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기외채 비율 낮고 외환사정도 개선 중 부도 위기론은 과장
[뉴스핌=한기진 기자] 헝가리는 국가부도 가능성이 있는가. 이 질문에 8일 헝가리한화은행 관계자는 “경제가 나쁜 것 뿐”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부도’는 아니고 악화된 경제상황이 문제로 “은행차원에서도 대비를 해왔지만 악화된 경제에 대해서다”라고 했다. KDB헝가리은행 관계자도 “경제가 나빴었는데, 급격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헝가리 새 정부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0%가 아니라 7.5%수준이라며 국가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부른 위기감과 우리나라 현지 은행들이 느끼는 것과는 온도차가 있는 셈이다.
재정위기를 언급한 배경이, 구(舊)정권과의 선을 긋고 긴축정책을 펼칠 동력 즉 국민의 지지를 끌어올리려는 포섭이라는 안팎의 분석이 많다.
◆ GDP 대비 재정부채 유럽최고, 외화대출도 많아
작년 헝가리 경제성장률은 -6.5%로 큰 폭으로 후퇴했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걱정했던 게 이 점이다. 하지만 올해 헝가리 정부는 0.5% 이상을, OECD도 1.2% 성장을 전망한다. 지난 1/4분기 성장도 전년동기 대비 0.1%, 전분기 대비 0.9% 성장했다.
지난 2008년에는 IMF, EU, 세계은행으로부터 총 251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도 했다. 경제회생을 위한 종합정책의 일환이다. 경제성장 지표나 외환 사정만 보면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디폴트 발언의 근거인 과도한 정부부채를 들여다 보면 심각성은 크다.
GDP 대비 정부부채는 78.3%로 EU내 동유럽국가 중 최고다. 자국내 대출(모기지 포함)의 60%가 외화인 유로화 또는 스위스 프랑으로 구성돼 있다. 헝가리 통화인 포린트화의 약세가 겹쳐 외화표시 대출의 상환부담이 커졌다. 우리나라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엔화나 달러화 상환부담이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럽국가들이 헝가리에 대해 가진 익스포저(노출)는 PIIGS 국가들의 재정위기와 맞물려 금융위기 연쇄반응을 일으킬 도화선이라는 분석이다. 헝가리 익스포져는 1498억 달러로 이중 91%를 유럽계 은행들이 갖고 있다. 오스트리아 373억 달러, 독일 308억 달러, 이탈리아 252억 달러, 벨기에 172억 달러, 프랑스 118억 달러 순이다.
헝가리에서 디폴트가 터져 동유럽 국가들로 확산되고 PIIGS 국가들의 재정위기와도 맞물린다면 유럽에서 금융위기가 ‘쾅’하고 터질 가능성이 크다.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익스포져는 총 1.4조 달러로 이중 유럽 은행들이 91%를 보유하고 있다.
◆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모두 플러스, 정치적 이유로 위기 과장한 듯
이 같은 수치만 놓고 보면 분명 위기가 맞다. 하지만 과장됐다고 보는 분석은 ‘당장’ 터질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근거를 깔고 있다.
정부부채가 높기는 하지만 1년내 도래하는 단기외채는 GDP대비 2.4%로 낮은 편이다. 외환보유액은 4월말 현재 342.2억 유로로 지난 2008년 10월 178억 유로 대비 두배 늘었다. 경상수지 역시 2009년 2/4분기 흑자전환 이후 증가세다.
이 같은 근거로 세계 유수 금융기관들은 헝가리 재정불안이 그리스와 같은 위기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한다. 대신 정치적인 이유로 새 정부가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헝가리 정부는 위기를 부풀림으로써 위기 타개와 향후 정책집행에서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유혹이 있다.”(RBS), “새 정부 발언은 국내 정치, 정책을 위해 의도된 것, IMF와 추가협상을 위한 포석.”(골드만삭스), “헝가리가 제2의 그리스가 될 가능성은 노우(NO).”(노무라), “포퓰리즘에 의한 것, 자금조달 여력에 큰 문제 없다.”(시티그룹)
정부 발언 이후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빅토르 총리는 "현재 헝가리 재정 위기와 관련된 우려는 과장됐다"며 "헝가리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목표에 부합하는 재정적자 축소 방안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금감원 현지진출 금융기관 실태 파악착수
헝가리발(發) 불안이 파장을 몰고 오자, 금융당국은 국내금융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사태확산 차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7일 "올해 4월말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헝가리에 대한 익스포저는 5.4억 달러로서 총 대외익스포저(533억 달러)의 1.0%에 불과하다"며 "대출금 4.1억 달러, 유가증권 0.8억 달러, 지급보증 0.5억 달러"라고 했다.
또 올해 3월말 현재 국내 은행이 헝가리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헝가리에 대한 익스포져 규모가 크지 않아 헝가리의 재정위기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 경우에도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헝가리에 진출한 우리 금융기관들의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통계적 수치로 잡히는 것 이외에 현지에서 돌아가는 사정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헝가리에 진출한 국내 한 금융기관의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슈로 봐야 한다”면서 “디폴트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