds@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