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 뿐인 영광'…검찰 수사결과 따라 더 큰 후폭풍 여지 남아
[뉴스핌=한기진 배규민 변명섭 기자]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14일 5시간 가까운 장고 끝에 신한지주 신상훈 사장에 대해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사회에서는 신 시장에 대해 '직무정지안'을 놓고 표 대결 결과 12명 이사회 멤버 가운데 10명이 찬성했고, 반대 1표, 불참 1표로 직무정지안을 의결했다. 신 사장만 반대표를 던졌다.
당초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 가운데 2명은 ‘신 사장 해임 반대’에 표를 던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3명이 찬성쪽에 손을 들었다. 다소 뜻 밖의 결과였다.
이에 대해 교포 사외이사인 재일한인상공회의소 정행남 고문은 “(직무정지가) 해임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고문이 기자와 몇차례 인터뷰에서 줄곧 주장한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는 원칙을 지킨 대신, 현재 신한금융의 내분 사태를 조기에 잠재울 필요에서 찬성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사회가 끝나긴 했지만 금융권에서는 이사회 이후 후유증을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한인들의 자랑이자 라 회장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는 ‘신한 Way'(이하 신한웨이)를 스스로 손상을 줘 브랜드 가치에 상처를 입혔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경영으로 외풍을 거의 타지 않았던 신한금융그룹에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자초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향후 신한금융그룹 역시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급부상하게 됐으며, 혹여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체 힘보다는 관치(官治)라든지 외부의 힘이 개입할 빌미를 줬다는 점에서 리더십이 크게 훼손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눈시울 붉힌 신상훈 사장… 라응찬 회장 무표정
이사회 결정이 내려지자 신 사장은 저녁 7시 40분경 신한금융 본점를 빠져 나갔다.
“직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잠시 아무 말 없이 한동안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신 사장은 "직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 앞으로 젊고 유능한 직원의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조직으로 새로 탄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을 전했다.
그렇지만 앞서 신한은행을 빠져나간 라 회장은 말 한마디 없이 무표정만을 남겼다.
라 회장의 표정과 달리 이날 이사회 결정으로 그는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일단 경영권을 유지하게 됐다.
◆ 빅3가 부른 CEO 리스크, 책임 여론 많아
그러나 신한금융그룹 내외부에서 신한금융그룹의 브랜드가치나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지난 13일 무디스는 신한금융그룹의 CEO들의 부적절한 주장들이 신한은행의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밝혔다. 상당기간 이러한 타격을 지속될 것이라고도 했다.
신한금융그룹 빅3의 갈등이 결국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는 설명이다.
이미 신한사태를 촉발한 3인방 라 회장, 신 사장, 이 행장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신한은행의 김국환 노조위원장은 “직무정지를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신한사태)를 불러온 책임여부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노조는 15일 간부회의를 통해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노조의 저항이 거셀 경우 사회문제로 확대돼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노조는 강력한 대응책을 준비하면서도 자칫 대응책으로 인해 신한금융의 조직원들과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 신한 브랜드 상처, 금융권도 안타깝다는 반응
이번 사태로 신한금융이 기업문화이자 행동규범인 '신한웨이'의 상당 부분이 고객들로부터 의심을 사게 됐다.
신한웨이 3대 부문 가운데 경영원칙 정신에서 고객가치 창출 최우선, 정도경영 등의 다짐이 설득력을 상당부분 잃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핵심가치를 고객들이나 투자자들에게 제시하기 민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 3인 간의 공방은 ‘주인정신’이나 ‘상호존중’, ‘최고지향’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도 면하기 어렵게 됐다.
◆ 라 회장 금융실명제법 위반 조사결과에 관심 커져
금융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번 신한 고소사태로 인한 이미지 상처나 영업적인 타격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차후 이슈화될 것이고, 혹여나 향후 신한그룹이 자체 자생력으로 해결을 보지 못하게 되면서, 이른바 ‘관치’로 얘기되는 외부의 입김에 좌우될 소지가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생겨나고 있는 점이다.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가 진행중에 있어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물론 신한지주 이사회 전성빈 의장은 “신한지주 신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는 해임이 아니다”며 “검찰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로 신 사장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면 라 회장이 치명타를 입어 신한금융 경영지배구조에 후폭풍이 불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은 셈이다.
그렇지만 신한금융그룹의 최고 경영자간 내분 사태가 '검찰의 수사'에 그 해결점을 기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장기화와 더불어 기업가치 및 리더십의 복원 문제는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