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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한은 김중수 총재, 한은 창립 제60주년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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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6월 11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한은 창립 제 60주년 기념사 전문입니다.


친애하는 한국은행 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는 한국은행이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지 60주년이 되는 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먼저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한국은행과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셨던 선배 임직원님들, 그리고 지금의 한국은행이 있기까지 관심을 갖고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많은 분들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주시고 있는 직원 여러분께도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돌이켜 보면 한국은행은 1950년 창립 이후 우리나라가 신생 최빈국에서 OECD 회원국, 나아가 G20 의장국이 될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다른 어느 기관 못지않게 큰 기여를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창립 직후 6‧25전쟁 기간 중에는 전시경제 운영을, 정전(停戰) 이후에는 경제재건 사업을 적극 뒷받침하였습니다. 1960년대부터는 저축 증대를 통한 투자재원 조달, 성장통화 공급 등에 힘씀으로써 우리 경제가 오랜 기간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과 경제의 개방화․국제화에 목표를 두고 금리 자유화, 정책금융 정비, 자본 및 외환 규제 철폐 등을 적극 추진하였습니다. 한편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과감한 위기대응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우리 경제가 충격으로부터 빠르게 벗어나는 데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지난 60년간 한국은행이 쌓아온 업적은 높이 평가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의 국격에 걸맞은 중앙은행의 역사를 새로이 열어가기 위해서는 결코 오늘에 만족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치․경제․사회의 모든 현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마련이며, 글로벌화와 정보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변화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느리고 그 방향에 대한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였던 때의 사고나 행동방식을 답습해서는 발전은 커녕 퇴보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이 21세기 선진 중앙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 시대가 요구하는 한국은행의 역할 변화가 어떠한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지난 5월 31일 개최된 창립 60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의 주제를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Changing Role of Central Banks)’로 정한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환경에서 한국은행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하겠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리먼사태 이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경제에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충격을 줌으로써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옳다고 믿어왔던 경제이론이나 신념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앙은행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안정을 달성하는 것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서도 자산가격 급등과 같은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것이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통화정책이 자산가격 버블에 사전적으로 대응할 경우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견해보다, 사후적 정책대응이 결코 쉽지 않고 결국에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중앙은행이 금융안정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인식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금융안정 역할을 강화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먼저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역할 범위를 적정수준으로 설정하는 한편 그에 상응하는 정책수단 확보와 정책대상 확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는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합니다. 또한 한국은행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역할이 최적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통화정책 운영체계와 정책수행 방식을 개편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와 고민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정부, 금융감독당국 등 여타 금융안정 담당기관들과의 적절한 역할분담과 유기적 정책협조를 이룰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글로벌 경제 하에서 우리나라 혼자의 힘으로는 금융안정과 국가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이루어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거 외환위기 때의 경험을 교훈삼아 외부충격에 대한 완충장치로서 외환보유액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그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계속 증가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드러났듯이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보유하더라도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그에 따른 해외자본 유출의 충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개별 국가 차원의 노력 외에 국가간의 정책협력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은행은 중앙은행간 정책협력을 보다 공고히 하는 한편 금융위기 이후 위기 재발 방지책 마련,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등과 같은 국제적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임직원 여러분!

한국은행은 국가 경제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조직역량을 더욱 강화하여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의 새로운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조사․연구기능을 확충하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합니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기존의 경제이론과 실증분석 결과들이 여전히 타당한지를 끊임없이 자문해 보고, 현실에 맞는 새로운 논증을 찾아내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과거의 이론이나 모형, 경험 등으로는 나날이 변모하는 경제현상을 파악하거나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과거와는 다른, 그리고 현실적합성이 뛰어난 접근방식과 분석기법을 개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한국은행의 조사․연구 결과물이 국가경제를 위해 보다 생산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힘써야 하겠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중앙은행이 생산하는 조사․연구 결과는 조직내부뿐만 아니라 정부, 학계, 금융시장 등의 다양한 경제주체들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경제주체들은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정보를 접함으로써 자신의 경제활동에 도움을 받고 중앙은행의 존재 의의와 정책 의도도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조사․연구 역량 강화는 한국은행의 신뢰와 권위를 높이는 데 기여함은 물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는 효과도 가져다줄 것입니다.

아울러 한국은행이 국제금융 무대에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한 역량도 하루속히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요국 중앙은행이나 국제금융기구와의 협력관계가 얼마나 긴요한지를 절감한 만큼 국제역량 배양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이와 같은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발전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가운데 하반기중 역점을 두고 추진하여야 할 당면과제들도 면밀히 점검해야 하겠습니다.

최근 남․중유럽 국가 재정문제와 남북한간 긴장 고조 등으로 주가, 환율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이 수시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식, 채권, 외환시장이 상호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시장간 리스크의 전이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필요시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시장안정을 적극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금리정책은 물가, 경기,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운영하되, 국내외 리스크 요인이 경기 회복세 등에 미치는 영향과 금융완화 기조 지속에 따른 불균형 발생 가능성을 특히 주의깊게 점검해야 하겠습니다.

요즈음과 같이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을 때에는 경제주체들이 조그마한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일시적 요인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증폭되는 일이 없도록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금년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공동의장으로서 주요 의제에 대한 의미 있고 실천가능한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한국은행이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국민으로부터 권위를 인정받는 선진 중앙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변화된 환경에 맞게 조직을 개선해 나아가야 합니다. 조직개선이 지향하는 한국은행의 바람직한 미래 모습을 설정함에 있어서는 우리 내부 구성원의 희망뿐만 아니라 정부, 금융기관, 학계 등 중앙은행 서비스에 대한 외부 수요자의 의견과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사례도 함께 반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한국은행 조직에 대한 기초적인 진단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내외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조직개선 과제가 도출되면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여 구체적 개선방안을 제시하도록 할 것입니다.

성공적인 조직개선은 우리 내부에서 그 추동력(initiative)이 나와야 하며, 일방적이거나 일회성에 그치는 강력한 개혁 방식(strong policy)이 아닌 직원 모두의 참여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꾸준하면서도 확고한 방식(firm policy)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친애하는 한국은행 임직원 여러분!

오늘 창립 6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은행 임직원 모두는 21세기 선진 중앙은행으로의 도약을 위한 의지와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변화의 주체로서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때 한국은행은 머지않아 선진국 중앙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중앙은행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한국은행 직원들의 강한 자부심과 책임감, 그리고 성실한 근무자세를 높이 평가하며 여러분의 이러한 역량이 결집되어 조직과 국가경제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끝으로 창립 60주년 기념행사 준비에 수고해 주신 관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대해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항상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6월 11일
한 국 은 행
총재 김 중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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