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그 회사의 사장이나 회장이 누군 줄 모른다.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아니 알 필요도 없다. 서비스가 좋고 제품만 좋으면 그만이지 이 바쁜 세상에 회사 사장 이름까지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라응찬, 신상훈, 이백순…
웬만한 사람들은 이제 눈 감고도 이 세 사람 이름을 외운다. 최근 10여일간 이 세 사람의 이름이 연일 방송과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신한 사태'의 장본인들. 사태라는 말은 좋은 일에는 잘 붙이지 않는 단어다. 초등학생도 불길한 일이라는 걸 직감한다.
'의혹'이라는 단어도 그렇다. 뭔가 지하 깊은 곳에서 음흉하고 쾌쾌한 냄새가 나는 '꿍꿍이'가 잔뜩 묻어있는 어감이다.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그리고 또 등장한 한 남자의 이름. 김승연. 검찰은 16일 한화그룹 본사와 한화증권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해 김승연 회장과 연관된 차명계좌 수십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향후 행보가 검찰의 칼끝에 놓이게 됐다.
"사장 나오라고 그래!"
제품이나 서비스에 불만이 있거나 직원이 불친절하면 그때 사람들은 사장(CEO)을 찾는다. 고객들이 이런 식으로 사장을 찾고 이름이나 얼굴을 기억할라치면 그 회사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신한 사태'로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재일동포 주주들이 사장을 찾았다. 아니 거기에 그치지 않고 라·신·이' 세 사장을 아예 일본으로 불러들였다. 한 동포 주주는 “(신한을 믿고) 내 재산 전부를 신한에 올인 했는데 경영을 이 모양으로 하느냐”고 이들 세 사장을 몰아세웠다. 세 사장은 꿀 먹은 벙어리가 돼야 했다.
한화그룹은 빗발치는 주주들의 항의전화와 비판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화그룹은 맨 처음 비자금 의혹이 제기됐을 때 “사실무근”이라며 결백을 주장하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김승연 회장 개인 재산”이라며 말을 바꿨다. 투자자들은 “우리를 속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7일 LG전자 남용 부회장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새로운 대표는 구본준 LG상사 대표가 맡게 될 예정이다. 열심히 했지만 성과가 따라주지 않은데 대한 책임감으로 사표를 냈고, 시장은 LG전자 주가 상승으로 화답했다.
'CEO 리스크'가 있고 'CEO 프리미엄'이란 게 있다. 훌륭한 CEO라도 반드시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지는 못한다. 그러나 '나쁜' CEO가 기업을 훌륭하게 키웠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기업이 언제까지 'CEO 리스크'를 안고 갈 순 없다. 그러려면 CEO부터 대오각성 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갈아 치우던지 해야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