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강필성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건설의 인수전이 명분보다는 시장논리에 따라 진행 되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명분에 치우친 나머지 인수 기업이나 인수 대상 기업 모두가 불행한 결말을 맞은 사례가 종종 있어왔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은 시장논리보다는 명분 찾기가 더 큰 이슈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과거 M&A 사례를 봐도, 이처럼 명분이 인수전의 관전 포인트가 된 것을 보기 힘들 정도라는 게 시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성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수기업을 위해서도 경영능력과 자본동원 능력, 현대건설 성장의지에 대한 비전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며 "현재는 현대건설의 시장성 보다는 경영권 확보 등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까지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이 일반적인 M&A와는 성격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인수전 자체가 자칫 '여론전'으로 흘러갈 경우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현대건설 인수전에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뛰어든 이후 더욱 가열되고 있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건설 인수 당위성과 명분에 관련된 공격적인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고 인수 의지를 밝히더니, 지난 10월 4일 지면광 고에는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을 기대합니다"라는 문구로 인수전 맞수인 현대차그룹을 겨냥했다.
건설이 아닌 자동차 사업만 계속 하라는 충고를 표현했지만 M&A의 의미를 놓고 볼때, 무리한 표현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대그룹 측은 또 "현대건설이 위기를 겪을 때, 현대차그룹에서 한 것이 뭐냐"며 "광고로도 나갔지만 정몽헌 명예회장은 직접 사재를 출연해 현대건설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현대그룹의 행보는 명분을 통해 여론의 힘을 얻어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현대 건설을 현대그룹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경쟁사 및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M&A 전문가는 "기업을 인수하는데, 누가 더 비싸게 사고 더 잘 키울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원래 누구 것이었다는 명분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같은 여론 형성으로 경쟁자에게 부담을 주 겠다는 목적이 아니겠느냐"라고 분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지난 7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 방문 중 "현대건설 매각에 현대그룹이 광고로 국민 감정에 호소하고 있어 좀 곤혹스런 게 사실"이라며 "물론 이같은 광고가 딜에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바 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최대한 현대건설의 가격을 높이기 위해 경쟁을 붙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그룹이 명분을 들고 나오면서 다른 경쟁자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칫 여론에 의해 뭇매를 맞을 수도 있고 적절한의 가격이 책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그룹 시너지 차원에서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를 결정했다"면서 "인수 취지에 맞게 공정한 경쟁에 나 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 건설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의 뛰어난 기술력과 해외 네트워크 등이 인수 이후 시너지 를 높일 수 있는 그룹이 인수를 해야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현대건설이 건설업계에서 가지고 있는 기반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쪽으로 시장논리에 맞게 인수전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