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지서 기자] 1등은 얄밉다. 선생님이 내준 하기싫은 숙제를 제일 먼저 검사맡을 때 그 얄미움은 배가 된다. 그래서 1등은 동경의 대상이지만 눈총을 받는 일이 더 많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뒷머리가 따가운 이유다.
금융당국이 '수수료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31일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주식ㆍ지수선물ㆍ지수옵션의 매매수수료율을 올해 말까지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형 증권사들은 '너도나도'수수료 인하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지만 속내가 그리 편치만은 않다. 이들 모두 수수료 인하 여부와 시기를 두고 고심하고 있었지만 미래에셋의 선제공격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미래에셋증권의 '1등'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증권업계는 '미래에셋發 자문형랩 수수료 인하'에 적잖이 시끄러웠다. 기존 3.0% 였던 수수료를 1.90%로 낮추는 파격적인 단행에 랩어카운트 시장은 '미래'를 따르는 자와 '삼성'을 따르는 자로 양분됐다. 커져가는 랩어카운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보이지 않은 전쟁이었다.
예상치 못한 폭락장이 찾아왔던 지난 8월에도 미래에셋증권은 신용공여를 전격 중단하며 1등을 자처했다. 증권사의 신용융자 한도 규제를 언급하고 나선 당국을 향한 발빠른 대답이자 시장의 변동성을 우려한 박현주 회장의 특단의 조치였다.
수수료 인하 때와는 달리 뒤따르는 후발주자는 없었지만 당국과 투자자에게 있어 '투자자를 보호하는' 증권사란 새로운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연이은 용단(勇斷)에 뒷말이 무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증권사 고위임원은 "최근들어 미래에셋이 친(親) 당국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며 "금융당국 입장에선 미래에셋만한 우등생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은 좋지만 업계의 분위기를 고려한 여론형성 없이 독단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
그는 "시장을 선도하는 것과 시장에서 벗어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미래에셋이 독보적인 브랜드가 될 것인지 독단적인 브랜드가 될 것인지는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의 장세는 모두가 함께 상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문형랩 수수료를 인하했을 때부터 대형사가 아닌 이상 얄미운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간 증권업계 이슈 대중화를 도맡아 온 미래에셋만의 색깔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가시가 될 수 있지만 그간 박현주 회장의 시장에 대한 통찰력은 인정해야 한다"며 "누구보다 투자자 보호를 앞세우는 박 회장의 경영방침이 향후 시장에서 어떻게 확산될는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1등을 향한 이들의 행보에 당국과 업계 그리고 투자자들 모두가 고개 끄덕일 수 있을는지, 그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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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정지서 기자 (jag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