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언론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 금리결정과 관련된 총재의 역할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금통위원들 사이에서도 총재의 역할이 다른 위원들과 동일한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모습이다. 의결권이야 1표로 동일하겠지만 '협의체'인 만큼 결정과정에서의 역할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금통위 의장의 역할 혹은 비중이 다른 금통위원들과 동일하다면, 굳이 의장을 둘 필요 없이 돌아가면 되겠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17일 강명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매일경제에 '기준금리, 왜 한은 총재에게만 묻나'라는 제목의 특별기고문을 기고했다.
강 위원은 "지난 9월 9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을 두고 시장이 어수선하다"며 "대부분의 언론은 금통위의 금리 동결을 예상 밖이라고 보도했고 한국은행 총재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전까지 금리인상과 관련된 시그널을 계속 주다가 결국 동결함으로써 '양치기 소년'이라는 오명을 받게 됐으며 혹여 금리 결정 시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하지 않았나라는 의구심을 낳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 위원은 이런 언론의 반응에 대해 "금리 결정과 관련된 총재의 역할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금리 결정과 관련해 대다수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금리 결정이 7인(현재는 6인)으로 구성된 금통위 회의에서 최종 결정되고 총재도 금통위의 금리 결정에 있어서는 한 표만 행사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총재가 하반기 이후 물가 상승 압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이는 물가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당연한 업무 수행이며 적절한 행동이라는 것이 강 위원의 판단이다.
다만 그는 "금통위 금리 결정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재는 금통위 전체를 대표하는 금통위 의장 자격으로 발언해야 하는데, 한은 총재로서의 생각이 약간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통위의 금리 동결에 대해 총재의 일관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하는 것은 금통위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한은 집행부 수장으로서의 총재 발언에만 귀를 기울이고 '짝사랑'한 결과"며 "시장이나 언론이 금리 결정에 대한 금통위 전체의 생각과 중앙은행 수장인 총재의 생각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 것은 자신들의 전문성과 책임을 포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통위원들 모두가 이런 강 위원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한 금통위원은 "총재가 다른 위원들과 똑같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린스펀이나 버냉키 역시 의결권은 N분의 1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 역시 "금통위의 역할이 똑같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이성태 총재시절에도 보면 회의분위기 등 의장이 이끌어 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이성태 총재의 한 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적이 있었다는 얘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시장참가자들 역시 강 위원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총재를 두둔하기 위해 시작된 발언이 되레 '누워서 침뱉기'가 됐다고 지적한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김중수 총재는 시장에 메세지를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을 언급하면서 외부 강연이나 회의 등도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고, 여러 차례의 외부발언 이후 언론에서 금리인상의 시그널이라고 진단했을 때에도 이를 되돌리지 않았다"며 "9월 금통위 이후 찾아온 혼란에 대한 책임을 이런 식으로 피하려고 하는 것은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강 위원의 발언이 언론의 비난을 받는 김 총재를 두둔하려는 의도일지는 모르겠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소통의 창구를 닫은 채 총재 뒤에 숨어있는 현재 우리나라 금통위 자체에 있는 게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금통위원들 개별적으로 시장과 소통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강 위원의 발언에 동의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잘못된 소통에서 비롯된 문제였던 것이지 단순히 시장이 오해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물리적으로야 한 표라는 건 맞지만 금통위 의장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미국처럼 금통위원들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며 "금통위원과의 유일한 소통 창구가 총재 한명 뿐인데 그 한사람이 개인생각과 금통위 전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금통위 직후 총재로 향한 비난을 보면서 '좀 과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잘못된 소통이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진정 N분의 1이라면 금통위원 각자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밝힐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명헌 위원 역시 기고문에서 '금통위원 개인이 시장과의 소통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우리나라 금통위원에 해당하는 미국 연준의 FOMC 위원인 지역연준 총재, ECB나 영란은행 등의 정책위원들은 언론과의 인터뷰나 기고 등을 통해 시장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관례상 금통위원들이 외부 접촉을 자제해 왔으나 앞으로는 금통위원들도 시장과 소통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고 역시 이런 시도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그는 "금통위를 7인의 협의체로 구성한 것은 다양한 시각을 조율해 최선의 정책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며 "총재를 비롯한 각 금통위원들은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언론은 금리 결정 메커니즘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장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마무리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