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단, 여신회수조치 ‘약정 체결’ 압박 강도 더해
[뉴스핌=한기진 기자] 재무구조약정을 거부하고 있는 현대그룹이 외통수에 걸렸다. 채권단의 공세(攻勢)가 숨쉴 틈조차 주지 않으면서 그렇게 돼 버렸다.
채권단은 재무구조약정체결 최종시한(7일)을 넘기자 다음날 아침 ‘신규여신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동시에 ‘만기도래 여신 전액회수’를 결정했다. 기존여신회수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꺼낸다. 이로써 현대그룹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팔다리가 묶인 상태가 됐다. 해외시장에 희망을 걸고 있는데, 외국계 은행들이 롤오버(연장)를 거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 8월부터 만기여신 전부 회수, 총공세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에 대한 신규신용공여 중단’이라는 안건을 7일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산업, 신한은행, 농협 등 3개 은행에 보냈다. 이들 모두 동의서를 송부, 13개 은행은 8일부터 현대그룹과 각 계열사(금융계열사 제외)들에 대해 신규대출을 금지시켰다.
여기까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채권단의 카드다. 실제로는 그 이상이 있었다. 채권단은 ‘8월부터 만기여신 전액 회수’라는 강수를 하나 더 두기로 합의했다. 금융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는 “현재 채권단이 8월부터 현대그룹 만기 여신을 100% 회수하는 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여신중단만으로 현대그룹을 움직이는 데는 효과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일부 계열사는 신규여신만 중단해도 어려움이 빠지는 곳이 있다"고 말해, 이 정도가 결정타는 아님을 시사했다.
채권단은 세부전략 수립중에 있다. 현대그룹과 계열사 전체의 여신만기 시점을 분석, 사실상 ‘백기투항’을 받아내겠다는 작정이다. 자금사정이 쉽게 나아질 수 있는 시장상황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는 듯 하다.
지난 6일 현대그룹이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2/4분기 영업이익이 1536억원을 달성, 전분기 보다 1224% 급증해 어닝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고 밝히며 반격을 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물론 금융당국 일각에서의 반응은 “현재까지의 영업실적으로는 금융비용을 커버할 수준은 아니다”였다. 이날 현대는 외환은행에 진 빚 1600억원 가운데 400억원을 지난달 28일 상환했다고도 했다.
◆ 현대상선, 대출·채권·리스료 등 내년 3월까지 최소 8000억원 갚아야
현대상선의 1/4분기 재무제표에 따르면 총부채(유동 비유동 포함)는 6조 3811억원이다. 단기차입금은 외환은행에 빌린 외화운영자금 등 247억원과 우리금융 런던지점에서 조달한 500억원 등 756억원이 있다. 장기차입금은 산업은행의 외환자원시설자금 1789억원을 비롯해 미래머천트 등을 통한 자산유동화대출 2850억원 등 총 4737억원이다. 이중 1175억원을 내년 3월말까지 상환해야 한다.
유동성장기부채로는 장기차입금이 1175억원과 장기미지급금 4045억원 등, 현재가치로 할인해 차금했을 시 4050억원이 된다. 사채규모도 총 1조 8648억원이다. 만기는 지난 5월 1200억원(액면가 기준)을 시작으로 오는 8월 1000억원 등 내년 3월말까지 31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앞으로 8개월 동안 갚아야 할 금융부채가 최소 4000억원 넘는 셈이다.
여기에 국취부나용선, 선박금융리스, 기기임차료 등 해마다 지급해야 하는 장기미지급금도 내년 3월말까지 4045억원이 있다. 현대상선이 정확한 순이익 규모를 내놓을 때까지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어닝 서프라이즈'라던 2/4분기 영업이익(1536억원)을 통해 향후 이익을 가늠해본다고 해도 채무상환이 차질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기는 쉽지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이 현대상선의 여신에 대해 롤오버를 해주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한다. 해외에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 현대그룹 “해외 채무는 선박 리스료 등 롤오버 대상 여신과 전혀 달라”
현대그룹 관계자는 “해외에서 직접 조달한 채무는 선박리스료 등으로 롤오버를 할 수 있는 여신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오히려 해외에서는 재무구조개선약정제도가 존재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고 있고, 현대상선 실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그룹은 국내에서는 채권단 공세에 시달리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나쁜 평가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이 “재무구조약정 체결 거부” 의지를 고수하면서 이 같은 어려움을 헤쳐나갈 해법을 찾아낼지, 경제계의 관심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