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현대건설 인수設에 대해 여러 차례 부인하고 나섰음에도 현대건설 인수 가능 업체 중 가장 유력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故정주영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장남 정몽필씨 사망 이후 현대가의 실질적인 종손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00년과 2001년 벌어진 이른바 '왕자의 난'에서 현대자동차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해 이후 시련에 빠진 현대그룹과는 달리 탄탄한 경영과정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지만 정작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인수 의향이 없다'며 발뺌하고 있는 입장이다.
실제로 그룹 고위층이 현대건설 인수 의사가 없다고 직접적으로 밝힌 것만 세차례에 이른다.
우선 2005년 5월 25일 당시 윤주익 엠코 부회장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현대건설을 인수할 여력이나 계획이 없다"며 "현대차 그룹 차원에서도 검토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2002년 출범한 그룹 건설계열사인 엠코의 수장이었던 윤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떠도는 풍문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듬 해인 2006년 1월 10일에는 현대차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건설 인수는 메리트가 적고, 현대건설 인수시 자칫 대북사업에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라는 내용을 전해 또다시 현대건설 인수설을 차단했다.
2008년 9월 25일에는 김창회 엠코 부회장이 베트남 사업장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현대건설 인수 의향을 묻는 질문에 "한마디로 현대건설을 인수할 의향이 전혀 없다"며 잘라 말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설이 퍼지고 있는 최근 들어 현대차그룹은 또다시 회사차원의 인수계획이 없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인수 부인에도 불구, 현대건설 인수에서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시각은 변하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에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것은 우선 '명분론'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전신 현대토건은 사실상 현재의 현대그룹의 모태다.
그만한 상징성이 있는 만큼 현대가의 종손인 정몽구 회장의 입장에서 이를 거둬들여야할 의무와 함께 권리도 갖고 있다.
두 번째는 범현대가의 외부상항이다. 故정주영 명예회장 사후 현대그룹은 2세들을 주축으로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그리고 현대백화점그룹과 현대그룹으로 네 동강이 난 상태다.
이중 故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은 故정주영 명예회장의 적통(嫡統)이 현대그룹임을 강조하며 이미 오래 전부터 현대건설 인수를 공론화했다.
이에 대해 현 회장의 현대건설 인수를 꺼리는 정씨 현대가 중 가장 자금 사정이 나은 곳도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지난해 현대종합상사를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현대오일뱅크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 현대건설 인수는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현대차그룹의 단독 수주보다는 지분 참여를 통한 범 현대가의 공동 인수가 더 유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더라도 현대건설에서 가장 큰 지분은 현대차그룹이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는 것은 도덕성 문제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0년 왕자의 난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장악, 故정주영 회장의 현대그룹이 계열분리와 워크아웃으로 가는 과정에서 아무런 힘을 보태지 않은 정몽구 회장 입장에서 선뜻 인수 의사를 밝혔다가는 '현대건설의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했느냐'는 공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과 계열 건설사인 현대엠코를 통합하는, 완전한 형태의 인수를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형태로든 현대건설 경영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